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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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슈퍼맨보다 힘센 여성 영웅 “미모보다 액션으로 평가받겠다”

패티 젱킨스 감독의 ‘원더우먼’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06-02 17: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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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76년 만에 스크린 첫 주연이다. 이름값에 비하면 너무 늦었다 싶다. 영화로 돌아온 ‘원더우먼’(패티 젱킨스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영웅이다. 그의 첫 주연 영화를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오랜만이에요. 1970년대 TV 시리즈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요.
    “한국 팬들은 TV 드라마로 많이 기억해주시더군요. 그런데 만화나 게임 등에서 꾸준히 활동해왔어요. 지난해 슈퍼맨, 배트맨 같은 DC코믹스 출신 친구들과 함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도 출연했고요. 다만 타이틀롤은 처음이라 떨리네요. 영화화 제안은 자주 받았지만 매번 무산됐죠. 할리우드가 여성 캐릭터에 좀 박해요.”

    늘 화제가 된 게 미모 아니겠습니까. TV 드라마 시절과 비교하면 근육량을 좀 늘린 듯해요. 풍만한 부위는 여전하지만.
    “네, 시대적 분위기랄까. 팬들 사이에서도  원작 만화에 가깝게 근육이 좀 더 붙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요. 이젠 여자영웅도 미모뿐 아니라 액션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잖아요.”

    일각에선 생물학적 여성일 뿐 남성적 욕망이 투영된 캐릭터라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말 유엔 명예대사에 임명됐다 두 달도 안 돼 해임됐죠.
    “여성단체들의 반대가 컸어요. 선정적 옷차림과 폭력적 성향의 백인 여성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죠. 미인대회 출신(첫 TV 시리즈 주연인 린다 카터는 미스USA, 영화 주연 갈 가도트는 미스이스라엘)이 여권 신장을 외치는 게 쉽진 않네요 억울한 면도 있어요. ‘원더우먼’ 원작자(윌리엄 몰턴 마스턴)가 여성 인권신장 운동에 참여했던 페미니스트거든요. 저, 1970년대 유명 페미니즘 잡지 ‘미즈’ 창간호 표지모델도 했다고요. 참고로 이번 영화 메가폰은 여성감독이 잡았어요.”

    팔찌, 올가미 같은 무기가 사디즘을 연상케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겨드랑이 털 제모가 남성적 기준을 따른 것이라며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고요.
    “원작자의 성적 취향과 연관 짓기도 하는데 결국 해석 문제죠. 제모는 노출 논란과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외모 말고 작품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이번 작품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비슷한 내용의 원작에선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데 영화에서 수정됐어요.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분위기를 반영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판단이 있었죠.”

    영화 속 스티브 트레버와 로맨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 만화에서 슈퍼맨, 배트맨 등과도 사귀지 않았나요.
    “사적인 질문은 노코멘트. 스티브는 제가 처음 만난 인간이자 첫사랑이에요. 제가 이상주의자라면 스티브는 현실주의자죠. 처음엔 저를 순진한 낙관론자로 생각하지만, 결국 저를 이해해준 친구예요.”

    워낙 완전무결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예컨대 슈퍼맨에겐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 있고 배트맨도 인간적 약점이 많은데, 그런 거 없잖아요. 출신 성분이 남다르고….
    “공주(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니까 금수저 맞죠. 아버지는 제우스고요. 성장기에 사랑을 많이 받아 콤플렉스도 없어요. 힘의 세기로는 슈퍼맨 이상이라고 해요. 제겐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어요. 그걸 단순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영화에서도 얘기했듯, 저도 인간이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생각진 않아요. 다만, 그럼에도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믿어요. 여전히.” 

    구가인 두 아이의 엄마로 한때 ‘애 재우고 테레비’를 보다 이젠 평일 대체휴일에 조조영화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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