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을 설레게 하는 201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문이 열렸다. ‘폴 클래식(Fall Classic)’이라 부르는 포스트시즌은 모든 야구인이 꿈꾸는 최고 무대이자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최종 결전장. 참가 팀은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승부를 연출한다.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삼성, 팀 창단 후 처음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롯데, ‘김성근의 그늘’을 벗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SK, 2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전통 명가’ KIA 등 네 팀이 가을잔치에 참가했다. SK와 KIA가 먼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그 승자가 롯데와 맞붙는다.
네 팀의 사령탑 가운데 KIA 조범현(51) 감독을 제외한 삼성 류중일(48), 롯데 양승호(51),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이 모두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다. 유례를 찾기 힘든 ‘초보 사령탑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류 감독은 “만약 롯데가 파트너가 된다면 최근 타계한 장효조(삼성), 최동원(롯데)의 레전드 시리즈가 될 것이고, SK가 올라온다면 지난해 4연패를 당한 우리로선 복수혈전 시리즈가 된다. 그리고 KIA가 진출한다면 과거 해태-삼성 시절부터 이어져온 영호남 시리즈가 될 것이다. 어떤 카드든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6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제치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한국 프로야구. 출범 30년째를 맞은 올 시즌, ‘마지막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삼성 | 1위 프리미엄에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
전·후기 및 양대 리그 때를 제외하고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는 20번 중 17번. 85% 확률이다. 특히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9년간은 예외 없이 페넌트레이스 우승 팀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이 통계만 봐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다른 팀보다 월등히 높다.
6할이 넘는 빼어난 승률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삼성의 강점은 무엇보다 탄탄한 마운드다. 팀 방어율을 월 단위로 분석해보면 삼성 마운드는 5월과 6월에만 잠시 주춤했을 뿐 줄곧 1위를 지켰다. 전반기 다소 부진했던 선발진은 8월 용병 듀오 매티스와 저마노가 가세한 이후 수준급으로 탈바꿈했다.
더구나 철옹성 명성을 되찾은 막강 불펜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9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며 8개 구단 중 단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안지만-권오준-권혁 등 필승 허리진에 ‘끝판 대왕’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다. 상대팀으로선 5회까지 리드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류 감독은 매티스와 저마노 두 용병에 윤성환, 차우찬 등으로 선발진을 꾸리고 9월 들어 절정의 구위를 자랑한 ‘영건’ 정인욱을 조커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투수진에 비해 타선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약점. 팀 타율도 2할6푼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부쩍 성장한 4번 최형우가 중심을 잡는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격 7관왕을 차지한 롯데 이대호의 아성을 깨고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올 한 해 강력한 파괴력을 뽐냈다. 최형우 앞뒤에 포진할 박석민과 채태인 역시 클러치 능력을 갖췄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박한이와 안방마님 진갑용이 젊은 피의 경험 부족을 상쇄하며 야수진의 선봉에 선다. 시즌 종반 왼손 손등 골절을 당한 배영섭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삼성은 큰 힘을 얻는다.
류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다양한 전술과 선수를 인화로 이끄는 리더십으로 무장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푸른 피’가 흐르는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으로, 세계 최고만을 추구하는 삼성의 기업 이념처럼 데뷔 첫 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천하통일을 꿈꾼다.
롯데 | 19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다이내믹 팀
롯데가 지난해까지 3년간 팀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대신 초보 사령탑 양승호 감독에게 팀을 맡긴 것은 무엇보다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가 닦은 토양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이로 양 감독을 지목했고, 이 전략은 현재까진 맞아 떨어졌다. 양 감독도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말로 사령탑 첫 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의 가장 큰 장점은 8개 구단 중 최강을 자랑하는 공격력. 1번 전준우, 2번 김주찬, 3번 손아섭, 4번 이대호, 5번 홍성흔, 6번 강민호, 7번 조성환, 8번 황재균, 9번 문규현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발력을 뽐낸다. 팀 타율, 득점, 홈런 수에서 8개 팀 중 단연 톱이다.
이대호가 중심을 잡는 클린업트리오의 파괴력뿐 아니라 하위 타선의 응집력도 다른 세 팀보다 월등하다. 삼성 투수진이 한국시리즈 기피 대상 1호로 롯데를 꼽는 것도 그래서다. 벤치 작전을 수행하는 타자의 능력 또한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다. 롯데 타선의 단 한 가지 약점은 화끈한 방망이 못지않게 병살타가 많다는 점. 큰 경기의 흐름을 상대편에 넘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병살타는 롯데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마운드는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 3인 선발체제로 구성된다. 시즌 동안 선발로 뛰었던 부첵과 고원준이 불펜으로 돌아서고, 기존에 필승조 구실을 맡았던 임경완과 강영식이 건재하다. 마무리는 김사율. 시즌 중반까지 롯데는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경기 중반 나서는 필승조와 패전처리조의 실력 차가 큰 탓이었다. 고원준과 부첵에 기존의 필승조가 어우러진다면 삼성 못지않은 탄탄한 불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 SK, KIA 세 팀이 올 시즌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했던 것과 달리, 롯데는 초반 한때 꼴찌까지 떨어지는 바닥을 경험한 뒤 7월 이후 급상승세로 반전해 결국 4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하며 다이내믹한 시즌을 보냈다. 1992년 통산 두 번째 우승 후 1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롯데는 최근 3년간 준플레이오프에서 연거푸 낙마했던 뼈아픈 경험이 이제는 약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SK | 김성근의 그늘 벗어나 비상 준비
SK는 김성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중 3번이나 챔피언에 오른 ‘2000년대 최강팀’이다. 하지만 지금은 김 전 감독이 아닌 이만수 감독대행이 팀을 맡았다. 빅게임일수록 벤치 파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선수의 절대 신뢰를 받았던 김 전 감독과 초보인 이 감독대행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SK는 시즌 막판까지 롯데와 2위 싸움을 벌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마운드에 부하가 걸렸고, 야수진이 연쇄적으로 부상에 시달리는 등 페넌트레이스 종반 이후 불거진 각종 악재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특히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조동화의 빈자리가 크다. 그와 함께 막강 외야라인을 이끌었던 김강민과 박재상은 어렵사리 부상을 털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고 작전 수행능력도 뛰어나 매년 이맘때쯤 ‘가을동화’를 연출했던 조동화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7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유독 가을이면 힘을 발휘했던 캐넌히터 김재현의 은퇴 후 빈자리도 크게 다가온다.
이 감독대행은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과 용병 고든, 송은범으로 선발 마운드를 구성했다. 여기에 정대현, 정우람, 박희수, 엄정욱, 고효준과 ‘두’ 이승호로 불펜진을 꾸릴 전망. 시즌 막판 롱릴리프 구실을 했던 마무리 정대현이 소방수로 원대 복귀한다. SK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인 김광현이 제구실을 해준다면 SK는 그야말로 큰 힘을 얻게 된다.
여러 악재가 있음에도 SK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세 팀보다 ‘큰 경기 경험’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선수 스스로 플레이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타선의 키 구실을 하는 정근우가 시즌 막판 부상을 털고 복귀해 예의 날카로운 타격감을 유지한다는 점은 큰 ‘믿을 구석’이다.
KIA | 명가의 부활 ‘LCK포’가 앞장
후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KIA는 전문가가 꼽은 페넌트레이스 우승 1순위였다. 의문부호를 단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주축 선수의 연이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한때 자타가 인정하는 우승후보였던 KIA는 2년 만에 다시 정상 탈환을 노리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 나가야 하는 일정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운드의 기둥은 역시 윤석민이다. 다승, 방어율, 탈삼진, 승률 등 4관왕에 올라 강력한 시즌 MVP 후보로 꼽히는 그는 필승카드로 자리매김했고, 시즌 막판 등판 간격을 조정하면서 힘을 비축했다. 여기에 서재응과 로페즈가 가세할 3선발은 다른 팀에 비해 무게감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불안한 불펜. 조 감독이 시즌 막판 한기주의 롱릴리프와 김진우의 마무리 기용 가능성을 테스트한 것도 그래서다. 특히 위력적인 커브로 무장한 김진우는 포스트시즌 깜짝 활약이 기대된다.
타선 또한 쉽지 않다. 3번 이범호, 4번 최희섭, 5번 김상현으로 이루어진 ‘LCK포’가 올 시즌 제대로 가동된 적이 몇 번 없을 정도로 KIA의 중심타선은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플레이오프 개막에 맞춰 이들 세 명이 함께 하는 타선이 재가동한다는 점. 그 가운데 키플레이어는 단연 3번을 맡을 이범호다. 시즌 중반 근육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합류한 뒤 재차 탈이 나 결국 9월 말 일본 원정치료까지 다녀온 그가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승부의 키포인트다. 시즌 초반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했던 이범호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KIA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야 하는 일정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망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삼성, 팀 창단 후 처음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롯데, ‘김성근의 그늘’을 벗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SK, 2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전통 명가’ KIA 등 네 팀이 가을잔치에 참가했다. SK와 KIA가 먼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그 승자가 롯데와 맞붙는다.
네 팀의 사령탑 가운데 KIA 조범현(51) 감독을 제외한 삼성 류중일(48), 롯데 양승호(51),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이 모두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다. 유례를 찾기 힘든 ‘초보 사령탑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류 감독은 “만약 롯데가 파트너가 된다면 최근 타계한 장효조(삼성), 최동원(롯데)의 레전드 시리즈가 될 것이고, SK가 올라온다면 지난해 4연패를 당한 우리로선 복수혈전 시리즈가 된다. 그리고 KIA가 진출한다면 과거 해태-삼성 시절부터 이어져온 영호남 시리즈가 될 것이다. 어떤 카드든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6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제치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한국 프로야구. 출범 30년째를 맞은 올 시즌, ‘마지막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삼성 | 1위 프리미엄에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
전·후기 및 양대 리그 때를 제외하고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는 20번 중 17번. 85% 확률이다. 특히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9년간은 예외 없이 페넌트레이스 우승 팀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이 통계만 봐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다른 팀보다 월등히 높다.
6할이 넘는 빼어난 승률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삼성의 강점은 무엇보다 탄탄한 마운드다. 팀 방어율을 월 단위로 분석해보면 삼성 마운드는 5월과 6월에만 잠시 주춤했을 뿐 줄곧 1위를 지켰다. 전반기 다소 부진했던 선발진은 8월 용병 듀오 매티스와 저마노가 가세한 이후 수준급으로 탈바꿈했다.
삼성 오승환.
막강한 투수진에 비해 타선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약점. 팀 타율도 2할6푼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부쩍 성장한 4번 최형우가 중심을 잡는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격 7관왕을 차지한 롯데 이대호의 아성을 깨고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올 한 해 강력한 파괴력을 뽐냈다. 최형우 앞뒤에 포진할 박석민과 채태인 역시 클러치 능력을 갖췄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박한이와 안방마님 진갑용이 젊은 피의 경험 부족을 상쇄하며 야수진의 선봉에 선다. 시즌 종반 왼손 손등 골절을 당한 배영섭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삼성은 큰 힘을 얻는다.
류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다양한 전술과 선수를 인화로 이끄는 리더십으로 무장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푸른 피’가 흐르는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으로, 세계 최고만을 추구하는 삼성의 기업 이념처럼 데뷔 첫 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천하통일을 꿈꾼다.
롯데 | 19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다이내믹 팀
롯데가 지난해까지 3년간 팀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대신 초보 사령탑 양승호 감독에게 팀을 맡긴 것은 무엇보다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가 닦은 토양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이로 양 감독을 지목했고, 이 전략은 현재까진 맞아 떨어졌다. 양 감독도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말로 사령탑 첫 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의 가장 큰 장점은 8개 구단 중 최강을 자랑하는 공격력. 1번 전준우, 2번 김주찬, 3번 손아섭, 4번 이대호, 5번 홍성흔, 6번 강민호, 7번 조성환, 8번 황재균, 9번 문규현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발력을 뽐낸다. 팀 타율, 득점, 홈런 수에서 8개 팀 중 단연 톱이다.
롯데 이대호.
롯데의 포스트시즌 마운드는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 3인 선발체제로 구성된다. 시즌 동안 선발로 뛰었던 부첵과 고원준이 불펜으로 돌아서고, 기존에 필승조 구실을 맡았던 임경완과 강영식이 건재하다. 마무리는 김사율. 시즌 중반까지 롯데는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경기 중반 나서는 필승조와 패전처리조의 실력 차가 큰 탓이었다. 고원준과 부첵에 기존의 필승조가 어우러진다면 삼성 못지않은 탄탄한 불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 SK, KIA 세 팀이 올 시즌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했던 것과 달리, 롯데는 초반 한때 꼴찌까지 떨어지는 바닥을 경험한 뒤 7월 이후 급상승세로 반전해 결국 4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하며 다이내믹한 시즌을 보냈다. 1992년 통산 두 번째 우승 후 1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롯데는 최근 3년간 준플레이오프에서 연거푸 낙마했던 뼈아픈 경험이 이제는 약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SK | 김성근의 그늘 벗어나 비상 준비
SK는 김성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중 3번이나 챔피언에 오른 ‘2000년대 최강팀’이다. 하지만 지금은 김 전 감독이 아닌 이만수 감독대행이 팀을 맡았다. 빅게임일수록 벤치 파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선수의 절대 신뢰를 받았던 김 전 감독과 초보인 이 감독대행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SK는 시즌 막판까지 롯데와 2위 싸움을 벌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마운드에 부하가 걸렸고, 야수진이 연쇄적으로 부상에 시달리는 등 페넌트레이스 종반 이후 불거진 각종 악재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특히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조동화의 빈자리가 크다. 그와 함께 막강 외야라인을 이끌었던 김강민과 박재상은 어렵사리 부상을 털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고 작전 수행능력도 뛰어나 매년 이맘때쯤 ‘가을동화’를 연출했던 조동화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7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유독 가을이면 힘을 발휘했던 캐넌히터 김재현의 은퇴 후 빈자리도 크게 다가온다.
SK 김광현.
여러 악재가 있음에도 SK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세 팀보다 ‘큰 경기 경험’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선수 스스로 플레이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타선의 키 구실을 하는 정근우가 시즌 막판 부상을 털고 복귀해 예의 날카로운 타격감을 유지한다는 점은 큰 ‘믿을 구석’이다.
KIA | 명가의 부활 ‘LCK포’가 앞장
후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KIA는 전문가가 꼽은 페넌트레이스 우승 1순위였다. 의문부호를 단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주축 선수의 연이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한때 자타가 인정하는 우승후보였던 KIA는 2년 만에 다시 정상 탈환을 노리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 나가야 하는 일정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KIA 이범호.
타선 또한 쉽지 않다. 3번 이범호, 4번 최희섭, 5번 김상현으로 이루어진 ‘LCK포’가 올 시즌 제대로 가동된 적이 몇 번 없을 정도로 KIA의 중심타선은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플레이오프 개막에 맞춰 이들 세 명이 함께 하는 타선이 재가동한다는 점. 그 가운데 키플레이어는 단연 3번을 맡을 이범호다. 시즌 중반 근육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합류한 뒤 재차 탈이 나 결국 9월 말 일본 원정치료까지 다녀온 그가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승부의 키포인트다. 시즌 초반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했던 이범호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KIA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야 하는 일정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망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