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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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와 노랗게 피었나

기린초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8-19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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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내려와 노랗게 피었나
    온 나라가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데일 듯 뜨거운 여름 햇볕. 하지만 그 아래서도 씩씩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이 있다. 기린초 꽃이다. 기린초는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 산지 양지바른 바위틈에서 주로 자란다. 키가 20cm 정도 되는 줄기 여러 개가 모여 포기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모여 작은 무리를 이룬다.

    어긋나게 달린 주걱 모양의 잎은 두텁게 살이 찐 다육질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무딘 톱니가 동글동글하게 나 있다. 여름에 피어나는 꽃은 노란 색이다. 끝이 뾰족한 꽃잎 5장이 모여 이루어진 꽃송이가 줄기 끝에 달린 모습은 흡사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을 연상하게 한다. 꽃이 한창 피었을 때 수술의 빨간 빛깔도 매력적이다.

    이 꽃이 기린초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노란색 꽃 빛깔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 일부 지방에선 혈산초라고 부른다. 요즘 기린초는 관상적 가치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항아리 뚜껑 같은 곳에서 한 아름 포기를 만들어 핀 꽃은 보기에도 탐스러워 마음을 환하게 한다. 화단에 심어도 좋은데, 특히 돌이 있는 정원의 바위틈에 심어두면 생태적, 조경적으로 좋다.

    기린초는 관상적 가치 외에 비채(費菜), 백삼칠(白三七), 양심초(養心草) 등의 생약명으로도 불리는데 지혈, 이뇨, 진정 효능이 있어 토혈, 코피 등 피가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울렁거리는 증상에 처방하며, 타박상이나 종기 등엔 생풀을 짓찧어 붙이기도 한다. 봄에 연한 잎과 줄기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도 먹는데 맛이 담백하다.

    기린초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자주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 너무 크게 자라 고민일 정도여서 게으른 사람에게 적당한 식물이다. 기린초가 자라는 곳은 바위틈이나 돌이 많은 숲 가장자리지만 양지에서 키우면 더 튼튼하고 균형감 있게 자란다. 물론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기린초는 비슷한 종류가 여럿 있으며 대부분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가는기린초는 기린초보다 잎이 가늘고 길며 줄기가 1~2개로 적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한자로 토삼칠(土三七), 경천삼칠(景天三七), 영어로는 아이준 스톤크롭(Aizoon stonecrop)이라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라는 섬기린초는 꽃이 많이 달리고 뿌리에서 굵은 가지가 나오며 키가 기린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도란형 또는 주걱 모양으로 위쪽이 더 넓고 열매 끝이 가지처럼 뾰족해 구분이 가능하다. 비교적 최근에 금대봉, 태백산, 두타산 등에서 새로 발견된 태백기린초는 잎이 넓은 광타원형으로, 줄기 끝에서 로제트형으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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