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추신수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국을 대표해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추신수와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2006년 시즌 중반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하며 메이저리거(major leaguer)로 발돋움한 추신수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한국 프로야구 롯데에서 FA 권리를 행사해 최근 2년간 오릭스에 몸담았던 이대호는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끝나 또 한 번 자유의 몸이 됐다.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뜻을 두면서 유년 시절을 같이 보낸 두 사람이 고교 이후 처음으로 같은 리그에서 뛰게 될 가능성도 열렸다. 부산 수영초교 시절부터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추신수와 이대호가 ‘꿈의 무대’라 부르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꿈의 무대’ 선의의 경쟁 즐거운 상상
2009~2010년 2년 연속 타율 3할에 20홈런,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수준급 빅리거로 자리를 굳힌 추신수는 2011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85경기 출장에 그쳤다. 음주 파문으로 구설에 오른 것도 그해였다. 그러나 2012년 타율 0.283에 16홈런, 21도루를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뒤 올 시즌 154게임에 출전해 타율 0.285에 21홈런, 20도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톱타자로서 내셔널리그 출루율(0.423) 2위에 오르고 ‘100득점, 100볼넷, 20홈런,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원 소속팀 신시내티는 월드시리즈 종료 후 닷새 이내에 추신수에게 원 소속팀이 계약을 제시할 수 있는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s)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시내티 처지에서 일단 오퍼를 넣으면 추신수가 다른 팀과 FA 계약을 하더라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이후 보충 지명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는 월드시리즈 종료 7일 이내에 수락 또는 거부를 해야 한다. 추신수가 1330만 달러(2012년 상위 125명의 평균연봉)를 받고 1년간 더 신시내티에 몸담아야 하는 이 오퍼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추신수가 거부를 선택하는 순간, 그는 자유의 몸이 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통해 본격적인 입단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추신수는 톱타자나 중심 타선, 어디에서든 활약할 수 있는 검증된 외야수다. 그의 몸값은 5년 9000만 달러에서 시작할 개연성이 크다. 9월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헌터 펜스(30)는 원 소속팀 자이언츠와 5년 90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펜스는 올 시즌 27홈런, 99타점, 22도루, 타율 0.283, 출루율 0.339를 기록했다. 비슷한 나이에 똑같이 호타 준족의 외야수라는 점에서 추신수의 비교 대상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언론은 올 시즌 FA 시장에서 최고 외야수로 꼽히는 추신수가 펜스를 넘어 1억 달러 초대형 계약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신시내티는 주머니 사정상 추신수를 잔류시킬 능력이 없다. 현재 그에게 군침을 흘리는 구단으로는 친정팀인 시애틀을 비롯해 시카고 컵스, 텍사스,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애리조나 등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빅리그 ‘큰손’인 뉴욕 양키스가 추신수 영입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1억 달러 사나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윤석민, 오승환도 물밑 움직임
오릭스 이대호
이번 시즌으로 2년 계약이 끝난 이대호는 오릭스와의 재계약을 포함한 일본 무대 잔류와 메이저리그 도전 등 두 갈래 길을 놓고 본격적인 고민에 들어갔다. 오릭스는 물론, 소프트뱅크 등 일본 내 여러 구단이 그를 붙잡으려고 애를 태우는 가운데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쪽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오릭스 입단 당시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000만 엔 등 총액 7억 원을 받은 이대호는 일단 오릭스가 내건 ‘2년 총액 7억 원+알파(α)’라는 재계약 조건을 거부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4년간 총액 18억 엔이라는 대형 오퍼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10월 1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을 모두 접촉할 수 있는 새로운 에이전트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힌 이대호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조만간 추신수와 류현진(LA 다저스)의 에이전트인 보라스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은 이대호의 야구인생을 상세히 소개하며 그를 뉴욕 메츠 1루수로 추천했다. 특히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600타석에 들어설 경우 타율 0.277에 출루율 0.341, 장타율 0.436, 홈런 17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앞으로 2~3년간 연평균 500만 달러 수준의 합리적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500만 달러 수준이라면 추신수의 몸값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대호가 일본에서 받게 될 돈보다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뉴욕 메츠뿐 아니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애틀 등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대호가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추신수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다면 초교 시절 같은 꿈을 키웠던 두 사람이 메이저리그 뉴욕 ‘서브웨이 더비’에서 만나는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9년 완전 FA 자격을 얻은 KIA 투수 윤석민도 현재 빅리그행을 타진 중이고, 구단 동의하에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삼성 투수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년 전 일찌감치 보라스와 계약하고 미국 진출을 노려온 윤석민은 금액보다 ‘선발 보장’을 조건으로 태평양을 건널 욕심이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부터 이미 공개 러브콜을 받은 오승환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야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지만 빅리그 구단들은 이적료 부담까지 감내할 뜻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석민은 미네소타와 시카고 컵스가 유력 후보 구단으로 꼽히고, 오승환에게는 뉴욕 양키스가 적극적이다. 추신수, 이대호의 새 둥지와 함께 두 투수의 앞날까지, 올 오프시즌에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