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체어맨은 한때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에쿠스를 발아래 뒀던 한국의 대표 대형차였다. 2005년엔 연간 판매량 1만5000대(에쿠스 1만3000대)를 넘어설 정도였다. 쌍용차가 규모 면에서 몇 체급 위인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을 앞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영화도 한순간, 회사가 고난을 겪으며 체어맨도 함께 몰락했다.
한때 단종 위기까지 몰렸던 체어맨이 옛 영광을 되살리려고 변신을 시도했다. 2003년 출시한 2세대 체어맨을 뒤로하고 최근 3세대 ‘체어맨H 뉴클래식’을 새로 선보인 것. 기본적으로 2세대와 같은 구조를 가졌지만 곳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하고 보수적인 디자인
시승을 위해 만난 모델은 600S 최고급형. 첫인상은 여전히 묵직하고 보수적이었다. 멀리서도 ‘아! 체어맨이네’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점점 더 화려하고 날렵해지는 최근 트렌드와 달리 기존 디자인 흐름을 이어갔다. 긍정적으로 보면 체어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한 것이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세로로 길쭉했던 특유의 ‘석굴암 전조등’이 가로로 누우면서 커진 것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벤츠 C클래스를 닮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유의 3선을 그대로 유지했고, LED 방향지시등을 전조등 내부에 배치해 일체감을 줬다.
안정적이고 중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옆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많이 달라진 곳은 후면. 양쪽 끝에 짧게 위로 솟았던 꼬리등(테일램프)을 옆으로 길게 늘려 시인성을 높였다. LED 후미등에 LED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아쉬운 부분은 휠 크기. 공차중량 1735kg의 대형차에 17인치 휠은 아무래도 작아 보였다. 주행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18인치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인 주행성능…5단 변속기는 아쉬워
시트에 앉아 스마트 시동키를 누르자 푸른색 계기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측에 속도계, 좌측에 엔진회전계를 두고 중간에는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LCD 모니터와 수온계, 연료계를 배치했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했다. 대시보드는 원목 무늬와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가 유선형으로 둥글게 전면부를 감쌌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을 장착했고 아래로 메뉴버튼, 공조버튼, USB, AUX 단자를 차례로 뒀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가속페달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벤츠의 6기통 222마력 XGi3200 엔진을 장착해 묵직하게 움직였다. 시내주행에서 민첩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대형 세단답게 가감속과 핸들링이 부드러웠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초기 반응은 느렸지만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어느새 160km/h를 넘어섰으나 불안감은 없었다. 급커브길에서도 핸들링이 안정적이었다. 고속에서 안정적이라는 것은 저속에서는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의미다. 다만 130km/h 이상 속도를 높이자 소음이 커져 귀에 거슬렸다.
체어맨H는 벤츠의 팁 트로닉 5단 변속기를 쓴다. 동급의 현대차 제네시스가 8단 변속기를 탑재한 것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신차는 7, 8단이 기본이다. 조만간 10단 변속기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고급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도 최근 8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질수록 주행성능과 연비가 좋아진다. 속도에 맞는 적절한 기어를 사용해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9단 변속기의 연비가 6단 변속기보다 16%가량 낫다는 발표도 있다. 체어맨H의 공인연비는 8.7km/ℓ.
#여러 안전장치…역시 체어맨!
체어맨의 여러 안전장치는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주행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달라지는 속도 감응형 파워스티어링(SSPS)은 고속에서 묵직하고 저속에서 부드럽다. 여성 운전자도 체어맨H를 부담 없이 선택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 범퍼에 2개, 뒤 범퍼에 4개의 센서가 있어 장애물에 1m 이내로 접근했을 때 경고음이 울린다. 언덕길 밀림방지장치(HSA)는 언덕길에 섰다 다시 출발할 때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급정거 시 후방 차량에 경보를 보내는 기능은 사고를 줄여준다.
이 밖에 브레이크 페달은 충돌 시 차체 앞쪽으로 밀리도록 설계돼 운전자의 발목을 보호해준다. 기어를 D로 변경했을 때 급출발을 막아주는 점프스타트 방지 시스템도 있다.
편의기능으로는 빗물 감지 자동와이퍼와 후진 시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후방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세우고 문을 잠그면 약 10초간 전조등이 켜진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혹은 밤에 주차할 때 유용하다.
#가격 경쟁력 동급 차량 앞질러
함께 출시한 체어맨W가 쇼퍼 드리븐카(Chauffeur Driven Car·운전기사를 두고 차주는 뒷좌석에 앉는 차)라면 체어맨H는 오너 드리븐카(Owner Driven Car·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 성격이 강하다. 뒷좌석 탑승자보다 운전자 중심으로 차량을 설계했다는 의미다.
체어맨은 1997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14년간 10만8000여 대를 팔았다. 장기간 판매하면서 많은 부분을 고치고 다듬었다. 신모델이 아닌 전통 모델을 구입했을 때의 장점은 그동안 생길 만한 오류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점이다.
체어맨H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가격으로, 4000만 원 안팎으로 고급 세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요즘 어지간한 외제차는 중소형급도 4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국산 경쟁차인 기아자동차 오피러스(3590만~5160만 원), 현대차 제네시스(4310만~6290만 원)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앞선다. 판매가격은 500S(XGI 2.8ℓ) 3990만~4495만 원, 600S(XGI 3.2ℓ) 4510만~4695만 원이다.
한때 단종 위기까지 몰렸던 체어맨이 옛 영광을 되살리려고 변신을 시도했다. 2003년 출시한 2세대 체어맨을 뒤로하고 최근 3세대 ‘체어맨H 뉴클래식’을 새로 선보인 것. 기본적으로 2세대와 같은 구조를 가졌지만 곳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하고 보수적인 디자인
시승을 위해 만난 모델은 600S 최고급형. 첫인상은 여전히 묵직하고 보수적이었다. 멀리서도 ‘아! 체어맨이네’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점점 더 화려하고 날렵해지는 최근 트렌드와 달리 기존 디자인 흐름을 이어갔다. 긍정적으로 보면 체어맨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한 것이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세로로 길쭉했던 특유의 ‘석굴암 전조등’이 가로로 누우면서 커진 것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벤츠 C클래스를 닮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유의 3선을 그대로 유지했고, LED 방향지시등을 전조등 내부에 배치해 일체감을 줬다.
안정적이고 중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옆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많이 달라진 곳은 후면. 양쪽 끝에 짧게 위로 솟았던 꼬리등(테일램프)을 옆으로 길게 늘려 시인성을 높였다. LED 후미등에 LED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아쉬운 부분은 휠 크기. 공차중량 1735kg의 대형차에 17인치 휠은 아무래도 작아 보였다. 주행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18인치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인 주행성능…5단 변속기는 아쉬워
시트에 앉아 스마트 시동키를 누르자 푸른색 계기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측에 속도계, 좌측에 엔진회전계를 두고 중간에는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LCD 모니터와 수온계, 연료계를 배치했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했다. 대시보드는 원목 무늬와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가 유선형으로 둥글게 전면부를 감쌌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을 장착했고 아래로 메뉴버튼, 공조버튼, USB, AUX 단자를 차례로 뒀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가속페달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벤츠의 6기통 222마력 XGi3200 엔진을 장착해 묵직하게 움직였다. 시내주행에서 민첩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대형 세단답게 가감속과 핸들링이 부드러웠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초기 반응은 느렸지만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어느새 160km/h를 넘어섰으나 불안감은 없었다. 급커브길에서도 핸들링이 안정적이었다. 고속에서 안정적이라는 것은 저속에서는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의미다. 다만 130km/h 이상 속도를 높이자 소음이 커져 귀에 거슬렸다.
체어맨H는 벤츠의 팁 트로닉 5단 변속기를 쓴다. 동급의 현대차 제네시스가 8단 변속기를 탑재한 것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신차는 7, 8단이 기본이다. 조만간 10단 변속기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고급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도 최근 8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질수록 주행성능과 연비가 좋아진다. 속도에 맞는 적절한 기어를 사용해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9단 변속기의 연비가 6단 변속기보다 16%가량 낫다는 발표도 있다. 체어맨H의 공인연비는 8.7km/ℓ.
#여러 안전장치…역시 체어맨!
체어맨의 여러 안전장치는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주행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달라지는 속도 감응형 파워스티어링(SSPS)은 고속에서 묵직하고 저속에서 부드럽다. 여성 운전자도 체어맨H를 부담 없이 선택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 범퍼에 2개, 뒤 범퍼에 4개의 센서가 있어 장애물에 1m 이내로 접근했을 때 경고음이 울린다. 언덕길 밀림방지장치(HSA)는 언덕길에 섰다 다시 출발할 때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급정거 시 후방 차량에 경보를 보내는 기능은 사고를 줄여준다.
이 밖에 브레이크 페달은 충돌 시 차체 앞쪽으로 밀리도록 설계돼 운전자의 발목을 보호해준다. 기어를 D로 변경했을 때 급출발을 막아주는 점프스타트 방지 시스템도 있다.
편의기능으로는 빗물 감지 자동와이퍼와 후진 시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후방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세우고 문을 잠그면 약 10초간 전조등이 켜진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혹은 밤에 주차할 때 유용하다.
#가격 경쟁력 동급 차량 앞질러
함께 출시한 체어맨W가 쇼퍼 드리븐카(Chauffeur Driven Car·운전기사를 두고 차주는 뒷좌석에 앉는 차)라면 체어맨H는 오너 드리븐카(Owner Driven Car·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 성격이 강하다. 뒷좌석 탑승자보다 운전자 중심으로 차량을 설계했다는 의미다.
체어맨은 1997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14년간 10만8000여 대를 팔았다. 장기간 판매하면서 많은 부분을 고치고 다듬었다. 신모델이 아닌 전통 모델을 구입했을 때의 장점은 그동안 생길 만한 오류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점이다.
체어맨H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가격으로, 4000만 원 안팎으로 고급 세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요즘 어지간한 외제차는 중소형급도 4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국산 경쟁차인 기아자동차 오피러스(3590만~5160만 원), 현대차 제네시스(4310만~6290만 원)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앞선다. 판매가격은 500S(XGI 2.8ℓ) 3990만~4495만 원, 600S(XGI 3.2ℓ) 4510만~4695만 원이다.
벤츠의 6기통 222마력 XGi3200 엔진을 장착한 엔진룸(왼쪽)과 고급스럽고 깔끔한 실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