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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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싼 승용차 생산의 비밀

‘나노베이션’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4-15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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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싼 승용차 생산의 비밀

    케빈 프레이버그·재키 프레이버그·데인 던스턴 지음/ 신현승 옮김/ 세종서적/ 724쪽/ 2만4000원

    인도의 운전자는 강심장을 소유했거나 뛰어난 운전 솜씨를 가진 사람이다. 인도 도로에 나서는 순간 사방에서 보행자와 자전거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마차, 스쿠터, 차량이 뒤엉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기 일쑤다. 사정없이 빵빵 울리는 요란한 경적은 혼을 쏙 빼놓는다. 현지인에겐 당연한 듯 보이지만, 외부 사람 눈에는 그야말로 살풍경이다.

    그러니 매년 교통사고로 1000만 명 넘게 부상을 당하고 매일 350명, 연 12만5000명이 사망한다. 인도 교통사고 사망률은 100만 명당 100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유럽 사망률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스쿠터처럼 덮개 없는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2008년 인도에 등록된 이륜 모터 차량은 4500만 대에 달한다.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라탄 나발 타타 타타그룹 회장은 한 일가족이 미끄러운 빗길에 스쿠터 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하고 “돈 없는 사람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국민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스쿠터 한 대 가격에 해당하는 10만 루피(2100달러)의 싼값에 강철 보디, 좌석 4개, 문 4개를 가진 데다 엔진은 뒷부분에 배치한 ‘진짜 자동차’를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누가 봐도 답이 안 나오는 프로젝트였다. 플라스틱 장난감 자동차도 아니고, 그렇게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타타 나노 자동차 프로젝트’에 고개를 저었다.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려면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먼저 자동차에 사용하는 재료와 부품, 공정을 단순화했다. 또한 철저히 고객 수요에 맞추려고 독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을 도입해 무게와 비용을 줄였다. 수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 보디와 프레임을 단일한 고강도 유닛으로 결합한 뒤 알루미늄으로만 만든 2기통 35마력의 엔진을 장착했다. 오토바이에서 개조한 계기판은 초경량에 기능까지 아주 단순화했다.



    2008년 1월 10일 인도 델리 국제오토엑스포에서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싼 승용차 타타 나노가 공개됐다. 타타 회장이 7년간 불가능과 싸워 이기고 신화를 창조한 것. 타타 나노 자동차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전 세계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 두 달 후 제네바 모터쇼에서의 반응도 마찬가지. 타타 나노 예약판매 사흘 만에 신청서 5만여 장, 16일 뒤엔 40만 장 이상이 접수됐다. 세상 사람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자동차가 된 것이다. 자동차는 탈것 이상의 수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타타 나노는 안전한 교통수단을 넘어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 결코 아니다. 말 그대로 인도인에게 ‘작은 차 큰 기쁨’이다.

    타타그룹의 사회적 책임도 유명하다. 타타그룹은 사업이 궤도에 올라 수익성을 확보한 이후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현장에서 주변 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80여 개국에서 계열사 약 100개를 거느리며 한 해 총수익이 710억 달러에 달하는 이 대기업이 빈곤층을 위해 가장 싼 자동차를 개발한 것도 이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

    타타그룹의 DNA는 실패해도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 그리고 직급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열린 소통, 포기할 줄 모르는 과감한 개발 의지다. 쉽게 해낼 수 있다면 ‘나노베이션’이 아니다. 나노베이션은 ‘나노’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의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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