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면 둥실 날아오르는 상상을 해보자. 지구 중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알기 전, 누구나 양팔을 새의 날개처럼 움직이거나 두 다리를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처럼 움직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꿈꾼다. 중력을 알게 된 뒤에는 그것을 정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넘어, 그 위의 우주를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며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실제로 사람이 생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그만큼 새로운 위험도 생겼다. 영화 ‘그래비티’는 바로 그 점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그래비티’는 우주인(우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통칭)이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를 탄 임무전문가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분)과 우주비행사 매트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가 등장한다. 의학공학 박사인 스톤은 허블우주망원경에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일을 맡았고, 코왈스키는 우주왕복선을 조종하면서 우주유영용으로 새로 개발한 기계 ‘제트팩’을 시험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중력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
영화 배경은 지상으로부터 600km 상공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이 있다. 199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최근에는 11월 지상에서도 관측할 수 있게 될 혜성 ‘아이손’을 촬영하기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이토록 오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비밀은 우주왕복선에 있다. 이 망원경은 처음 궤도로 올라갈 때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나갔다. 그 뒤 2009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 수리를 받으며 부품을 교체했고, 연료를 공급받았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영화에서 스톤 박사가 맡은 임무와 비슷하다.
20세기 말부터 미국 우주계획의 핵심인 우주왕복선은 허블우주망원경을 궤도에 올리는 일 말고도 수많은 일을 해냈다.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려는 시도로 시작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우주선 6기가 제작됐다. 우주로 나가기 전 실험기체였던 ‘엔터프라이즈’,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챌린저’ ‘인데버’ ‘아틀란티스’가 그것이다. 이 기체 가운데 챌린저, 컬럼비아는 각각 1986년과 2003년 사고로 폭파되는 비운을 겪었다. 나머지 3개 기체는 국제우주정거장(ISS)를 건설하기 위한 재료와 우주선을 끊임없이 날랐으며, 2011년 7월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됐다. 여담으로 이 3개 기체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우주왕복선은 디스커버리다. 영화 ‘트랜스포머 3’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가 잃어버린 ‘익스플로러’는 영화를 위해 만든 가상의 우주왕복선이다. ‘발견’ ‘도전’ ‘노력’ 등의 단어를 이름으로 쓰는 진짜 우주왕복선처럼 ‘탐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체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는 어느 곳을 탐험하고, 어떤 일을 겪은 것일까.
해외 수많은 명사와 언론이 이 작품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의 영화’(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망망대해 우주에서의 울림이 숨을 멎게 한다’(‘가디언’), ‘우주 배경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영화’(‘할리우드 리포터’)라고 극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중력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 때문이다.
중력은 지구가 사람처럼 질량이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끌어당기는 대상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커진다. 무거운 물체를 공중에 던질 때 힘이 더 많이 드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중력은 지구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우주인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이유다. 질량과 거리의 조화 덕분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무거운 우주정거장이나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 원심력 때문이다. 원심력은 물체가 원으로 움직일 때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이다. 돌멩이를 끈에 매달아 힘을 주면 빙빙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때 사람은 지구, 끈은 중력, 돌멩이는 우주정거장, 돌멩이가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은 원심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주정거장이나 허블우주망원경, 인공위성은 질량에 따라 거리와 지구 주변을 도는 속도를 적당히 조화시켜 궤도를 유지한다.
무중력은 중력이 없는 상태로, 상하 좌우 앞뒤 구분이 없다. ‘그래비티’의 옥에 티도 무중력에서 나왔다. 우주복을 벗은 스톤 박사의 머리가 지나치게 얌전한 것. 스톤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 있지만 그의 짧은 머리칼은 중력을 받은 듯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실제라면 밤송이마냥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쳤을 텐데 말이다. 무중력이란 말 그대로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붕 떠 있는 상태 덕에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은 내부를 돌아다닐 때 걷지 못하고 항상 주변을 붙잡는다. 즉 벽에 달린 손잡이를 이용해 몸을 밀어낸다. 사람이 벽을 밀 때 벽도 같은 힘으로 사람을 민다는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우주정거장이라는 공간 안에는 수많은 벽이 있어 이동이 가능하지만 밖에서는 어떨까. 지지해줄 수 있는 단단한 물체가 없기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다. 운이 좋아서 적당히 무거운 물체를 만나 방향을 잘 맞춰 밀어내면 두 사람이 마주보고 손바닥을 밀어냈을 때처럼 물체와 우주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
그러나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초속 7km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쓰레기다. 길이가 10cm밖에 안 되는 쓰레기라도 그것이 갖는 힘은 소형차가 시속 50km로 달리는 것과 맞먹는다. 그러니 뭔가 특별한 수단이 없으면 우주 공간에서는 꼼짝할 수 없다.
흔히 물속에서 헤엄치듯 손발을 휘저으면 무중력 상태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실제로 물속은 중력이 약하고 공기가 없다는 점에서 우주 공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주인의 훈련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와 물속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분자의 유무다.
진공은 산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공기 분자가 전혀 없는 상태다. 우주는 진공에 가까울 만큼 공기가 희박한 공간이고, 물속은 물 분자로 꽉 차 있다. 수영을 한다는 것은 팔이나 다리를 이용해 물 분자를 밀어낸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작용 반작용의 법칙 덕에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는 밀어낼 공기 분자가 없다. 있다고 해도 아주 희박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한 기계가 바로 제트팩이다.
특별한 우주복으로 외부와 내부 분리
본래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인은 우주왕복선에 부착한 로봇팔에 고정된 채 조종실에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대로만 움직였다. ‘그래비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코왈스키가 실험을 담당한 제트팩이라는 가상의 기계를 등장시켰다. 제트팩은 연료를 뿜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로 추정된다. 공기를 넣어 부풀린 풍선 입구를 자유자재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만든 듯한 기계다. 입구를 막으면 풍선이 멈추지만, 입구를 열면 풍선이 튀어나간다. 제트팩에서 연료를 분사하는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주유영용 기계로 사용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호수 같은 곳에 있는 많은 물을 이용해 이런 장치를 지상용으로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우주비행용은 공식적으로 없다. 사람의 질량을 이겨내려면 한 번에 대량의 연료를 빠른 속도로 분사해야 하는데, 그 연료를 들고 우주공간까지 날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인을 보호하는 우주복도 특별해야 한다. 선외활동우주복(EMU)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생명유지 시스템과 우주복으로 구성된다. 생명유지 시스템은 영하 100도에서 영상 125도를 오르내리는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우주복 내부를 적정 온도로 유지하고, 우주인이 호흡할 수 있게 산소도 공급한다. 우주복은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작은 우주 쓰레기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거나, 식수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따로 모아 저장하기도 한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유영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7시간이라고 한다. 우주인이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처럼 조난을 당한다면 어떻게든 이 시간 안에 우주정거장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에서 조난당한 경우, 우주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블우주망원경에서 우주정거장까지 거리는 약 190km. 이 거리를 움직일 방법이 없으니 그저 지상과 열심히 교신하며 7시간 안에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그래비티’는 우주인(우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통칭)이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를 탄 임무전문가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분)과 우주비행사 매트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가 등장한다. 의학공학 박사인 스톤은 허블우주망원경에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일을 맡았고, 코왈스키는 우주왕복선을 조종하면서 우주유영용으로 새로 개발한 기계 ‘제트팩’을 시험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중력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
영화 배경은 지상으로부터 600km 상공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이 있다. 199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최근에는 11월 지상에서도 관측할 수 있게 될 혜성 ‘아이손’을 촬영하기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이토록 오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비밀은 우주왕복선에 있다. 이 망원경은 처음 궤도로 올라갈 때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나갔다. 그 뒤 2009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 수리를 받으며 부품을 교체했고, 연료를 공급받았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영화에서 스톤 박사가 맡은 임무와 비슷하다.
20세기 말부터 미국 우주계획의 핵심인 우주왕복선은 허블우주망원경을 궤도에 올리는 일 말고도 수많은 일을 해냈다.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려는 시도로 시작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우주선 6기가 제작됐다. 우주로 나가기 전 실험기체였던 ‘엔터프라이즈’,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챌린저’ ‘인데버’ ‘아틀란티스’가 그것이다. 이 기체 가운데 챌린저, 컬럼비아는 각각 1986년과 2003년 사고로 폭파되는 비운을 겪었다. 나머지 3개 기체는 국제우주정거장(ISS)를 건설하기 위한 재료와 우주선을 끊임없이 날랐으며, 2011년 7월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됐다. 여담으로 이 3개 기체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우주왕복선은 디스커버리다. 영화 ‘트랜스포머 3’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가 잃어버린 ‘익스플로러’는 영화를 위해 만든 가상의 우주왕복선이다. ‘발견’ ‘도전’ ‘노력’ 등의 단어를 이름으로 쓰는 진짜 우주왕복선처럼 ‘탐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체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는 어느 곳을 탐험하고, 어떤 일을 겪은 것일까.
해외 수많은 명사와 언론이 이 작품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역대 최고의 영화’(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망망대해 우주에서의 울림이 숨을 멎게 한다’(‘가디언’), ‘우주 배경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영화’(‘할리우드 리포터’)라고 극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중력에 대한 실감 나는 묘사 때문이다.
중력은 지구가 사람처럼 질량이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끌어당기는 대상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커진다. 무거운 물체를 공중에 던질 때 힘이 더 많이 드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중력은 지구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우주인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이유다. 질량과 거리의 조화 덕분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무거운 우주정거장이나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 원심력 때문이다. 원심력은 물체가 원으로 움직일 때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이다. 돌멩이를 끈에 매달아 힘을 주면 빙빙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때 사람은 지구, 끈은 중력, 돌멩이는 우주정거장, 돌멩이가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은 원심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주정거장이나 허블우주망원경, 인공위성은 질량에 따라 거리와 지구 주변을 도는 속도를 적당히 조화시켜 궤도를 유지한다.
무중력은 중력이 없는 상태로, 상하 좌우 앞뒤 구분이 없다. ‘그래비티’의 옥에 티도 무중력에서 나왔다. 우주복을 벗은 스톤 박사의 머리가 지나치게 얌전한 것. 스톤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 있지만 그의 짧은 머리칼은 중력을 받은 듯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실제라면 밤송이마냥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쳤을 텐데 말이다. 무중력이란 말 그대로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붕 떠 있는 상태 덕에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은 내부를 돌아다닐 때 걷지 못하고 항상 주변을 붙잡는다. 즉 벽에 달린 손잡이를 이용해 몸을 밀어낸다. 사람이 벽을 밀 때 벽도 같은 힘으로 사람을 민다는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우주정거장이라는 공간 안에는 수많은 벽이 있어 이동이 가능하지만 밖에서는 어떨까. 지지해줄 수 있는 단단한 물체가 없기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다. 운이 좋아서 적당히 무거운 물체를 만나 방향을 잘 맞춰 밀어내면 두 사람이 마주보고 손바닥을 밀어냈을 때처럼 물체와 우주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
그러나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초속 7km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쓰레기다. 길이가 10cm밖에 안 되는 쓰레기라도 그것이 갖는 힘은 소형차가 시속 50km로 달리는 것과 맞먹는다. 그러니 뭔가 특별한 수단이 없으면 우주 공간에서는 꼼짝할 수 없다.
흔히 물속에서 헤엄치듯 손발을 휘저으면 무중력 상태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실제로 물속은 중력이 약하고 공기가 없다는 점에서 우주 공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주인의 훈련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주와 물속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분자의 유무다.
진공은 산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공기 분자가 전혀 없는 상태다. 우주는 진공에 가까울 만큼 공기가 희박한 공간이고, 물속은 물 분자로 꽉 차 있다. 수영을 한다는 것은 팔이나 다리를 이용해 물 분자를 밀어낸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작용 반작용의 법칙 덕에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는 밀어낼 공기 분자가 없다. 있다고 해도 아주 희박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한 기계가 바로 제트팩이다.
특별한 우주복으로 외부와 내부 분리
본래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인은 우주왕복선에 부착한 로봇팔에 고정된 채 조종실에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대로만 움직였다. ‘그래비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코왈스키가 실험을 담당한 제트팩이라는 가상의 기계를 등장시켰다. 제트팩은 연료를 뿜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로 추정된다. 공기를 넣어 부풀린 풍선 입구를 자유자재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만든 듯한 기계다. 입구를 막으면 풍선이 멈추지만, 입구를 열면 풍선이 튀어나간다. 제트팩에서 연료를 분사하는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주유영용 기계로 사용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호수 같은 곳에 있는 많은 물을 이용해 이런 장치를 지상용으로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우주비행용은 공식적으로 없다. 사람의 질량을 이겨내려면 한 번에 대량의 연료를 빠른 속도로 분사해야 하는데, 그 연료를 들고 우주공간까지 날아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인을 보호하는 우주복도 특별해야 한다. 선외활동우주복(EMU)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생명유지 시스템과 우주복으로 구성된다. 생명유지 시스템은 영하 100도에서 영상 125도를 오르내리는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우주복 내부를 적정 온도로 유지하고, 우주인이 호흡할 수 있게 산소도 공급한다. 우주복은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작은 우주 쓰레기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거나, 식수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따로 모아 저장하기도 한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유영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7시간이라고 한다. 우주인이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처럼 조난을 당한다면 어떻게든 이 시간 안에 우주정거장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에서 조난당한 경우, 우주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블우주망원경에서 우주정거장까지 거리는 약 190km. 이 거리를 움직일 방법이 없으니 그저 지상과 열심히 교신하며 7시간 안에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