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TV 리얼리티쇼 전성기다. 지금 TV 앞에 앉아 있다면 리모컨 채널 버튼을 눌러보라. 번호 두세 개를 건너뛰기도 전에 ‘무한도전’이나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런닝맨’ ‘청춘불패2’ ‘짝’ 중 어느 하나를 만날 것이다. 각종 퀴즈쇼까지 더하면 리얼리티쇼는 훨씬 많아진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리얼리티쇼는 단연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이다.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K팝스타’ ‘TOP 밴드’ ‘슈퍼스타K’ 등이 대표적이고 패션모델이나 디자이너, 요리왕을 선발하는 리얼리티쇼도 범람한다.
거액을 내건 경연ㆍ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일반인의 짝짓기, 연예스타들의 여행ㆍ모험ㆍ임무 완수기까지 리얼리티쇼는 각양각색의 형식과 소재를 자랑하지만, 모두 ‘각본 없는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최고 1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과 때론 다툼도 불사하는 참가자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리얼리티쇼가 지닌 오락적 요소다.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
이런 의미에서 최후의 생존자 1명을 가리기까지 참가자들이 사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야말로 시청자를 열광케 하는 가장 리얼한 쇼라 하겠다. 탈락자가 한 명씩 늘어갈 때마다 시청률도 치솟는다.
이제 서바이벌 게임을 극단적 상상력 속으로 밀어 넣어보자.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이다. 단어 뜻 그대로 참가자는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기고 모두 죽는 TV쇼다. 극한의 상상력에 소설가와 영화인도 매혹됐다. 아멜리 노통브의 ‘황산’은 집단 수용소를 무대로 한 TV 리얼리티쇼를 다룬 소설이다. 한 방송사가 시청률을 높이려고 극악한 간수를 배치한 감옥을 만들고, 시민 중 무작위로 참가자를 뽑아 감금한다.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한 참가자는 처형한다. TV쇼는 대성공을 거둔다.
다니엘 미나한 감독의 미국 영화 ‘시리즈 7’(2001년)이나 스콧 와이퍼 감독의 ‘컨뎀드’(2007년)는 참가자가 죽고 죽이는 게임을 벌여 최후의 생존자 한 명을 가리는 TV쇼를 다뤘다. 한국 영화로는 2009년 개봉한 조민호 감독의 ‘10억’이 있다. 인터넷 TV 방송국이 오지에서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쇼를 기획하고 10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참가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한 명씩 죽음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4월 5일 개봉한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 역시 TV와 리얼리티쇼,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다. 12개 행정구역으로 나뉜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이 배경이다. 판엠에서는 1년에 한 번 구역별로 10대 남녀 두 명을 추첨으로 선발한다. 그리고 그 24명이 TV쇼에서 생존전쟁을 벌인다. 최후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참가자들은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 이름 하여 헝거게임.
이런 끔찍한 게임을 왜 할까. 독재국가 판엠에선 이미 여러 차례 반란과 내전이 일어났다. 정부는 반란의 위험을 경고하고 미연에 내란을 방지해 체제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 특별한 게임을 고안했다. 주인공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라는 10대 후반의 소녀다. 어린 여동생이 참가자로 뽑히자 캣니스가 대신 나선다. 캣니스를 짝사랑하던 피타(조시 허처슨 분)도 같은 구역 남자대표로 뽑힌다. 경기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하나. 캣니스가 가장 잘 다루는 무기는 활이다(활을 들고 화살을 과녁에 척척 맞추는 캣니스의 모습이 양궁강국 한국의 관객에겐 무척 익숙하다).
짝사랑 여인을 죽여야 하는 운명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TV쇼 헝거게임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닮았다. 개막을 앞두고 합숙과 훈련을 하고 ‘전야제’격 행사에선 유명 사회자가 토크쇼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자기를 소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능만큼이나 휴먼스토리가 중요하듯, 이 토크쇼에서도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참가자들은 개막 전에 ‘스폰서’을 앞에 두고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한다. 스폰서가 얼마나 붙느냐가 각 참가자의 우승 여부와 TV쇼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린 동생을 대신해 쇼에 참가한 캣니스, 그리고 짝사랑하는 여인을 죽여야 하는 비운의 연인 피타의 사연은 단숨에 헝거게임의 최고 이슈가 된다.
드디어 죽음의 카니발이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하나 둘 무참히 죽어나가거나 점점 살인을 즐기는 악마로 변해간다. 일부는 살육을 피해 끊임없이 숨고 도망친다. 살인의 게임에 반대하지만 상대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캣니스와 피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헝거게임’은 2008년 시작돼 3부로 완결한 수잰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4부로 기획한 영화의 첫 편인 이번 영화는 미국에서 후속편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역대 오프닝 1위 기록을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반응을 일으켰다. 독재와 미디어가 결합한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디션 리얼리티쇼 전성기에 관한 묵시록이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셈이다.
이제 흥미로운 것은 리얼리티쇼의 룰뿐 아니라 그것을 보는 시청자의 반응이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K팝스타’를 즐겼던 당신. 만약 죽음을 담보로 한 서바이벌 게임쇼가 열린다면 열광할 수 있을까. ‘노(No)’라고 장담하지 마라. 당신 안의 ‘괴물’에 대한 훌륭한 증거가 있다.
1961년 스탠리 밀그램 예일대 교수가 행한 ‘밀그램 실험’과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의 ‘감옥 실험’이 그것이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를 교사로 설정해 학생들이 암기 과제를 하나씩 틀릴 때마다 15V에서 450V까지 전기충격을 주도록 했다. 물론 학생도, 전류도 가짜였지만 교사로 설정된 피실험자에겐 실제 상황이라고 속였다. 예상을 깨고 절반이 훨씬 넘는 피실험자가 450V 전기충격 버튼을 눌렀다. 스탠퍼드대 감옥 실험은 재학생 중 젊고 건강하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24명을 교도관과 수감자로 배역을 나눠 가상 감옥으로 들여보냈다. 실험이 시작되자 교도관을 맡은 학생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가상의 수감자에게 끔찍한 고문과 신체적 위해를 가했다. 다양한 성적, 심리적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실험은 예정 기간을 못 채우고 중단됐다. 감옥 실험은 독일과 미국에서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당신 안의 관음증, 가학적 욕망, 악마적 본성 같은 괴물은 언제든지 깨어날 준비가 돼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리얼리티쇼는 단연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이다.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K팝스타’ ‘TOP 밴드’ ‘슈퍼스타K’ 등이 대표적이고 패션모델이나 디자이너, 요리왕을 선발하는 리얼리티쇼도 범람한다.
거액을 내건 경연ㆍ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일반인의 짝짓기, 연예스타들의 여행ㆍ모험ㆍ임무 완수기까지 리얼리티쇼는 각양각색의 형식과 소재를 자랑하지만, 모두 ‘각본 없는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최고 1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과 때론 다툼도 불사하는 참가자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리얼리티쇼가 지닌 오락적 요소다.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
이런 의미에서 최후의 생존자 1명을 가리기까지 참가자들이 사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야말로 시청자를 열광케 하는 가장 리얼한 쇼라 하겠다. 탈락자가 한 명씩 늘어갈 때마다 시청률도 치솟는다.
이제 서바이벌 게임을 극단적 상상력 속으로 밀어 넣어보자.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이다. 단어 뜻 그대로 참가자는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기고 모두 죽는 TV쇼다. 극한의 상상력에 소설가와 영화인도 매혹됐다. 아멜리 노통브의 ‘황산’은 집단 수용소를 무대로 한 TV 리얼리티쇼를 다룬 소설이다. 한 방송사가 시청률을 높이려고 극악한 간수를 배치한 감옥을 만들고, 시민 중 무작위로 참가자를 뽑아 감금한다.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한 참가자는 처형한다. TV쇼는 대성공을 거둔다.
다니엘 미나한 감독의 미국 영화 ‘시리즈 7’(2001년)이나 스콧 와이퍼 감독의 ‘컨뎀드’(2007년)는 참가자가 죽고 죽이는 게임을 벌여 최후의 생존자 한 명을 가리는 TV쇼를 다뤘다. 한국 영화로는 2009년 개봉한 조민호 감독의 ‘10억’이 있다. 인터넷 TV 방송국이 오지에서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쇼를 기획하고 10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참가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한 명씩 죽음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4월 5일 개봉한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 역시 TV와 리얼리티쇼,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다. 12개 행정구역으로 나뉜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이 배경이다. 판엠에서는 1년에 한 번 구역별로 10대 남녀 두 명을 추첨으로 선발한다. 그리고 그 24명이 TV쇼에서 생존전쟁을 벌인다. 최후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참가자들은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 이름 하여 헝거게임.
이런 끔찍한 게임을 왜 할까. 독재국가 판엠에선 이미 여러 차례 반란과 내전이 일어났다. 정부는 반란의 위험을 경고하고 미연에 내란을 방지해 체제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 특별한 게임을 고안했다. 주인공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라는 10대 후반의 소녀다. 어린 여동생이 참가자로 뽑히자 캣니스가 대신 나선다. 캣니스를 짝사랑하던 피타(조시 허처슨 분)도 같은 구역 남자대표로 뽑힌다. 경기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하나. 캣니스가 가장 잘 다루는 무기는 활이다(활을 들고 화살을 과녁에 척척 맞추는 캣니스의 모습이 양궁강국 한국의 관객에겐 무척 익숙하다).
짝사랑 여인을 죽여야 하는 운명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TV쇼 헝거게임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닮았다. 개막을 앞두고 합숙과 훈련을 하고 ‘전야제’격 행사에선 유명 사회자가 토크쇼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자기를 소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능만큼이나 휴먼스토리가 중요하듯, 이 토크쇼에서도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참가자들은 개막 전에 ‘스폰서’을 앞에 두고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한다. 스폰서가 얼마나 붙느냐가 각 참가자의 우승 여부와 TV쇼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린 동생을 대신해 쇼에 참가한 캣니스, 그리고 짝사랑하는 여인을 죽여야 하는 비운의 연인 피타의 사연은 단숨에 헝거게임의 최고 이슈가 된다.
드디어 죽음의 카니발이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하나 둘 무참히 죽어나가거나 점점 살인을 즐기는 악마로 변해간다. 일부는 살육을 피해 끊임없이 숨고 도망친다. 살인의 게임에 반대하지만 상대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캣니스와 피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헝거게임’은 2008년 시작돼 3부로 완결한 수잰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4부로 기획한 영화의 첫 편인 이번 영화는 미국에서 후속편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역대 오프닝 1위 기록을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반응을 일으켰다. 독재와 미디어가 결합한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디션 리얼리티쇼 전성기에 관한 묵시록이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셈이다.
이제 흥미로운 것은 리얼리티쇼의 룰뿐 아니라 그것을 보는 시청자의 반응이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K팝스타’를 즐겼던 당신. 만약 죽음을 담보로 한 서바이벌 게임쇼가 열린다면 열광할 수 있을까. ‘노(No)’라고 장담하지 마라. 당신 안의 ‘괴물’에 대한 훌륭한 증거가 있다.
1961년 스탠리 밀그램 예일대 교수가 행한 ‘밀그램 실험’과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의 ‘감옥 실험’이 그것이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를 교사로 설정해 학생들이 암기 과제를 하나씩 틀릴 때마다 15V에서 450V까지 전기충격을 주도록 했다. 물론 학생도, 전류도 가짜였지만 교사로 설정된 피실험자에겐 실제 상황이라고 속였다. 예상을 깨고 절반이 훨씬 넘는 피실험자가 450V 전기충격 버튼을 눌렀다. 스탠퍼드대 감옥 실험은 재학생 중 젊고 건강하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24명을 교도관과 수감자로 배역을 나눠 가상 감옥으로 들여보냈다. 실험이 시작되자 교도관을 맡은 학생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가상의 수감자에게 끔찍한 고문과 신체적 위해를 가했다. 다양한 성적, 심리적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실험은 예정 기간을 못 채우고 중단됐다. 감옥 실험은 독일과 미국에서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당신 안의 관음증, 가학적 욕망, 악마적 본성 같은 괴물은 언제든지 깨어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