“그해 가을 하늘을 온통 갑갑하게 메운 낮은 구름 때문에 컴컴하고 우중충하고 적막하던 어느 날, 나는 온종일 홀로 말을 달려 시골 마을 중에서도 특히 더 황량한 지역을 지나, 저녁 어스름에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마침내 음침한 모습의 어셔 저택이 보이는 곳까지 당도했다.”(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은 끔찍했다. 알코올중독이던 그는 죽음 직전까지 섬망(delirium)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영화 ‘님포매니악’의 4장 섬망은 그의 작품 ‘어셔가의 몰락’ 첫 구절과 함께 시작된다.
매니악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님포매니악’은 섹스에 중독됐던 한 여자 조에 대한 이야기다. 조는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처럼 셀리그먼이라는 청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장 낚시대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2장 제롬, 3장 미시즈 H, 4장 섬망을 거쳐 5장 오르간 학파로 이어진다. 상영시간이 240분인 이 영화는 볼륨1과 2로 나눠 개봉하는데, 먼저 관객을 만나는 볼륨1은 오르간 학파까지 다룬다.
라르스 폰 트리에르 감독의 작품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하다. 그에 비하면 ‘님포매니악’은 꽤나 친절한 작품이다. 감독이 중독에 대해, 특히 섹스 중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고민의 질과 깊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1장 낚시대전에 등장하는 밑밥과 대어 낚기 이론이나 피보나치수열이 그렇다. 조가 고백하는 난잡한 섹스의 기억은 낚시와 인문학에 빠진 중년 남자에게 낚시의 은유이자 대자연의 신비로 받아들여진다. 자연 언어로 보자면 난잡한 성교도 죄가 아니다. 도덕이나 윤리는 자연 이후의 인위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에드거 앨런 포를 인용한 점도 흥미롭다. 중독과 섬망의 연관관계는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감독의 다른 작품들보다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특히 3장 미시즈 H 부분이 그렇다. 섹스파트너인 한 유부남이 주인공을 차지하려고 가정을 버리고 온다. 그를 따라온 아내와 아이들은 한 편의 희비극을 연출한다. 우마 서먼이 연기하는 미시즈 H는 성욕이 가족이라는 인간의 법 안에서 얼마나 희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님포매니악’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섹스 자체가 아닌 삶과 죽음을 보여준다. 모든 잎이 떨어진 겨울, 영혼을 간직한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껏 나뭇잎을 달고 서 있는 여름의 나무들과 달리 겨울나무들은 작은 순 안에 웅크린 채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님포매니악 볼륨1’의 주인공, 어린 조는 초여름의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표방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탐구, 그리고 유머러스한 농담은 ‘님포매니악 볼륨1’의 마지막 장, 바흐의 대위법에 이르러 절정에 닿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다성성은 다양한 질감의 성적 만족으로 해석된다. 세 화면으로 정직하게 분할돼 화음이 쌓여 하나의 음색을 만드는 장면은 트리에르 감독이 추구하는 대위법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탠더드에 지친 관객에게 낯선 새로움을 선사할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은 끔찍했다. 알코올중독이던 그는 죽음 직전까지 섬망(delirium)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영화 ‘님포매니악’의 4장 섬망은 그의 작품 ‘어셔가의 몰락’ 첫 구절과 함께 시작된다.
매니악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님포매니악’은 섹스에 중독됐던 한 여자 조에 대한 이야기다. 조는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처럼 셀리그먼이라는 청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장 낚시대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2장 제롬, 3장 미시즈 H, 4장 섬망을 거쳐 5장 오르간 학파로 이어진다. 상영시간이 240분인 이 영화는 볼륨1과 2로 나눠 개봉하는데, 먼저 관객을 만나는 볼륨1은 오르간 학파까지 다룬다.
라르스 폰 트리에르 감독의 작품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하다. 그에 비하면 ‘님포매니악’은 꽤나 친절한 작품이다. 감독이 중독에 대해, 특히 섹스 중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고민의 질과 깊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1장 낚시대전에 등장하는 밑밥과 대어 낚기 이론이나 피보나치수열이 그렇다. 조가 고백하는 난잡한 섹스의 기억은 낚시와 인문학에 빠진 중년 남자에게 낚시의 은유이자 대자연의 신비로 받아들여진다. 자연 언어로 보자면 난잡한 성교도 죄가 아니다. 도덕이나 윤리는 자연 이후의 인위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에드거 앨런 포를 인용한 점도 흥미롭다. 중독과 섬망의 연관관계는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감독의 다른 작품들보다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특히 3장 미시즈 H 부분이 그렇다. 섹스파트너인 한 유부남이 주인공을 차지하려고 가정을 버리고 온다. 그를 따라온 아내와 아이들은 한 편의 희비극을 연출한다. 우마 서먼이 연기하는 미시즈 H는 성욕이 가족이라는 인간의 법 안에서 얼마나 희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님포매니악’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섹스 자체가 아닌 삶과 죽음을 보여준다. 모든 잎이 떨어진 겨울, 영혼을 간직한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껏 나뭇잎을 달고 서 있는 여름의 나무들과 달리 겨울나무들은 작은 순 안에 웅크린 채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님포매니악 볼륨1’의 주인공, 어린 조는 초여름의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표방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탐구, 그리고 유머러스한 농담은 ‘님포매니악 볼륨1’의 마지막 장, 바흐의 대위법에 이르러 절정에 닿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다성성은 다양한 질감의 성적 만족으로 해석된다. 세 화면으로 정직하게 분할돼 화음이 쌓여 하나의 음색을 만드는 장면은 트리에르 감독이 추구하는 대위법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탠더드에 지친 관객에게 낯선 새로움을 선사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