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갈비는 졸깃한 식감을 위해 고기에 ‘다이아몬드 커팅’ 칼집을 낸다.
‘구수한 불고기 전골 내음세가 코를 찌른다. 비록 외양은 허름한 하꼬방 술집이나 한 걸음 안에 들어서면 어느 고급 요정 부럽지 않게 불고기 암소갈비 편육 덴뿌라 사시미로부터 신설로 수정과에 이르기까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1952년 3월 2일자 ‘동아일보’) 먹을 수 있었다.
시장에는 1952년부터 ‘암소갈비전문’이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였다. 국제시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국제시장 안쪽 신창동 3가 주변에는 소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네다섯 곳 몰려 있다.
1950년대 중·후반 시작한 ‘평양갈비’는 여전히 인기다. 간장을 기본양념으로 해 석쇠에 구운 소갈비를 서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다. 당시 국제시장 주변에는 실향민이 많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도 잘됐다. 40년 전 식당을 인수한 지금 주인 말에 따르면 ‘평양갈비’란 이름은 국제시장 주변 실향민을 대상으로 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석쇠에 소갈비를 구워먹는 방식은 오랫동안 먹어온 고기구이 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기에 칼집을 내는 방식은 50년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라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국제시장과 더불어 부산 소갈비 문화를 ‘쌍끌이’하는 지역은 해운대다. 해운대 암소갈비는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됐다. 1970년대 해운대 암소갈비는 서울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76년 부산의 소고기 소비량은 서울(1인당 3.22kg)보다 많은 3.38kg으로 전국 최고였다.
‘서울에 진출한 부산식 불고기니 해운대식 갈비니 하는 집이 고기나 갈비를 진짜 부산에서 가져오기 때문에’(1976년 3월 13일자 ‘경향신문’) 당시 서울에 진출해 인기를 얻은 해운대 암소갈비는 지금도 해운대에서 영업하는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의 친척이 운영하던 집이다.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는 1964년 지금 자리에서 창업했다. 창업 당시 자리를 지금까지 지키는 것은 물론, 만드는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 이 집 양념갈비는 간장을 기본양념으로 했지만 얼핏 보면 생갈비처럼 보일 정도로 살짝만 간을 했다. 갈빗살에는 지그재그로 칼집이 들어가 있다. ‘다이아몬드 커팅’이라 부르는 이 칼집 방식도 64년 처음 시작한 것이다.
해운대에 갈빗집을 창업하기 전 동래 요정에서 일본인들에게 칼집 내는 방법을 배운 창업자의 기술이 깃든 조리법이다. 창업 당시 여물을 먹고 일하던 소는 곡물을 먹고 자란 지금의 소보다 육질이 훨씬 질겼다. 질긴 소는 힘줄을 발라내고 칼집을 내야 졸깃한 식감과 함께 씹기에도 편하다.
이렇게 칼집을 낸 갈비를 하루 정도 숙성한 뒤 숯불 위 오목한 철판에 구워먹는 것이 이 집만의 특징이다. 국물을 중심으로 한 서울식 불고기의 불판과 무척 닮았는데, 창업 당시부터 사용하던 것이다. 갈비를 다 구워 먹고 난 뒤 불판 끝에 육수를 부어 감자국수를 넣어 익혀 먹는 방식은 북한의 어복쟁반과 비슷하다.
서울에서 소갈비 문화가 본격화하던 1980년대 이전 부산에는 이미 소갈비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불판 형식과 간장 기본양념, 다이아몬드 커팅 등 서울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소갈비와 불고기 문화의 기본형이 부산 소갈빗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