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출판 시장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책은 많이 팔려도 주(건축)에 대한 책은 별로 팔리지 않는다. ‘의’와 ‘식’에 비해 ‘주’가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히트한 책이 없는 건 아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서현, 효형출판)는 5만 부,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창비)은 10만 부,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이용재, 멘토프레스)과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민현식, 돌베개)는 각 2~3만 부 팔렸다. 건축 관련 저술을 꾸준히 내놓는 저자도 있다. 임석재는 40여 권, 이용재는 10여 권 펴냈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의미 있는 저작을 펴낸 사람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건축 관련 서적은 4000~5000부만 팔려도 성공한 것으로 여기지만 출판기획자들은 기피한다. 외국 건축서적에는 대부분 컬러도판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게 만들려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또 건축 사진은 사진가와 건축가 양쪽에 저작권료를 줘야 해 그런 비용까지 부담하고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필자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종합예술인 건축을 다룬 글은 여행, 역사, 미술, 디자인 등 다른 영역과 연결하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쳐야 주목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전공 교수는 글쓰기에 약하고, 건축가는 작업이 먼저며, 평론가급 저술가나 저널리스트는 현실이 너무 열악해 이런 일을 직업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시멘트처럼 견고해 보이던 건축 관련 출판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아파트나 집을 환금성이 있는 투자재로 바라보던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인공처럼 삶을 즐기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개봉 1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에서는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15년 만에 승민(엄태웅 분)을 찾아온 서연(한가인 분)이 건축가가 된 승민에게 자신의 제주도 집을 고쳐달라고 한다. 완성하지 못했던 집을 서연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 좋게 개축하면서 이들은 오해로 어긋났던 사랑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집짓기’는 은유지만, 현실에서 집짓기는 커다란 화두로 성장하고 있다. 무주공공 프로젝트와 기적의 도서관 등 나눔의 미덕을 실천한 건축가 정기용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도 건축의 의미를 일깨운다.
최근 집짓기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킨 책은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다. 건축 전문기자 구본준과 건축설계사 이현욱이 함께 ‘땅콩집’을 지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1년 만에 3만 부나 팔렸다.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은 아파트 전문가인 박철수와 박인석이 함께 보통의 공사비 수준으로 도전적이고 실용적인 살구나무집을 지은 이야기다.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유은혜, 동아일보사)은 단독주택에 사는 26명의 집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와 노하우를 담았다. ‘집을, 짓다’는 ‘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이상 사이)로 잘 알려진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집과 집짓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땅콩집을 지어 유명해진 구본준 기자는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고즈윈)에 실린 글에서 “건축이란 곧 집이고,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곧 건축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건축을 읽어내는 것은 그 시대의 정신을 읽는 작업”이며 “건축의 핵심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는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집’과 ‘인간’을 공학적으로 제대로 연결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건축 관련 서적은 4000~5000부만 팔려도 성공한 것으로 여기지만 출판기획자들은 기피한다. 외국 건축서적에는 대부분 컬러도판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게 만들려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또 건축 사진은 사진가와 건축가 양쪽에 저작권료를 줘야 해 그런 비용까지 부담하고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필자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종합예술인 건축을 다룬 글은 여행, 역사, 미술, 디자인 등 다른 영역과 연결하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쳐야 주목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전공 교수는 글쓰기에 약하고, 건축가는 작업이 먼저며, 평론가급 저술가나 저널리스트는 현실이 너무 열악해 이런 일을 직업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시멘트처럼 견고해 보이던 건축 관련 출판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아파트나 집을 환금성이 있는 투자재로 바라보던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인공처럼 삶을 즐기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개봉 1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에서는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15년 만에 승민(엄태웅 분)을 찾아온 서연(한가인 분)이 건축가가 된 승민에게 자신의 제주도 집을 고쳐달라고 한다. 완성하지 못했던 집을 서연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 좋게 개축하면서 이들은 오해로 어긋났던 사랑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집짓기’는 은유지만, 현실에서 집짓기는 커다란 화두로 성장하고 있다. 무주공공 프로젝트와 기적의 도서관 등 나눔의 미덕을 실천한 건축가 정기용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도 건축의 의미를 일깨운다.
최근 집짓기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킨 책은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다. 건축 전문기자 구본준과 건축설계사 이현욱이 함께 ‘땅콩집’을 지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1년 만에 3만 부나 팔렸다.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은 아파트 전문가인 박철수와 박인석이 함께 보통의 공사비 수준으로 도전적이고 실용적인 살구나무집을 지은 이야기다.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유은혜, 동아일보사)은 단독주택에 사는 26명의 집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와 노하우를 담았다. ‘집을, 짓다’는 ‘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이상 사이)로 잘 알려진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집과 집짓기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땅콩집을 지어 유명해진 구본준 기자는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고즈윈)에 실린 글에서 “건축이란 곧 집이고,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곧 건축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건축을 읽어내는 것은 그 시대의 정신을 읽는 작업”이며 “건축의 핵심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는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집’과 ‘인간’을 공학적으로 제대로 연결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