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늘 제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설적 와인메이커 안젤로 가야(Angelo Gaja·78)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산 로렌조의 포도와 위대한 와인의 탄생’의 한글판 출간을 축하하고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 책은 미국인 작가가 ‘소리 산 로렌조(Sori San Lorenzo)’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엮은 것으로, 소리 산 로렌조는 안젤로 가야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다르게 생각해’ 만들어낸 걸작 와인이다.
가야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 주의 작은 마을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 자리하고 있다. 가야는 현재 5대째 내려오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4대손인 안젤로 가야는 1970년 와이너리를 넘겨받아 전 세계에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위대함을 알렸다. 바르바레스코는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우아함과 복합미가 뛰어나 ‘이탈리아 와인의 여왕’이라고도 부른다.
소리 산 로렌조는 소리 틸딘(Sori Tildin), 코스타 루시(Costa Russi)와 함께 가야를 대표하는 와인 삼총사다. 그런데 이 와인들의 등급은 최고인 ‘Barbaresco DOCG’가 아니라 한 단계 아래인 ‘Langhe Nebbiolo DOC’다. 최고 등급이 되려면 100% 네비올로여야 하는데, 안젤로 가야는 바르베라(Barbera) 포도를 소량 섞어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에 바르베라를 조금씩 섞곤 했습니다. 1966년 와인 등급을 만들면서 네비올로만 쓰도록 정한 거죠. 최고 등급을 받으려고 무조건 규정을 따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바르베라가 섞여야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진다고 믿거든요.”
안젤로 가야의 설명이 이해는 됐지만, 자기가 만든 와인 가운데 가장 비싼 와인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춘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지나친 배짱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등급보다 정확한 것이 소비자의 입맛이다. 가야의 최고급 와인 삼총사는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좋은 빈티지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소리 산 로렌조, 소리 틸딘, 코스타 루시는 모두 단일 포도밭(single vineyard) 와인이다. 밭 이름이 곧 와인명이고, 와인의 맛도 밭의 성격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소리 산 로렌조는 과일향이 농밀하고 타닌이 짱짱해 강건한 느낌을 준다. 소리 틸딘은 향미가 화려하고 보디감이 묵직하며 부드럽다. 코스타 루시는 다양한 향의 조화가 섬세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과 비교하자면 소리 산 로렌조는 신중한 아토스, 소리 틸딘은 호기로운 포르토스, 코스타 루시는 지적인 아라미스를 연상케 한다.
2013년산부터 가야 삼총사는 등급이 ‘Barbaresco DOCG’로 바뀐다. 안젤로 가야의 뒤를 잇는 세 자녀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이제 그들의 시대가 왔고, 이 변화는 그들 나름의 ‘다른 생각’입니다. 네비올로만으로 만든 와인은 테루아르(terroir)의 순수함을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젤로 가야의 표정에는 후대에게 거는 기대가 가득했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를 추구하는 가야. 이것이 가야 와인을 명품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전설적 와인메이커 안젤로 가야(Angelo Gaja·78)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산 로렌조의 포도와 위대한 와인의 탄생’의 한글판 출간을 축하하고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 책은 미국인 작가가 ‘소리 산 로렌조(Sori San Lorenzo)’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엮은 것으로, 소리 산 로렌조는 안젤로 가야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다르게 생각해’ 만들어낸 걸작 와인이다.
가야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 주의 작은 마을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 자리하고 있다. 가야는 현재 5대째 내려오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4대손인 안젤로 가야는 1970년 와이너리를 넘겨받아 전 세계에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위대함을 알렸다. 바르바레스코는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으로 우아함과 복합미가 뛰어나 ‘이탈리아 와인의 여왕’이라고도 부른다.
소리 산 로렌조는 소리 틸딘(Sori Tildin), 코스타 루시(Costa Russi)와 함께 가야를 대표하는 와인 삼총사다. 그런데 이 와인들의 등급은 최고인 ‘Barbaresco DOCG’가 아니라 한 단계 아래인 ‘Langhe Nebbiolo DOC’다. 최고 등급이 되려면 100% 네비올로여야 하는데, 안젤로 가야는 바르베라(Barbera) 포도를 소량 섞어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에 바르베라를 조금씩 섞곤 했습니다. 1966년 와인 등급을 만들면서 네비올로만 쓰도록 정한 거죠. 최고 등급을 받으려고 무조건 규정을 따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바르베라가 섞여야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진다고 믿거든요.”
안젤로 가야의 설명이 이해는 됐지만, 자기가 만든 와인 가운데 가장 비싼 와인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춘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지나친 배짱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등급보다 정확한 것이 소비자의 입맛이다. 가야의 최고급 와인 삼총사는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좋은 빈티지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소리 산 로렌조, 소리 틸딘, 코스타 루시는 모두 단일 포도밭(single vineyard) 와인이다. 밭 이름이 곧 와인명이고, 와인의 맛도 밭의 성격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소리 산 로렌조는 과일향이 농밀하고 타닌이 짱짱해 강건한 느낌을 준다. 소리 틸딘은 향미가 화려하고 보디감이 묵직하며 부드럽다. 코스타 루시는 다양한 향의 조화가 섬세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과 비교하자면 소리 산 로렌조는 신중한 아토스, 소리 틸딘은 호기로운 포르토스, 코스타 루시는 지적인 아라미스를 연상케 한다.
2013년산부터 가야 삼총사는 등급이 ‘Barbaresco DOCG’로 바뀐다. 안젤로 가야의 뒤를 잇는 세 자녀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이제 그들의 시대가 왔고, 이 변화는 그들 나름의 ‘다른 생각’입니다. 네비올로만으로 만든 와인은 테루아르(terroir)의 순수함을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젤로 가야의 표정에는 후대에게 거는 기대가 가득했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를 추구하는 가야. 이것이 가야 와인을 명품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