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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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나 짓지” 하다 큰코다칠라

귀농의 성공 조건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3-26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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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나 짓지” 하다 큰코다칠라

    전남 강진군은 귀농인의 정착을 도우려고 이들이 지역 선도농가에서 숙식하며 영농기술을 배우도록 배려한다.

    “나 시골로 돌아갈래.”

    최근 도시를 탈출해 시골로 향하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한몫했다. 10여 년 전인 2001년에는 귀농가구가 한 해 880가구였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2009년 4000가구를 넘어서더니 지난해엔 1만 가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66.3%가 농촌 이주를 희망하며, 그중 13.9%는 5∼10년 이내에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이 느는 것이 단순히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철들고 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은 도시다. 따라서 도시생활을 하며 느끼는 고향에 대한 향수만큼이나 도시를 떠나 시골생활을 하면서 겪을 불편 또한 클 것이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이 느는 데는 향수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는 비록 정년을 맞아 직장을 떠나지만, 아직 일할 의욕이 있고 그럴 만한 능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 시골로 향하는 것이다.

    물론 시골로 간다고 해서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통상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통칭해 귀농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 귀농과 귀촌은 구별해야 한다. 귀농이 농어촌으로 이주해 직접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귀촌은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한 해 시골로 이주한 1만503가구 중 귀농가구가 전체의 62%(6541가구)를 차지한 것을 보면, 도시를 떠나 시골로 향한 데는 경제적 동기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조급하게 성공 바라면 낭패 보기 십상



    그러면 귀농가구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할까. 농림수산식품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귀농가구 중 절반(53%)은 벼나 배추처럼 특별한 시설이나 생산기술이 필요 없는 노지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거나 전문 기술이 필요한 시설원예(13%), 과수(17%), 축산(6%)에 종사하는 귀농가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론 농업도 사업인 만큼 투자를 전혀 안 할 수는 없지만, 이주 초기 농촌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과도하게 투자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실제 정착에 실패하는 귀농가구가 꽤많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 귀농·귀촌한 4080가구 가운데 5.4%가 정착에 실패하고 이듬해 도시로 돌아왔다. 이들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귀농생활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농사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농사도 엄연한 일인 만큼 그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를 익히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게다가 뙤약볕 아래서 하는 육체노동이 대부분이라 고되고 힘들다. 도시보다 시골이니까 당연히 생활비가 적게 들 거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주거비만 따져봐도 도시 아파트보다 시골 단독주택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첫째, 욕심은 적게 갖고, 준비는 많이 해야 한다. 빠른 시간에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조바심부터 버려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귀농에는 성공하겠다는 자세보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살아보겠다는 자세가 적합할지도 모른다. 귀농에 실패한 가구 대부분은 정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수익을 내려고 조급하게 달려든 경우다. 그러다 생각했던 것만큼 큰 수익이 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제 풀에 꺾여 시골생활의 불편함만 탓한 채 도시로 돌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정착 초기에는 시골생활을 즐기려고 귀촌했다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생활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면 그때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도 늦지 않다.

    “농사나 짓지” 하다 큰코다칠라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사전 준비 가능

    둘째, 이웃과 잘 어울려야 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도시생활과 달리 시골은 누구네 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이웃끼리 가깝게 지낸다. 따라서 시골에서 잘 살려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무엇이든 이웃과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귀농한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은 마을회관을 방문해 동네 어르신에게 인사드리는 일이다. 시골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의 손과 발이 돼 마을 일에 앞장서면 쉽게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다. 일단 이웃과 친해지면 동네 주민으로부터 농사기술을 배우고 농기구도 빌려 쓰는 등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셋째, 가족의 이해와 지원은 귀농생활에 큰 힘이 된다. 직장인 가운데 퇴직한 다음 곧바로 귀농이나 귀촌하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촌으로 내려가자고 할 때 선뜻 응할 가족은 많지 않으니 일단 가족과 충분히 의논하고 협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자녀의 대학 공부와 결혼 문제가 남았다면 당장 귀농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남편은 직장을 퇴직한 후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선다는 생각에 쉽게 귀농을 결정할지 모르지만, 아내는 수년간 정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나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정착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정을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아내와 상의한 다음 귀농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완충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 퇴직한 다음 무턱대고 귀농하기보다 1∼2년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적응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간에 자신이 농촌생활에 적합한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뿐 아니라 시골과 도시를 오가면서 시골에 있을 때는 농사기술을 익히고, 도시에 거주할 때는 유통망을 개척해둬야 본격적으로 귀농생활을 시작했을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농사나 짓지” 하다 큰코다칠라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꼼꼼한 사전준비가 필수다. 귀농을 생각해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물어볼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이다. 고추, 오이, 수박 등 각종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초 지식에서부터 농산물 가공과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에서 귀농·귀촌 절차에 대한 안내는 물론, 우수 사례도 접할 수 있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통해 귀농에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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