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민주통합당에서는 ‘원충연 수첩’을 분석했다며 ‘BH(청와대의 약칭)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함’이라는 문장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외에 BH와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도 함께 민간인 사찰에 나섰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충연은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이다.
그러나 해당 글귀 아래 적힌 다음 문장과 함께 읽으면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BH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함’이라고 적힌 페이지 바로 옆에는 민간인 사찰의 대표적 피해자인 김종익 KB한마음 전 대표의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메모해놓았다. 아울러 건강보험공단 총무이사와 인력관리실장, 국민연금공단 경영지원실장과 노사협력팀장의 전화번호도 적어놓았다. 즉, 원충연 수첩에 등장하는 메모 내용은 어떤 부분과 연관 지어 해석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180°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연말 장차관 인사 대비용?
검찰 관계자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의 핵심은 왜 공식 보고라인을 무시하고 이영호 전 고용노동비서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느냐 하는 점”이라면서 “비선을 가동한 이유가 VIP(대통령) 외에 다른 정권 실세에게 정보를 넘기기 위해서가 아닌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공무원의 직무감찰과 비위 조사는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책무”라면서 “다만 비공식라인을 가동하고, 직무감찰의 범위를 넘어 민간인까지 사찰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충연 전 조사관은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침묵하는 사이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싸우는 여야 정치권은 그의 수첩 내용을 둘러싸고 사찰 공방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