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이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중도·개혁파 대표로 나선 하산 로하니(64) 후보가 11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란 국민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논란으로 촉발한 국민의 반정부 시위와 당국의 강경 진압 이후 정부는 검열 및 감시를 더 심화했다. 핵개발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더 많은 자유와 더 나은 경제생활을 요구하는 일반 국민의 희망은 계속 멀어져만 갔다.
이런 가운데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미국 및 서방국가와의 적절한 관계 개선은 물론, 경제 제재 해제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여러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 공약은 중동 및 서방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국제사회의 최대 외교 현안은 시리아 사태와 이란의 핵개발 저지로, 두 사안 모두 이란이 핵심적으로 개입됐기 때문이다.
선거 공약 실현 미지수
물론 이란 권력의 특성상 외교, 국방, 종교 등 국정 핵심 분야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권력을 독점한다. 신정체제의 특성상 로하니 당선인이 대외관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로하니 당선인과 하메네이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매우 끈끈하기 때문에 로하니 당선인이 선거유세 때 내세웠던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도 많다. 사실 로하니 당선인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하메네이의 대리인 구실을 했고, 이를 통해 보수파 내에도 꽤 많은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이란 대선이 아무런 부정 시비 없이 치러지고 결과 발표까지 이어진 점도 실은 하메네이 등 최고수뇌부가 로하니의 당선을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하메네이가 로하니의 당선 직후 “로하니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 “이번 선거는 정치적 성숙함을 보여준 결과”라는 등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만 내놓은 점도 그런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로하니 당선인과 하메네이의 친분은 오히려 차기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로하니 당선인이 예상치 않게 1차 투표에서 과반수로 승리해 당선을 확정짓는 등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게 드러난 만큼 하메네이가 로하니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제사회의 최우선 관심은 역시 이란의 핵개발과 시리아 내전에 대한 로하니 당선인의 태도다.
먼저 핵문제를 보자.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소위 ‘P5+1’ 그룹과 이란 정부 간 협상은 지난해 4월 이스탄불 협상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 알마티 협상에서는 ‘P5+1’이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한 뒤 이란의 긍정적인 견해 표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란은 4월 알마티 협상에서 기존 견해를 고수하며 전보다 더 후퇴한 수준의 제안을 내놨을 뿐이다.
로하니 당선인은 핵개발과 관련해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은 평화적인 핵개발권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국제사회와 건설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평화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와 화해하겠다. 우리는 지난 8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서방 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에 나설 것임을 강조해왔다. 사실 핵문제와 관련해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정권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란 지도부가 당장 핵에 대한 견해를 바꿀 공산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로하니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려면 최소한의 양보를 통한 경제 제재 해제밖에 길이 없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그를 찍은 유권자 상당수는 그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 핵협상 수석대표(2003~2005년)로 서방과의 협상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경제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회복을 염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EU의 석유금수, 금융거래 제한 등 각종 제재로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원유 생산은 전년보다 25% 감소했고, 석유 수출과 외환 수입 감소는 자국 통화 리알화의 가치 하락을 불러 2년간 7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으며, 실업률도 2011~2012년 2년 연속 12%를 넘었다.
시리아 사태 전향적 태도 촉구
따라서 ‘P5+1’의 태도를 결정하는 미국이 이란의 새 정권을 겨냥해 수위가 조금 낮은 제안을 하고 이에 이란이 화답하는 국면이 조성될 경우 핵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마련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로하니 당선인은 특히 2005년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제재를 피해 핵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핵협상 수석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강경 일변도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저항한 중도파 인사로 입지를 굳혔다.
로하니 당선인이 선거유세 기간 미국에 대해 내놓은 평가도 다소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현 세계의 현실이다. 미국은 슈퍼파워고 경제, 군사,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라며 “먼저 기존의 적대적 관계를 긴장을 동반한 일대일 관계로 전환하겠다. 그다음 단계로 긴장을 점차 해소할 것이다. 그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외교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등 핵개발에 대한 국제기구의 사찰 기준과 요건에 대해 이란, 미국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맥도너 미국 대통령비서실장은 6월 16일 “로하니 당선인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의무를 다한다면, 우리는 그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그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새 정부와 최대 현안인 핵개발 문제를 놓고 기꺼이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진전이 이뤄지려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로하니 당선인의 교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란 핵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경우 미국으로선 중동 외교에서 큰 짐 하나를 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세계 각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각국 정부의 유무형적 반발에 시달려왔고, 이를 무마하려고 적잖은 빚을 져온 게 사실이다.
서방은 로하니 정부에게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란과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시리아 사태는 해결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시리아 내전을 언급하며 “이란의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권·이란·레바논 헤즈볼라·러시아’로 이뤄진 한 축과 ‘시리아 반군·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미국과 EU’로 이뤄진 다른 한 축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대결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은 이스라엘을 포위한 시아파의 중추 구실을 하는 삼각벨트다. 이란은 현재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포기할 경우 이는 단순히 시리아 정권이 수니파로 넘어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스라엘의 공세를 받는 레바논 시아파까지 무너질 소지가 크고, 결국 중동 전체 시아파가 공멸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여긴다. 이라크는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지만 국가 내부 상황이 워낙 혼란스러워 시아파 동맹에 힘이 되지 못한다.
‘성과 크지 않을 듯’ 전망 나와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입에 반대한다”면서 “이란의 대(對)시리아 정책은 대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게다가 로하니 당선인은 시아파 성직자 출신이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은 이슬람 국가가 아닌 외부에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단순히 무장투쟁을 동반하는 종파 간 대결이 아니다. 이슬람교 뿌리부터 조상과 이념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며, 싸움 현장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절대절명의 대결인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북아프리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독재자를 쫓아낸 ‘아랍의 봄’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이 시리아에 군 장교들을 보내 정부군을 돕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정부는 4000명 규모의 이란 혁명군을 시리아에 보내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알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이란은 유엔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무기지원을 반대하는 것에 기대를 건다. 또 시리아의 맹방 러시아가 끝까지 알아사드 정권을 버리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가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미국과 EU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에 나서더라도 시리아 사태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도 바로 이런 팽팽한 역학 구도 때문이다. 중국 역시 겉으로만 크게 내세우지 않을 뿐 알아사드 정권 편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는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로하니 정권은 핵개발 문제와 시리아 내전을 투 트랙으로 다룰 개연성이 높다. 적절한 양보를 통한 핵 협상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면서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되,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는 하메네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렸다. 하메네이가 핵 협상에서 적절한 양보를 지시하지 않는 한 핵문제에 대한 로하니 정부의 운신 폭은 매우 좁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로하니 당선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긴 하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이스라엘 등 중동국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미국 및 서방국가와의 적절한 관계 개선은 물론, 경제 제재 해제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여러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 공약은 중동 및 서방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국제사회의 최대 외교 현안은 시리아 사태와 이란의 핵개발 저지로, 두 사안 모두 이란이 핵심적으로 개입됐기 때문이다.
선거 공약 실현 미지수
물론 이란 권력의 특성상 외교, 국방, 종교 등 국정 핵심 분야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권력을 독점한다. 신정체제의 특성상 로하니 당선인이 대외관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로하니 당선인과 하메네이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매우 끈끈하기 때문에 로하니 당선인이 선거유세 때 내세웠던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도 많다. 사실 로하니 당선인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하메네이의 대리인 구실을 했고, 이를 통해 보수파 내에도 꽤 많은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이란 대선이 아무런 부정 시비 없이 치러지고 결과 발표까지 이어진 점도 실은 하메네이 등 최고수뇌부가 로하니의 당선을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하메네이가 로하니의 당선 직후 “로하니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 “이번 선거는 정치적 성숙함을 보여준 결과”라는 등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만 내놓은 점도 그런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로하니 당선인과 하메네이의 친분은 오히려 차기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로하니 당선인이 예상치 않게 1차 투표에서 과반수로 승리해 당선을 확정짓는 등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게 드러난 만큼 하메네이가 로하니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제사회의 최우선 관심은 역시 이란의 핵개발과 시리아 내전에 대한 로하니 당선인의 태도다.
먼저 핵문제를 보자.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소위 ‘P5+1’ 그룹과 이란 정부 간 협상은 지난해 4월 이스탄불 협상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 알마티 협상에서는 ‘P5+1’이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한 뒤 이란의 긍정적인 견해 표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란은 4월 알마티 협상에서 기존 견해를 고수하며 전보다 더 후퇴한 수준의 제안을 내놨을 뿐이다.
로하니 당선인은 핵개발과 관련해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은 평화적인 핵개발권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국제사회와 건설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평화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와 화해하겠다. 우리는 지난 8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서방 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에 나설 것임을 강조해왔다. 사실 핵문제와 관련해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정권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란 지도부가 당장 핵에 대한 견해를 바꿀 공산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로하니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려면 최소한의 양보를 통한 경제 제재 해제밖에 길이 없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그를 찍은 유권자 상당수는 그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 핵협상 수석대표(2003~2005년)로 서방과의 협상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경제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회복을 염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EU의 석유금수, 금융거래 제한 등 각종 제재로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원유 생산은 전년보다 25% 감소했고, 석유 수출과 외환 수입 감소는 자국 통화 리알화의 가치 하락을 불러 2년간 7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으며, 실업률도 2011~2012년 2년 연속 12%를 넘었다.
시리아 사태 전향적 태도 촉구
따라서 ‘P5+1’의 태도를 결정하는 미국이 이란의 새 정권을 겨냥해 수위가 조금 낮은 제안을 하고 이에 이란이 화답하는 국면이 조성될 경우 핵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마련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로하니 당선인은 특히 2005년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제재를 피해 핵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핵협상 수석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강경 일변도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저항한 중도파 인사로 입지를 굳혔다.
로하니 당선인이 선거유세 기간 미국에 대해 내놓은 평가도 다소 희망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현 세계의 현실이다. 미국은 슈퍼파워고 경제, 군사,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라며 “먼저 기존의 적대적 관계를 긴장을 동반한 일대일 관계로 전환하겠다. 그다음 단계로 긴장을 점차 해소할 것이다. 그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외교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등 핵개발에 대한 국제기구의 사찰 기준과 요건에 대해 이란, 미국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맥도너 미국 대통령비서실장은 6월 16일 “로하니 당선인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의무를 다한다면, 우리는 그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그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새 정부와 최대 현안인 핵개발 문제를 놓고 기꺼이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진전이 이뤄지려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로하니 당선인의 교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란 핵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경우 미국으로선 중동 외교에서 큰 짐 하나를 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세계 각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각국 정부의 유무형적 반발에 시달려왔고, 이를 무마하려고 적잖은 빚을 져온 게 사실이다.
서방은 로하니 정부에게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란과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시리아 사태는 해결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시리아 내전을 언급하며 “이란의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권·이란·레바논 헤즈볼라·러시아’로 이뤄진 한 축과 ‘시리아 반군·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미국과 EU’로 이뤄진 다른 한 축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대결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은 이스라엘을 포위한 시아파의 중추 구실을 하는 삼각벨트다. 이란은 현재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포기할 경우 이는 단순히 시리아 정권이 수니파로 넘어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스라엘의 공세를 받는 레바논 시아파까지 무너질 소지가 크고, 결국 중동 전체 시아파가 공멸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여긴다. 이라크는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지만 국가 내부 상황이 워낙 혼란스러워 시아파 동맹에 힘이 되지 못한다.
‘성과 크지 않을 듯’ 전망 나와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입에 반대한다”면서 “이란의 대(對)시리아 정책은 대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게다가 로하니 당선인은 시아파 성직자 출신이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은 이슬람 국가가 아닌 외부에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단순히 무장투쟁을 동반하는 종파 간 대결이 아니다. 이슬람교 뿌리부터 조상과 이념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며, 싸움 현장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절대절명의 대결인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북아프리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독재자를 쫓아낸 ‘아랍의 봄’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이 시리아에 군 장교들을 보내 정부군을 돕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정부는 4000명 규모의 이란 혁명군을 시리아에 보내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알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이란은 유엔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무기지원을 반대하는 것에 기대를 건다. 또 시리아의 맹방 러시아가 끝까지 알아사드 정권을 버리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가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미국과 EU가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에 나서더라도 시리아 사태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도 바로 이런 팽팽한 역학 구도 때문이다. 중국 역시 겉으로만 크게 내세우지 않을 뿐 알아사드 정권 편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는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로하니 정권은 핵개발 문제와 시리아 내전을 투 트랙으로 다룰 개연성이 높다. 적절한 양보를 통한 핵 협상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면서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되,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는 하메네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렸다. 하메네이가 핵 협상에서 적절한 양보를 지시하지 않는 한 핵문제에 대한 로하니 정부의 운신 폭은 매우 좁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로하니 당선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긴 하지만 실제 성과는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이스라엘 등 중동국가에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