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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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9홀 관리 쇠막대기 퍼터 즐거우면 그만!

  • 조주청 골프 칼럼니스트

    입력2014-04-08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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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펨버턴GC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은 말할 것도 없이 캥거루고, 호주의 대표 나무는 단연코 유칼립투스다. 호주 전역에 800여 종의 유칼립투스가 자라지만 그 가운데 제왕은 카리(Karri)다. 하늘을 뚫을 듯 곧게 100m나 뻗는 것은 물론, 목질이 붉고 단단하며 문양도 아름답다.

    서호주 남쪽은 ‘카리의 나라’라 부를 만큼 카리 숲으로 울창한데 수도(?)라 할 수 있는 곳은 펨버턴(Pemberton)이다. 사실 이곳은 인구 950명이 사는 조그만 산촌마을이다.

    이곳에는 손이 근질근질한 골프광이 100여 명이나 있지만 코스를 조성할 여력이 없고, 설령 만든다 해도 관리, 운영할 능력이 없다. 궁리 끝에 목장주로부터 쾌락(快諾)을 받아 골프광들이 산자락 거친 목장에 손수 9홀을 만들었다. 페어웨이 관리는 소 몇 마리에게 맡기고, 그린은 모래다.

    “페블비치 그린에서보다 정확히 300% 힘을 가하면 틀림없어.”



    라운드를 하던 동네 노인의 익살이다.

    1달러짜리 스킨스(매 홀 상금을 걸고 그 홀 최저타가 이기는 게임)를 하면서 가까운 퍼팅이 빗나가자 동반자인 두 노인이 아이처럼 환호성을 터뜨린다. 매너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음흉하진 않다.

    네팔 로열 네팔GC

    우리나라 원로 골퍼 대부분은 군자리골프장(현 서울 어린이대공원 자리) 아니면 고양컨트리클럽(CC) 출신이다. 골프라는 괴상한 놀이(?)가 미국에서 들어와 첫선을 보이면서 자리 잡은 곳이 군자리요, 여차여차해서 몇 년 후 이전한 곳이 고양CC다.

    이 골프장 근처에 살던 농촌 아이들이 골프장 밖으로 날아온 공을 주워 녹슨 아이언으로 겨울 논의 벼 자른 자리 위에 공을 올려놓고 휘두른 것이 계기가 돼 골프장 캐디로, 프로 선수로 자란 것이다.

    히말라야 산자락,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 옆에 로열 네팔골프클럽(GC)이 있다. 실제로는 9홀이지만 팀그라운드와 그린을 하나씩 더 만들어 페어웨이를 공유하는 18홀이 됐다.

    이 골프장 옆에 달동네가 어지럽게 붙어 있다. 해맑은 아이들이 쇠막대기를 L자로 굽혀 퍼터로 사용하고 맨땅에 구멍을 파 퍼팅을 한다. 신중하게 퍼팅하는 이 아이가 훗날, 네팔의 최상호가 되지 말란 법 있는가.

    소가 9홀 관리 쇠막대기 퍼터 즐거우면 그만!

    모래로 된 그린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호주 펨버턴의 노인들(왼쪽). 근처 골프장에서 주운 공으로 퍼팅하고 있는 네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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