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8일, 롯데백화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백화점 홈페이지 통합 검색창에 가장 많이 입력된 단어는 ‘시계’다. 지난해 남성 고객이 백화점의 새로운 ‘큰손’으로 주목받으면서 고가(高價)의 시계가 인기를 끌었고, 시계 매출은 2010년 대비 26.2% 신장했다.
우리나라 명품족은 브랜드 단독 매장이라 부르는 일명 ‘플래그십 스토어’보다 백화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오메가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까르띠에를 제외하고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시계 브랜드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백화점에서 발표한 전년 대비 26.2%의 시계 매출 성장률은 우리나라 전체 시계 매출의 성장률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왼쪽 손목의 검은 시계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가속화한 남성 명품 시계 열풍은 201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명품 가방에 관심 많은 여성이 언제 어디서든 가방에 눈길을 빼앗기는 것처럼,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성은 다른 사람이 찬 시계에 큰 관심을 보인다. ‘시계’가 백화점 홈페이지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 것도 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성들이 열심히 ‘시계’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기념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마침내 세상에 정체를 드러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의 외모와 나이, 성격, 후계 구도에 주목했지만, 명품 시계 애호가들은 김정은이 왼쪽 손목에 찬 검은색 시계에 주목했다. 국내 일간지들은 ‘조선인민공화국 김정은의 시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 시계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기사는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만큼 김정은이 찬 시계는 최고급 명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계 전문가의 의견도 실었다.
누리꾼 사이엔 “북한산 모란봉 시계 중 하나일 수 있다” “명품 시계의 종착역이라 부르는 파텍필립의 한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같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시계 업계 종사자, 명품 시계 수리 전문가, 시계 전문 블로거 등에게 수소문해도 김정은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김정은의 시계 이야기가 처음 흘러나온 곳은 시계 전문 블로그 티피리포트였다. 기계식 시계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이 활동하는 티피리포트에서 ‘김정은의 시계는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됐고 결국 신문기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타임 포럼 같은 시계 전문 사이트에도 종종 유명인의 시계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글이 올라온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찬 시계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시계 애호가 사이에서 최근 화제는 개그맨 최효종의 시계였다. 일요일 밤마다 “애매합니다요~”를 외치고, 강용석 의원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최효종이 언제부턴가 ‘위블로’를 차고 나왔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행복합니다”를 외칠 때만 해도 그가 찬 시계는 수십만 원짜리 폴스미스였다. 그마저도 협찬이었다. 그런데 그가 명품 위블로를 차고 나오자 누리꾼들은 시계의 진품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위블로 같은 수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협찬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최효종의 위블로가 협찬품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직접 구입했거나 선물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막 유명해지기 시작한 개그맨이 2000만 원대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효종의 시계를 일찌감치 ‘짝퉁’으로 단정해버린 누리꾼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한 덕분에 최효종이 부유한 환경에서 생활했으며, 그의 여자 친구도 상당한 부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찬 위블로가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헷갈려 하는 누리꾼들을 위해 위블로 홍보 담당자에게 직접 확인해봤더니 최효종의 시계는 진품이었다.
“진짜입니다.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들었는데 그의 여자 친구가 선물해준 시계라고 합니다. ‘위블로 빅뱅 블랙 매직’으로 가격은 2000만 원대입니다.”
최근 위블로를 차고 나온 연예인이 또 있다. 2011년 12월 5일, 5년여 열애 끝에 영화배우 김효진과 결혼식을 올린 유지태다. 결혼식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은 신부에게 키스하라고 요청했고 유지태는 김효진에게 입을 맞추며 오른손으로 목 주변을 감쌌다. 그 장면을 본 많은 이가 연예인 커플의 키스신 자체에 주목했겠지만, 시계 애호가들은 유지태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위블로에 시선을 고정했다.
유지태의 위블로는 ‘블링블링’
유지태의 위블로는 좀 의외였다. 최근 이승철, 추신수, 작곡가 용감한 형제와 돈스파이크, 송승헌 등 여러 연예인의 손목에서 위블로를 목격했지만 유지태의 위블로는 그의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려 충격적이었다. 연기파 배우 이미지가 강한 유지태에게 위블로는 너무 ‘블링블링’한 시계기 때문이다. 익명의 시계 업계 관계자는 “유지태의 손목에서 위블로를 보는 순간, 유지태에 대한 클래식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위블로는 2009년 국내에 정식 론칭한 후 연예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검색창에 ‘위블로’라고 치면 장동건, 최지우, 전현무 등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쯤 되니 남자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왜 위블로를 좋아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위블로는 시계 브랜드 이름이다. 롤렉스나 브레게처럼 스위스 태생이며, 수백 년 역사의 정통 시계 브랜드에 비해 짧은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다. 위블로(Hublot)를 ‘휴블롯’으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브랜드다. 2005년 ‘빅뱅’이라는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럭셔리 스포츠 시계를 론칭하며 주목받았고, 2008년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에 인수합병되면서 고급 시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남성 패션잡지 시계 담당 기자는 “(위블로의) 터프한 외관이 남성의 마초적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위블로는 누가 봐도 남성 시계다. 기존의 기계식 시계가 추구해온 보수적이고 클래식한 면과는 거리가 멀다.
위블로 열풍에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한몫했다. 위블로는 월드컵축구, 포뮬러1(F1)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스포츠 팀과 유명인을 후원하는 방법으로 언론에 수없이 노출됐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남성 명품 시계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마케팅의 천재’로 불리는 장 클로드 비버 위블로 최고경영자(CEO)의 작품이다. 비버의 각종 마케팅 전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퍼져 나갔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남성의 마초적인 로망을 자극했다. 이것은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최근의 위블로 열풍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계 애호가들도 있다. 한 명품 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위블로=비싼 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주고 위블로를 구입하는데, 자동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 비싼 시계를 구입하는 이유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찬 시계’기 때문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미 삼아 누가 어떤 시계를 찼는지 알아내는 정도의 가벼운 관심이 아닌, 기계식 시계가 가진 진정한 가치에 끌린 사람에게 위블로는 거품일 수 있다”며 시계 장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시계인지보다 ‘누가’ 찬 ‘얼마짜리’ 시계인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 명품족은 브랜드 단독 매장이라 부르는 일명 ‘플래그십 스토어’보다 백화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오메가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까르띠에를 제외하고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시계 브랜드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백화점에서 발표한 전년 대비 26.2%의 시계 매출 성장률은 우리나라 전체 시계 매출의 성장률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왼쪽 손목의 검은 시계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가속화한 남성 명품 시계 열풍은 201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명품 가방에 관심 많은 여성이 언제 어디서든 가방에 눈길을 빼앗기는 것처럼,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성은 다른 사람이 찬 시계에 큰 관심을 보인다. ‘시계’가 백화점 홈페이지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 것도 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성들이 열심히 ‘시계’를 입력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기념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마침내 세상에 정체를 드러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의 외모와 나이, 성격, 후계 구도에 주목했지만, 명품 시계 애호가들은 김정은이 왼쪽 손목에 찬 검은색 시계에 주목했다. 국내 일간지들은 ‘조선인민공화국 김정은의 시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 시계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기사는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만큼 김정은이 찬 시계는 최고급 명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계 전문가의 의견도 실었다.
누리꾼 사이엔 “북한산 모란봉 시계 중 하나일 수 있다” “명품 시계의 종착역이라 부르는 파텍필립의 한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같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시계 업계 종사자, 명품 시계 수리 전문가, 시계 전문 블로거 등에게 수소문해도 김정은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김정은의 시계 이야기가 처음 흘러나온 곳은 시계 전문 블로그 티피리포트였다. 기계식 시계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이 활동하는 티피리포트에서 ‘김정은의 시계는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됐고 결국 신문기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타임 포럼 같은 시계 전문 사이트에도 종종 유명인의 시계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글이 올라온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찬 시계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시계 애호가 사이에서 최근 화제는 개그맨 최효종의 시계였다. 일요일 밤마다 “애매합니다요~”를 외치고, 강용석 의원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해 인지도가 급상승한 최효종이 언제부턴가 ‘위블로’를 차고 나왔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행복합니다”를 외칠 때만 해도 그가 찬 시계는 수십만 원짜리 폴스미스였다. 그마저도 협찬이었다. 그런데 그가 명품 위블로를 차고 나오자 누리꾼들은 시계의 진품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위블로 같은 수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협찬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최효종의 위블로가 협찬품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직접 구입했거나 선물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막 유명해지기 시작한 개그맨이 2000만 원대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효종의 시계를 일찌감치 ‘짝퉁’으로 단정해버린 누리꾼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한 덕분에 최효종이 부유한 환경에서 생활했으며, 그의 여자 친구도 상당한 부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찬 위블로가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헷갈려 하는 누리꾼들을 위해 위블로 홍보 담당자에게 직접 확인해봤더니 최효종의 시계는 진품이었다.
“진짜입니다.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들었는데 그의 여자 친구가 선물해준 시계라고 합니다. ‘위블로 빅뱅 블랙 매직’으로 가격은 2000만 원대입니다.”
최근 위블로를 차고 나온 연예인이 또 있다. 2011년 12월 5일, 5년여 열애 끝에 영화배우 김효진과 결혼식을 올린 유지태다. 결혼식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은 신부에게 키스하라고 요청했고 유지태는 김효진에게 입을 맞추며 오른손으로 목 주변을 감쌌다. 그 장면을 본 많은 이가 연예인 커플의 키스신 자체에 주목했겠지만, 시계 애호가들은 유지태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위블로에 시선을 고정했다.
유지태의 위블로는 ‘블링블링’
유지태의 위블로는 좀 의외였다. 최근 이승철, 추신수, 작곡가 용감한 형제와 돈스파이크, 송승헌 등 여러 연예인의 손목에서 위블로를 목격했지만 유지태의 위블로는 그의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려 충격적이었다. 연기파 배우 이미지가 강한 유지태에게 위블로는 너무 ‘블링블링’한 시계기 때문이다. 익명의 시계 업계 관계자는 “유지태의 손목에서 위블로를 보는 순간, 유지태에 대한 클래식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위블로는 2009년 국내에 정식 론칭한 후 연예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검색창에 ‘위블로’라고 치면 장동건, 최지우, 전현무 등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쯤 되니 남자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왜 위블로를 좋아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위블로는 시계 브랜드 이름이다. 롤렉스나 브레게처럼 스위스 태생이며, 수백 년 역사의 정통 시계 브랜드에 비해 짧은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다. 위블로(Hublot)를 ‘휴블롯’으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브랜드다. 2005년 ‘빅뱅’이라는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럭셔리 스포츠 시계를 론칭하며 주목받았고, 2008년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에 인수합병되면서 고급 시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남성 패션잡지 시계 담당 기자는 “(위블로의) 터프한 외관이 남성의 마초적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위블로는 누가 봐도 남성 시계다. 기존의 기계식 시계가 추구해온 보수적이고 클래식한 면과는 거리가 멀다.
위블로 열풍에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한몫했다. 위블로는 월드컵축구, 포뮬러1(F1)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스포츠 팀과 유명인을 후원하는 방법으로 언론에 수없이 노출됐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남성 명품 시계로 등극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마케팅의 천재’로 불리는 장 클로드 비버 위블로 최고경영자(CEO)의 작품이다. 비버의 각종 마케팅 전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퍼져 나갔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남성의 마초적인 로망을 자극했다. 이것은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최근의 위블로 열풍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계 애호가들도 있다. 한 명품 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위블로=비싼 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주고 위블로를 구입하는데, 자동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 비싼 시계를 구입하는 이유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찬 시계’기 때문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미 삼아 누가 어떤 시계를 찼는지 알아내는 정도의 가벼운 관심이 아닌, 기계식 시계가 가진 진정한 가치에 끌린 사람에게 위블로는 거품일 수 있다”며 시계 장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시계인지보다 ‘누가’ 찬 ‘얼마짜리’ 시계인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