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7선(選) 의원은 ‘도박’을 감행했다. 정 의원이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기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꺾는다면 대선 레이스는 가시권이다. 당대표를 역임한 경력에 서울시정 경험을 보탠다면 일약 보수층 아이콘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약점이던 ‘당내 세력’도 구축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사실상 친이(친이명박)계 주요 인사들도 정몽준 캠프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박 시장과 맞대결을 벌이면 친박(친박근혜)도 싫든 좋든 그를 총력 지원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정치적 자산은 남으리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엄경영 디오피니언 부소장은 “정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 요청으로 출마한 만큼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장선거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당원들과 핵심 지지층은 전략적 고민을 하면서 정몽준이란 정치인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 의원에 대한 관심을 강력한 호감으로 만드는 것은 당내 서울시장 경선 과정과 이후 자신의 행보에 달렸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무성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남경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거듭날지도 관심사다. 국무총리로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었고, 호남 출신(전남 장성)인 점을 부각하면서 남은 기간 막판 스퍼트에 나선다면 그에게 좋은 결과가 다가올 수도 있다. 최근 그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된 ‘박심(朴心)’ 논란과 캠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친이, 친박계 인사 간 마찰음은 적잖은 부담이 됐다. 김 전 총리는 ‘박심 논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경선 일정을 이틀간 중단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가 보수 세력의 ‘다크호스’가 될지, 아니면 당내 서울시장 경선 흥행에 몸을 사르는 ‘불쏘시개’에 머물지는 경선 과정에서 결정된다. 만약 다른 후보에게 큰 표 차로 져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친박계 의도와 상관없이 ‘전략적 실수’라는 뒷말을 감내해야 한다.
김무성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방선거와 함께 7·14 전당대회에서 잠룡의 진면목을 평가받을 개연성이 크다. 김 의원은 당대표에 당선하면 대선후보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이미 여의도에서 김 의원의 ‘폭넓은 활동’은 대선을 향한 단계적 준비라는 관측이 나온다. 철도파업이라는 갈등 요소 중재에 나섰고, 국회 내 공부모임인 통일경제교실 등을 이끌며 국가적 사안을 고민하는 행보가 과거 ‘무대’(김무성 대장) 이미지를 벗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그가 만든 통일경제교실 회원은 국회의원 120명, 원외 당협위원장 30명 등 총 150명에 달한다.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부산 영도)인 부산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은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사상)이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고향. 현재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는 야권의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 맞서 새누리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만들어낸다면 ‘차세대 주자’ 자리는 더욱 탄탄해진다.
다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5월)→지방선거(6월)→당대표 경선(7월)→재·보궐선거(7월 말) 일정 속에서 여러 변수가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친박 주류 지도부의 지휘 아래 선거가 여권 승리로 이어진다면,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당내 젊은 주자들이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면서 ‘더 젊은 대표’를 원하는 기류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원의 ‘입바른 소리’에 불만을 나타내는 일부 친박 주류를 포용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3선 불출마를 계기로 대선 준비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3월 미국 방문 중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7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내 지도부 입성, 혹은 원내 진출로 새 길을 모색할 것임을 시사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당을 위해 경기도지사 3선 도전에 나서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현재는 남경필 의원이 선전하는 만큼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경기도의 차세대 주자 김문수’ 타이틀이 ‘경기도의 젊은 주자 남경필’로 이동할 개연성도 그만큼 커졌다.
야권 정치인에게도 지방선거는 중요하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안철수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운명이 엇갈릴 공산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한다면, 당내 힘은 안 대표 중심으로 재편될 개연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다시 ‘문재인 등판론’이 거세게 나올 수 있어 안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깜짝 스타’가 아닌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모습을, ‘안풍(安風)’이라는 바람이 아닌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 문재인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부터).
서울시장선거에서 야권이 패하고 수도권 기초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그 ‘원성’이 안 대표에게 쏠릴 가능성도 감지된다.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일부 세력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개연성도 있다.
문 의원의 운명도 이번 선거와 깊이 연관돼 있다. “나에게 맡겨진 소임은 다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차기 대선에서 강력한 출마 권유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친노무현) 세력도 그를 구심점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이 장기 집권한 부산에서 최초의 야권 부산시장을 만들어낸다면 그의 권토중래(捲土重來)는 빨라질 것이다. 안 대표와의 리더십 경쟁에서 그가 어떻게 빛을 발할지도 관심사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선거에 집중할 예정이다. 6월 지방선거를 고리로 다시 대중정치에 본격 나서고, 7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다. 신년 세미나 등에서 이미 이런 가능성이 예견됐고, 측근 의원과 지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도 속속 결집하고 있다.
차세대 주자의 약진 또는 낙마 여부도 이번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다. 경기 남경필 의원, 제주 원희룡 전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대선주자 대열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달고 다니던 ‘소장파’란 꼬리표를 떼고 당 주류가 되는 셈이다. 물론 당선하더라도 도정을 처음 맡는 만큼 임기 중 사퇴하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재선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17년 대선 출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는 최근 오찬자리에서 “노령 인구가 많은 지역인 만큼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많이 이해하고 배우게 됐다. 도지사를 해보니 정치가 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친노 출신으로 보수 지지층을 흡수한다면 야권의 차세대 주자 자리는 부산 문재인, 충청 안희정 경쟁 구도로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