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은 악몽 같은 한일전 대패에 분노했다. 한국축구가 졸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정작 축구 전문가들은 담담했다. 그들은 “일본축구가 성장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일본축구가 한국축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국축구를 훌쩍 넘어선 일본
한국은 일본과의 대표팀 상대 전적에서 75전 40승22무13패로 월등히 앞서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3번의 맞대결에선 4승6무3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선 일본이 16위로 한국(28위)보다 오히려 앞에 있다. 이제 일본은 축구에서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가 아닌 셈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필두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FC), 박주영(AS 모나코), 손홍민(함부르크 SV) 등 해외파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로 세계축구계는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발전이었을 뿐, 축구 시스템의 발전은 아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은 지금까지 몇몇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해 성과를 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시스템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할 때는 90점 이상의 성적을 내지만 못할 때는 중간에도 못 미치는 30, 40점 정도의 축구를 했다. 이번 일본과의 평가전이 바로 못할 때의 축구였다.”
이에 반해 일본은 시나브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유소년과 여자대표팀에선 한국을 넘어섰다. 한국이 월드컵 성과에 취해 안주했을 때 일본은 축구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축구 전문가들은 일본축구의 원동력으로 △ 유럽 등 선진 축구 문화 영입 △ 축구 시스템 발전 △ 지도자 육성 강화 △ 학원 스포츠 발전을 꼽는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선진 축구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을 데려와 실업리그에서 뛰게 했다. 이에 일본 선수들은 축구 선진국인 브라질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해외 축구 수준을 실감하고 경험했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도 브라질과 유럽에서 데려와 일본 선수에게 선진 축구 기술을 배우게 했다. 브라질에 축구 유망주들도 보냈다.
일본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미우라 가즈요시도 브라질 유학 1세대다. 명지대 신문선 교수는 “유망주를계속 해외로 보내면서 축구를 배우게 하는 동시에 일본축구협회는 방학을 이용해 ‘스트라이커 육성의 해’‘골키퍼 육성의 해’ 등을 만들어 포지션과 기술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들 1세대가 해외 축구를 보고 일본축구를 성장시켰다면, 해외 유학파 2세대인 일본축구의 영웅 나카다 히데토시 등은 1998년,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세계축구의 흐름을 몸으로 익혔다.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와 가가와 신지(보두시아 도르트문트) 등 일본축구 3세대는 일본 프로축구리그(J리그)를 보면서 컸고 해외에 진출해 그 경험을 국가대표 전략 향상에 보탰다.
일본축구의 세밀하고 틀이 잡힌 시스템도 이런 발전에 큰 구실을 했다. 일본 프로축구, 유소년 축구, 여자축구 등 각급의 시스템은 유럽 시스템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신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10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축구 발전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단기적인 성적에 목을 매기보다 비전을 만들고 중간 점검을 하면서 장기 계획에 따라 조금씩 발전했다는 것.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교육국장은 “일본은 유럽에서 직접 배워와 유소년 시스템, 지도자 육성 시스템 등을 자기 현실에 맞게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은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뒤, 남자대표팀 뿐 아니라 여자대표팀, 주니어대표팀, 유스대표팀을 모두 목표에 맞춰 준비해왔다. 여기에 지도자 교육, 대표팀 운영,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함께 움직였다.
일본축구의 정교한 시스템을 살펴보자. 일본축구는 1종(대학 이상 제한 없음), 2종(18세 미만), 3종(15세 미만), 4종(12세 미만), 시니어(40세 이상), 여자 등 6개 그룹으로 나뉜다. 1종 8100여 팀, 2종 4300여 팀, 3종 6300여 팀, 4종 8100여 팀, 시니어 200여 팀, 여자 990여 팀 등 총 2만8000여 팀이 있다. 사회체육 동호인 수는 1종만 18만 명을 넘었고, 2종과 3종은 각각 15만 명과 20만 명에 이른다. 이런 바탕에서 J리그와 대표팀이 구축됐다.
어릴 적부터 즐기는 축구 배워
J리그도 시스템만 놓고 보면 한국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보다 선진화됐다. 한 예로 K리그에는 없는 승강제가 있다. 일본프로축구연맹은 먼저 프로축구를 출범한 한국의 구조적 문제점을 연구했다. 그리고 프로팀을 중심으로 하부에 2부 리그를 만들고 유소년팀도 만들었다. J리그는 모두 18개 팀이며 하부리그인 J2리그에도 18개 팀이 있다.
지도자 육성과 지원 시스템도 한국보다 세밀하고 탄탄하다. 가장 낮은 C급 라이선스부터 시작해 B급, A급, S급까지 만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일본 최고 라이선스 S급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내심 높게 평가한다. 신 교수의 설명이다.
“협회와 연맹이 함께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지도자들을 파견해 직접 선진 시스템과 기술을 배우게 한다. 그리고 이들이 경험하고 배운 자료를 훈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연령대별 대표팀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까지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 협회는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공부를 시킨다. 지도자 교육 커리큘럼도 무척 세밀하고 강도가 높다. 시간이 길고 수준도 상당하다. 일단 라이선스 S급이 있어야 J리그 감독이 될 수 있다. 구단 프런트가 되는 교육도 있다. J리그에서 최고경영자, 게임마스터(GM) 교육을 실시한다. 각 분야 최고 권위자가 1년에 19차례 직접 교육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축구를 발전시킨 또 다른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학원 스포츠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클럽과 학원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예전에는 클럽 선수가 많았지만 조금씩 학원 선수가 늘고 있다. 학원 선수는 축구가 좋아서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와 축구를 병행한다. 이들 중 일부는 프로리그에 진출하고 사회체육팀으로 가서 일본축구의 근간을 형성한다. 어릴 때부터 이기기 위한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배우다 보니 체력을 강조하는 한국에 비해 패싱이나 기본기를 연마할 시간이 많다.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월드컵 우승이라는 말을 꺼내면 많은 사람이 비웃었다. 지금은 누구도 그 말을 비웃지 않는다. 일본축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2050년 월드컵 우승은 헛된 망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축구가 이제 일본축구를 배워야 할 때가 온 건지도 모른다.
한국축구를 훌쩍 넘어선 일본
한국은 일본과의 대표팀 상대 전적에서 75전 40승22무13패로 월등히 앞서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3번의 맞대결에선 4승6무3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선 일본이 16위로 한국(28위)보다 오히려 앞에 있다. 이제 일본은 축구에서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가 아닌 셈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필두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FC), 박주영(AS 모나코), 손홍민(함부르크 SV) 등 해외파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로 세계축구계는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발전이었을 뿐, 축구 시스템의 발전은 아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은 지금까지 몇몇 선수의 개인기에 의존해 성과를 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시스템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할 때는 90점 이상의 성적을 내지만 못할 때는 중간에도 못 미치는 30, 40점 정도의 축구를 했다. 이번 일본과의 평가전이 바로 못할 때의 축구였다.”
이에 반해 일본은 시나브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유소년과 여자대표팀에선 한국을 넘어섰다. 한국이 월드컵 성과에 취해 안주했을 때 일본은 축구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축구 전문가들은 일본축구의 원동력으로 △ 유럽 등 선진 축구 문화 영입 △ 축구 시스템 발전 △ 지도자 육성 강화 △ 학원 스포츠 발전을 꼽는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선진 축구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을 데려와 실업리그에서 뛰게 했다. 이에 일본 선수들은 축구 선진국인 브라질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해외 축구 수준을 실감하고 경험했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도 브라질과 유럽에서 데려와 일본 선수에게 선진 축구 기술을 배우게 했다. 브라질에 축구 유망주들도 보냈다.
일본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미우라 가즈요시도 브라질 유학 1세대다. 명지대 신문선 교수는 “유망주를계속 해외로 보내면서 축구를 배우게 하는 동시에 일본축구협회는 방학을 이용해 ‘스트라이커 육성의 해’‘골키퍼 육성의 해’ 등을 만들어 포지션과 기술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들 1세대가 해외 축구를 보고 일본축구를 성장시켰다면, 해외 유학파 2세대인 일본축구의 영웅 나카다 히데토시 등은 1998년,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세계축구의 흐름을 몸으로 익혔다.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와 가가와 신지(보두시아 도르트문트) 등 일본축구 3세대는 일본 프로축구리그(J리그)를 보면서 컸고 해외에 진출해 그 경험을 국가대표 전략 향상에 보탰다.
일본축구의 세밀하고 틀이 잡힌 시스템도 이런 발전에 큰 구실을 했다. 일본 프로축구, 유소년 축구, 여자축구 등 각급의 시스템은 유럽 시스템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신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10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축구 발전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단기적인 성적에 목을 매기보다 비전을 만들고 중간 점검을 하면서 장기 계획에 따라 조금씩 발전했다는 것.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교육국장은 “일본은 유럽에서 직접 배워와 유소년 시스템, 지도자 육성 시스템 등을 자기 현실에 맞게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은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뒤, 남자대표팀 뿐 아니라 여자대표팀, 주니어대표팀, 유스대표팀을 모두 목표에 맞춰 준비해왔다. 여기에 지도자 교육, 대표팀 운영,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함께 움직였다.
일본축구의 정교한 시스템을 살펴보자. 일본축구는 1종(대학 이상 제한 없음), 2종(18세 미만), 3종(15세 미만), 4종(12세 미만), 시니어(40세 이상), 여자 등 6개 그룹으로 나뉜다. 1종 8100여 팀, 2종 4300여 팀, 3종 6300여 팀, 4종 8100여 팀, 시니어 200여 팀, 여자 990여 팀 등 총 2만8000여 팀이 있다. 사회체육 동호인 수는 1종만 18만 명을 넘었고, 2종과 3종은 각각 15만 명과 20만 명에 이른다. 이런 바탕에서 J리그와 대표팀이 구축됐다.
어릴 적부터 즐기는 축구 배워
축구 영웅 나카다 히데토시
지도자 육성과 지원 시스템도 한국보다 세밀하고 탄탄하다. 가장 낮은 C급 라이선스부터 시작해 B급, A급, S급까지 만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일본 최고 라이선스 S급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내심 높게 평가한다. 신 교수의 설명이다.
“협회와 연맹이 함께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지도자들을 파견해 직접 선진 시스템과 기술을 배우게 한다. 그리고 이들이 경험하고 배운 자료를 훈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연령대별 대표팀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까지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 협회는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공부를 시킨다. 지도자 교육 커리큘럼도 무척 세밀하고 강도가 높다. 시간이 길고 수준도 상당하다. 일단 라이선스 S급이 있어야 J리그 감독이 될 수 있다. 구단 프런트가 되는 교육도 있다. J리그에서 최고경영자, 게임마스터(GM) 교육을 실시한다. 각 분야 최고 권위자가 1년에 19차례 직접 교육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축구를 발전시킨 또 다른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학원 스포츠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클럽과 학원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예전에는 클럽 선수가 많았지만 조금씩 학원 선수가 늘고 있다. 학원 선수는 축구가 좋아서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와 축구를 병행한다. 이들 중 일부는 프로리그에 진출하고 사회체육팀으로 가서 일본축구의 근간을 형성한다. 어릴 때부터 이기기 위한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배우다 보니 체력을 강조하는 한국에 비해 패싱이나 기본기를 연마할 시간이 많다.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월드컵 우승이라는 말을 꺼내면 많은 사람이 비웃었다. 지금은 누구도 그 말을 비웃지 않는다. 일본축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2050년 월드컵 우승은 헛된 망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축구가 이제 일본축구를 배워야 할 때가 온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