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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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능력보다 외모 평가하나

프랑스 대통령선거 출마 후보자들 정책 못지않은 이미지 전쟁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입력2012-04-16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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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를 4월 22일 치른다. 각 정당 대선후보의 표심 잡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대선 출마 후보자의 이념과 공약에 집중하던 프랑스 유권자의 시선이 이제 각 후보의 외모와 스타일까지 훑는다. 과연 대선후보들은 ‘신세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나도 몸짱이다 : 사르코지 vs 올랑드

    최근 나온 지지율에선 니콜라 사르코지가 30%로 1위, 그 뒤를 올랑드가 29%로 바짝 뒤쫓는 양상이다. 두 사람은 대통령 자리뿐 아니라, 최고 몸짱 타이틀을 놓고도 경합한다. 올해 57세인 사르코지는 카를라 브루니와 결혼한 후 한동안 언론의 놀림감이 됐다. 르 그렁 주르날 채널에서는 그가 단신을 커버하려고 연설 때 사용한 지지대를 공개했는가 하면, 아내보다 키가 작은 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줄리아(대통령 부부의 딸)의 친구인가’라는 코멘트를 달아 공개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한 주간지에 공개된 사르코지와 브루니 부부의 여름 휴가 사진도 화제였다. 브루니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모델 출신답게 늘씬한 비키니 몸매를 자랑했지만, 사르코지는 처진 어깨와 불룩 나온 배, 무성한 흰머리, 부실한 다리 등으로 굴욕을 겪었다. 연이어 망신을 당한 사르코지는 변화를 시도했다. 틈 날 때마다 자전거와 조깅으로 몸매를 가꾸는 모습을 공개했다. 최근 잡지 ‘파리 매치’에서는 희끗희끗하던 머리를 염색하고 몸에 달라붙는 슈트를 입은 사르코지 모습이 전면을 장식했다.

    사르코지는 외형뿐 아니라 성격 개조에도 나섰다. 몇 해 전에는 공식 외부행사에서 한 시민에게 “꺼져”라고 말한 것이 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돼 비난을 받았던 그가 최근에는 이동 중 몰리는 취재진에게 “시민을 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또한 농업엑스포에 참석했을 땐 여성 관계자에게 “오늘 참 아름다우십니다”라며 다정다감하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대부분은 “선거철만 되면 반짝 철든다”는 반응을 보인다.



    ‘변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후보가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다. 그는 변화를 넘어 완전 ‘변신’에 도전했다. 정계에 입문한 후 줄곧 여유 있는 몸매 때문에 ‘미쉐린 타이어’의 심벌과 비교되던 그는 대선 출마를 결정지은 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대통령이라면 자기 자신을 완벽히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며 강한 의지로 수개월간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15kg 이상 감량했다. 언제나 넉넉한 양복으로 셔츠 단추가 떨어져 나갈 듯 튀어나온 뱃살을 숨기던 올랑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위압감마저 사라졌다” “더 늙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거기에다 대권주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서도 다소 부족한 면이 보인다. 선거 유세를 시작하기 전에는 편안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였으나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표가 날 정도로 언론을 멀리한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언제나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최근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답은 공식 콘퍼런스를 통해서만 하겠다”고 말했다. ‘물렁한 대통령 후보’가 아닌 강력한 대통령으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방법인지는 몰라도 반응은 좋지 않다.

    # 여왕벌들의 전쟁 : 르펜 vs 졸리

    이번 대선의 대표적인 여성 후보는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과 녹색당의 에바 졸리 두 명이다. 최근 예상 득표율 조사에 따르면, 르펜이 13%로 1.5%인 졸리에 훨씬 앞서지만 외모에서는 막상막하의 대결 양상이다. 올해 43세인 마린 르펜은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수십 년간 이끌었던 극보수파 국민전선을 물려받았다. 소속 정당의 영향 때문인지 그는 평소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집했다. 특히 심플한 블랙 정장과 멋 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금발은 르펜의 상징이다. 각종 연설이나 토론 장소가 아닌 다소 편안한 자리에서도 밝은색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오랫동안 프랑스 정치판을 흔들었던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 이념은 물론, 외모와 목소리까지도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딸이 아버지를 닮은 것은 당연하지만, 극보수파라는 다소 극단적 정당을 이끌며 프랑스 국민 사이에서 ‘디아볼릭’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얼굴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개인적인 평가보다 ‘르펜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는다.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르펜은 스타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어두운색 계열의 정장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플라워 프린트 등을 가미한 비교적 여성스러운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매치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옷은 옷일 뿐, 얼마 전엔 “오늘도 얼마나 많은 모하메드 메라(얼마 전 발생한 프랑스 유대인 살해사건의 아랍 출신 범인)가 비행기와 배를 타고 프랑스로 들어오는지 모른다”고 발언했다. 국민은 이에 “프랑스에 여행 오는 모든 외국인이 살인자냐” “인종차별자인 것이 부끄럽지도 않느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반면 녹색당을 대표하는 에바 졸리는 전혀 다르다. 올해 68세인 그는 주로 파스텔 톤의 편안한 의상을 즐겨 입으며 언제나 빨강 테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졸리는 르펜과는 이념적, 외형적으로 다르지만 외모와 관련해 비판을 받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여성의원 나딘 모라노는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졸리의 결점은 바로 그의 외모”라고 공격해 파문을 일으켰다. 게다가 최근엔 졸리가 젊은 시절 미스 노르웨이 출신이라는 사실과 함께 지금의 주름진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젊은 시절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한물간 졸리’ ‘망가진 졸리’ 등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치인이기 전에 여자인 졸리는 유아용 액세서리를 연상시키는 빨강 테 안경을 벗기로 결심했다. 안경을 쓰고 있다가도 카메라가 다가가면 머리 위에 걸치는 모습이 실제로 방송되기도 했고, 요즘은 좀처럼 하지 않던 화장까지 하며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대선 1차 투표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외모 전쟁은 남의 일 : 멜랑숑 vs 푸투

    대선후보의 외모 전쟁에 무관심한 두 사람은 공산당파의 장뤼크 멜랑숑과 반자본주의신당의 필립 푸투다. 멜랑숑은 공산당파에 걸맞게 언제나 검소한 양복에 상징적인 빨간색 넥타이를 맨다. 외모를 가꾸기는커녕 방송국 카메라에도 관심이 없었다. 한때 “귀찮아 죽겠다”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을 홀대했던 그였으나 대선 출마가 결정된 이후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유세 현장에 찾아온 기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 등 선거를 앞두고 ‘급 친절’ 태도로 바뀌어 비난받기도 했다.

    필립 푸투는 이번 대선의 ‘보헤미안’ 후보로 꼽힌다. 예상 득표율은 1% 미만으로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양복과 넥타이의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인물이다. 푸투는 선거 유세나 공개 토론 때도 청바지 혹은 면바지에 낡은 신발을 신는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스타일은 그가 대표하는 반자본주의신당의 이념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취재진은 항상 웃는 얼굴로 정치와 관련 없는 엉뚱한 대답을 하는 푸투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방송에 출연한 그에게 “맥도날드에는 가는가” “나이키 운동화가 정말 한 켤레도 없는가” “리바이스 청바지는 입지 않는가”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모든 것과 거리를 둔다. 그렇지만 정당 간부들의 요구로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운동은 한다. 선거가 끝나면 탈퇴할 것이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201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는 후보자들의 이념은 물론, 외적 미와 내적 미를 까다롭게 가늠하는 유권자의 모습도 흥미로워 지켜보는 재미를 더한다. 1차 투표 결과가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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