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신조가 뭔가요?”
“굶어 죽어도 월급쟁이는 되지 말자예요.”
“장점은 뭐죠?”
“술 잘 마시고 쌍욕으로 3개 국어가 가능한 거요.”
입사 면접관의 질문에 이런 발칙한 답을 내놓는 간 큰 여자가 나타났다. 도통 상식이라곤 통할 것 같지 않은 이 문제의 인물은 1월 2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여주인공 백여치(정려원 분). 그룹 총수의 하나뿐인 외손녀다.
배우 정려원(31)은 “그동안 내 겉모습이 비실비실해 보여 아프고 연약한 역을 많이 했는데 여치는 반대로 아주 씩씩할 뿐 아니라, 염치도 눈치도 없다. 한국의 패리스 힐턴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철부지지만 사랑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촬영으로 바쁜 시기에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것도 여치 캐릭터에 끌려서다.
“이범수 선배님이 ‘연기는 세계여행과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해요. 한번 가보니 참 좋았던 곳도 있고, 나랑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 안 맞는 곳도 있지만 가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제게 여치라는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보고 듣긴 했는데 가보지는 못한 나라 같았어요. 참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새롭지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그곳에 가고 싶은 열망을 참을 수 없으면 바로 짐을 싸서 무작정 떠나요. 그러다 보니 ‘샐러리맨 초한지’ 속 여치 나라에 와버렸죠.”
‘천일의 약속’의 뒤를 이은 ‘샐러리맨 초한지’는 중국 고서 ‘초한지’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샐러리맨의 애환과 성공스토리를 그린다. 지난해 40% 넘는 시청률을 올린 ‘자이언트’의 유인식 PD와 장영철·정경순 작가, 이길복 촬영감독 외에도 배우 이덕화(진시황 역), 이범수(유방 역), 김서형(모가비 역)이 다시 뭉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시황이 이끄는 천하그룹을 무대로 삼류대 출신인 유방과 흠 잡을 데 없는 스펙을 가진 최항우(정겨운 분)는 일과 사랑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그 사이에 까칠한 미녀 여치가 있다.
“원래 욕쟁이? 연기하면서 대리만족”
여치는 세상물정에 어둡고 사치스러운 데다 모든 직원을 종처럼 부리는 안하무인에 천방지축이다. 정려원의 말을 빌리자면 “몸매 되고 얼굴도 되는데 싸가지는 없는 캐릭터”다. 공공장소에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육두문자를 내뱉는 여치를 보면 정려원이 원래 ‘욕쟁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물론 그의 걸쭉한 욕설은 방송 심의와 청소년 시청자를 위해 ‘삐리리’ 처리될 예정이다.
▼ 평소에도 욕을 잘하나요.
“아니요. 여치 대사에 욕이 많아 연기하면서 애 좀 먹었어요. 현장에서 민망한 적도 많았고요. 하지만 민망하니까 많이 성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연기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은근히 풀리고…. 평소에는 감히 할 수 없는 짓을 하니까 연기하면서 저도 대리만족을 느껴요.”
▼ 여치 캐릭터가 자신과 닮았나요.
“생긴 건 딱 여치라고 하는데 제 성격과는 많이 달라서 캐릭터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더구나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느라 매일 공부하는 기분이에요. 대담한 연기가 필요해 여치의 대담한 성격을 닮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 캐릭터를 연구해보니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지금까지 해본 여주인공 캐릭터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게 아니라 일단 참고 변호사에게 넘겨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참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요. 그런 사람을 대변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는 오랜만이에요. 여치라는 캐릭터가 무척 산뜻하게 다가왔고 그 여자가 왜 그러는지 차츰 나오는데, 알면서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 하는 건 천지차이라는 걸 알았어요. 캐릭터는 제가 만들어가기 나름 아닐까 싶어요.”
▼ 이번 배역이 몸에 잘 맞는 옷인가요.
“열심히 입고 있어요. 여치에 공감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드라마를 오랜만에 하는 거라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옷이 편해지고 있어요.”
▼ 여치 캐릭터가 너무 독특해서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게 내심 걱정되긴 해요. 여치가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설정이어서 100% 한국 마인드가 아니에요. 또 대사의 절반 이상을 영어로 말하거나 아무에게나 반말하는 모습 때문에 비호감으로 비칠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연기를 통해 여치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내면의 아픔을 잘 설명해주려고 해요.”
정려원은 여치로 완벽하게 변신하려고 웬만한 트렌드 세터도 엄두를 내기 힘든 킬힐과 자유분방한 패션을 선보인다. 머리도 빨갛게 염색했다. 연기를 위해 염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치를 떠올리면 왠지 검정머리는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강렬한 빨강으로 염색했더니 여치답더라고요. 옷도 굉장히 컬러풀해요. 빨강머리에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어서 늘 화보 찍는 기분으로 연기해요. 몸에 뭐가 많이 달려 있어 어색하기도 한데 그 자체가 재미나요.”
여치는 끈질기게 구애 공세를 펴는 항우에게 흔들리지만 몇 차례 엉뚱한 소동을 겪으면서 유방에게 마음이 기운다. 정려원은 “여치가 유방을 만나면서 관점이 바뀌고 단체생활을 하는 법을 터득해간다”고 말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샐러리맨 초한지’의 큰 줄기 중 하나다. 실제 상황이라면 정려원은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
“글쎄요. 아직 항우와 함께하는 신이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유방과 더 많이 부딪쳤죠. 유방과 항우 모두 치명적인 매력을 지녀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한 시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카리스마 넘치거든요. 분명한 건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거죠.”
“대박 보너스 받으면 저 정말 기쁠 거예요”
1월 19일에는 그가 주연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개봉한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녀가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와 영화를 한꺼번에 선보이게 돼서 기분이 남다르겠어요.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는데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의 작품을 찾아본다는 건 굉장한 신뢰감 없이는 힘들 거예요.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배우보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려원은 2005년 전국을 달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2000년 그룹 샤크라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5년 만에 이룬 성공이었다. 이후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런 그에게 ‘샐러리맨 초한지’는 다시 대박의 달콤함을 안겨줄 작품으로 꼽힌다. 그도 흥행을 예감할까.
“일하면서 인복이 참 많다는 것을 느껴요. 여태까지 한 작품이 흥행했든, 안 했든 마냥 신나서 달렸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뭘 해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죠. 물론 반응이 좋으면 더 신나고 보너스를 받는 기분일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도 보너스를 받을 때가 되긴 했네요(웃음).”
“굶어 죽어도 월급쟁이는 되지 말자예요.”
“장점은 뭐죠?”
“술 잘 마시고 쌍욕으로 3개 국어가 가능한 거요.”
입사 면접관의 질문에 이런 발칙한 답을 내놓는 간 큰 여자가 나타났다. 도통 상식이라곤 통할 것 같지 않은 이 문제의 인물은 1월 2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여주인공 백여치(정려원 분). 그룹 총수의 하나뿐인 외손녀다.
배우 정려원(31)은 “그동안 내 겉모습이 비실비실해 보여 아프고 연약한 역을 많이 했는데 여치는 반대로 아주 씩씩할 뿐 아니라, 염치도 눈치도 없다. 한국의 패리스 힐턴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철부지지만 사랑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촬영으로 바쁜 시기에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것도 여치 캐릭터에 끌려서다.
“이범수 선배님이 ‘연기는 세계여행과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해요. 한번 가보니 참 좋았던 곳도 있고, 나랑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 안 맞는 곳도 있지만 가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제게 여치라는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보고 듣긴 했는데 가보지는 못한 나라 같았어요. 참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새롭지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그곳에 가고 싶은 열망을 참을 수 없으면 바로 짐을 싸서 무작정 떠나요. 그러다 보니 ‘샐러리맨 초한지’ 속 여치 나라에 와버렸죠.”
‘천일의 약속’의 뒤를 이은 ‘샐러리맨 초한지’는 중국 고서 ‘초한지’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샐러리맨의 애환과 성공스토리를 그린다. 지난해 40% 넘는 시청률을 올린 ‘자이언트’의 유인식 PD와 장영철·정경순 작가, 이길복 촬영감독 외에도 배우 이덕화(진시황 역), 이범수(유방 역), 김서형(모가비 역)이 다시 뭉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시황이 이끄는 천하그룹을 무대로 삼류대 출신인 유방과 흠 잡을 데 없는 스펙을 가진 최항우(정겨운 분)는 일과 사랑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그 사이에 까칠한 미녀 여치가 있다.
“원래 욕쟁이? 연기하면서 대리만족”
여치는 세상물정에 어둡고 사치스러운 데다 모든 직원을 종처럼 부리는 안하무인에 천방지축이다. 정려원의 말을 빌리자면 “몸매 되고 얼굴도 되는데 싸가지는 없는 캐릭터”다. 공공장소에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육두문자를 내뱉는 여치를 보면 정려원이 원래 ‘욕쟁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물론 그의 걸쭉한 욕설은 방송 심의와 청소년 시청자를 위해 ‘삐리리’ 처리될 예정이다.
▼ 평소에도 욕을 잘하나요.
“아니요. 여치 대사에 욕이 많아 연기하면서 애 좀 먹었어요. 현장에서 민망한 적도 많았고요. 하지만 민망하니까 많이 성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연기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은근히 풀리고…. 평소에는 감히 할 수 없는 짓을 하니까 연기하면서 저도 대리만족을 느껴요.”
▼ 여치 캐릭터가 자신과 닮았나요.
“생긴 건 딱 여치라고 하는데 제 성격과는 많이 달라서 캐릭터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더구나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느라 매일 공부하는 기분이에요. 대담한 연기가 필요해 여치의 대담한 성격을 닮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 캐릭터를 연구해보니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지금까지 해본 여주인공 캐릭터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게 아니라 일단 참고 변호사에게 넘겨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참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요. 그런 사람을 대변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는 오랜만이에요. 여치라는 캐릭터가 무척 산뜻하게 다가왔고 그 여자가 왜 그러는지 차츰 나오는데, 알면서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 하는 건 천지차이라는 걸 알았어요. 캐릭터는 제가 만들어가기 나름 아닐까 싶어요.”
▼ 이번 배역이 몸에 잘 맞는 옷인가요.
“열심히 입고 있어요. 여치에 공감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드라마를 오랜만에 하는 거라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옷이 편해지고 있어요.”
▼ 여치 캐릭터가 너무 독특해서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게 내심 걱정되긴 해요. 여치가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설정이어서 100% 한국 마인드가 아니에요. 또 대사의 절반 이상을 영어로 말하거나 아무에게나 반말하는 모습 때문에 비호감으로 비칠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연기를 통해 여치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내면의 아픔을 잘 설명해주려고 해요.”
정려원은 여치로 완벽하게 변신하려고 웬만한 트렌드 세터도 엄두를 내기 힘든 킬힐과 자유분방한 패션을 선보인다. 머리도 빨갛게 염색했다. 연기를 위해 염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치를 떠올리면 왠지 검정머리는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강렬한 빨강으로 염색했더니 여치답더라고요. 옷도 굉장히 컬러풀해요. 빨강머리에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어서 늘 화보 찍는 기분으로 연기해요. 몸에 뭐가 많이 달려 있어 어색하기도 한데 그 자체가 재미나요.”
여치는 끈질기게 구애 공세를 펴는 항우에게 흔들리지만 몇 차례 엉뚱한 소동을 겪으면서 유방에게 마음이 기운다. 정려원은 “여치가 유방을 만나면서 관점이 바뀌고 단체생활을 하는 법을 터득해간다”고 말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샐러리맨 초한지’의 큰 줄기 중 하나다. 실제 상황이라면 정려원은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
“글쎄요. 아직 항우와 함께하는 신이 없었어요. 지금까지는 유방과 더 많이 부딪쳤죠. 유방과 항우 모두 치명적인 매력을 지녀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한 시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카리스마 넘치거든요. 분명한 건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거죠.”
“대박 보너스 받으면 저 정말 기쁠 거예요”
1월 19일에는 그가 주연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개봉한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녀가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와 영화를 한꺼번에 선보이게 돼서 기분이 남다르겠어요.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는데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의 작품을 찾아본다는 건 굉장한 신뢰감 없이는 힘들 거예요.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배우보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려원은 2005년 전국을 달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2000년 그룹 샤크라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5년 만에 이룬 성공이었다. 이후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런 그에게 ‘샐러리맨 초한지’는 다시 대박의 달콤함을 안겨줄 작품으로 꼽힌다. 그도 흥행을 예감할까.
“일하면서 인복이 참 많다는 것을 느껴요. 여태까지 한 작품이 흥행했든, 안 했든 마냥 신나서 달렸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뭘 해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죠. 물론 반응이 좋으면 더 신나고 보너스를 받는 기분일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도 보너스를 받을 때가 되긴 했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