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을 맞이한 ‘슈퍼스타K’는 실력 있는 도전자가 몰려 기대감을 높인다.
2009년 처음 불기 시작한 케이블방송엠넷(Mnet)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열풍이 해가 거듭할수록 거세진다.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한 슈스케는 오랫동안 침체했던 음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중문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슈스케2 최종 대결이 열렸던 2010년 10월 한국은 허각 팬 대 존박 팬으로 나뉘었다. 케이블방송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직장인도 둘, 셋만 모이면 슈스케 최종 우승자를 점치느라 바빴다. 이날 시청률은 케이블방송에서는 경이적인 21%를 기록했다.
또다시 14주의 기적이 불을 뿜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방송 규모가 훨씬 커졌다. 제작비 100억 원 이상, 촬영테이프 2만 개, 오디션 참가자 수 197만 명, 최종 우승상금 5억 원이다.
슈스케를 통해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용범 PD와 하민숙 메인작가는 슈스케3이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의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PD의 설명.
실력 있는 사람 대거 참가“이번 시즌 예선을 진행하면서 지난해보다 실력 있는 분들이 더 많이 참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고 1년 동안 슈스케만 기다려온 분도 많았는데, 예선 인터뷰에서 ‘왜 다른 오디션에 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더니 한 참가자가 ‘박 터지는 곳에서 박 터지게 승부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잘하는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인정받아야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얘기였어요. 슈스케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오디션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아요.”
오디션 참가자 수도 지난해에 비해 50만 명 넘게 늘었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음악 수준도 높아졌다. 하 작가는 “오디션 예선편을 3회에 걸쳐 방송했는데 잘라내기에 아까운 사람이 하도 많아서 편집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참가자 면면이 더욱 화려해진 만큼 제작진도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슈스케1, 2 때는 무반주로 예선을 치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피아노 반주자를 배치했다. 솔로뿐 아니라 힙합, 댄스, 아카펠라 등 다양한 그룹도 등장했다. 솔로 중에서는 기타를 들고 나온 참가자가 많았는데, 지난해 오디션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타를 쳐 화제를 모았던 장재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슈스케가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노래에 감동을 입혀서다. 이번 참가자 중에도 가슴 뭉클한 사연을 지닌 이가 많다. 특히 1회에 출연한 손예림(10) 양은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사연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손양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빼어난 실력으로 소화했고, 심사위원 이승철은 “아이의 노래에 블루스가 있다” “조용필 형이 들었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슈스케2에서는 우승자인 허각이 ‘중졸 출신 환풍기 수리공의 인생 역전’이라는 드라마로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인 바 있다.
‘슈퍼스타K’가 발굴한 스타들
서인국은 세 번째 앨범 발표…장재인은 일요일마다 거리공연
| 서인국 장재인(왼쪽부터) 슈스케 초대 우승자인 서인국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우승하던 그해에 나온 앨범 ‘부른다’에 이어 지난해 발표한 ‘애기야’, 그리고 8월 초 댄스곡 ‘Shake it up’을 발표하며 발라드에서 댄스곡으로 범주를 넓혔다. 최종 경합 멤버는 아니지만 다소 도발적인 매력으로 주목받았던 길학미도 지난해 봄 소속사를 찾아 앨범을 냈고, 박세미도 그룹 쥬얼리의 새 멤버로 투입돼 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
슈스케2의 슈퍼스타 허각은 마지막 미션곡이던 ‘언제나’를 타이틀곡으로 지난해 10월 첫 앨범을 발표했다. 또 얼마 전 화제를 모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불러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대결을 그리는 KBS ‘불후의 명곡 2’에도 출연해 매주 남다른 가창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허각의 영원한 맞수, 존박은 김동률이 앨범 프로듀서를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스케2 방송이 끝난 뒤 소속사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던 그는 결국 가수 이적이 몸담은 뮤직팜과 계약했다. 슈스케2 경합 때부터 누나 팬을 몰고 다닌 존박이기에 정식 가수 데뷔 후 활약에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가 많다.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는 장재인은 5월 첫 공식 데뷔 앨범 ‘데이 브레이커’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네이버 뮤직에서 매주 선정하는 ‘이 주의 발견’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유정훈은 “작사, 작곡, 연주가 모두 가능한 국내에 흔치 않은 솔로 여자 음악인이라는 점에서 가요계가 얻은 훌륭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장재인은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하고, 화보를 촬영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는 와중에도 매주 일요일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슈스케2에서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를 열창해 스타성을 인정받은 강승윤은 얼마 전 드라마 ‘마이더스’ OST ‘니가 천국이다’를 불렀다. 연기에도 도전장을 냈는데, 9월 중순 첫 전파를 타는 MBC 시트콤 ‘하이킥 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허무개그를 즐기는 이종석의 친구 강승윤으로 출연한다. 중심 캐릭터는 아니지만 시트콤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 |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통기타 반주로 편곡해 장재인과 함께 부른 김지수는 방송을 통해 이혼 후 수십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부모를 만나게 했다. 본선을 시작하고 얼마 후 김지수의 아버지가 아들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이 제작진에게 전달된 것. 그동안 어머니만 오디션장을 찾았는데, 오래전 헤어진 아내와 다시 만나는 게 불편해 일부러 아버지가 피했다는 생각에 제작진은 조심스레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출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 무대를 보기 위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만은 서로에 대한 어떤 원망과 미움도 없이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했다. 하 작가는 “음악이 세대 간 다리를 놓았듯, 참가자들의 도전은 가족 간 다리도 놓았다”며 웃었다.
7월 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슈퍼스타K’ 2차 예선.
최근 방송가에서는 슈스케가 이끈 오디션 열풍으로 다양한 형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9월 2일 첫 전파를 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2’는 시간대가 다르지만 슈스케3과 같은 날 방송돼 앞으로 두 프로그램 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PD는 이젠 시청률이 프로그램 인기를 가늠하는 객관적 척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케이블방송이 지상파에 비해 마음대로 시청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미디어로 방송을 보기 때문이다. 김 PD는 “슈스케3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지난 시즌의 슈스케와 경쟁하는 게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더 새롭고 감동적 방송 만들 터“앞으로 슈스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 작가는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평론가가 쓴 글을 봤는데 ‘슈스케는 시즌 10까지 가야 한다’고 적혀 있었어요. ‘오디션 열풍에 불을 지핀 원조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고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더는 예전 같은 인기가 아니라고 그만둔다면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내용이었죠. 제 생각도, 저희 제작진 생각도 그것과 일치해요. 더 새롭고 더 감동적인 방송을 만들고자 노력해야죠.”
강부경 기자의 ‘슈퍼스타K3’ 예선 참가기
전화 녹음으로 도전…318팀 중 한 명 평생 간직
| “기적을 노래하라.” 슈스케3 타이틀 문구인 이 한마디에 모여든 사람은 약 200만 명. 그중 한 명이 바로 나다. 나이 서른셋에 더구나 직장인인 내가 새삼 가수가 되려고, 혹은 상금 5억 원 때문에 도전에 나선 건 아니다. 그동안 슈스케를 보며 ‘내가 부르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자만심이 없지 않았다. TV 광고에서 ‘예선 마감일 1주일 후’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1차 예선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지원하는 방법과 ARS 전화를 이용해 녹음하는 방법 두 가지였다. 나는 전화 녹음을 택했다. 그리고 1주일 후, 합격이라는 문자와 함께 2차 예선 일정을 안내하는 전화를 받았다.
2차 예선은 7월 2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현장에 도착하니 역시나 참가자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려 보이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이들의 꿈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수십 개 오디션 부스가 마련돼 있고, 복도는 연습하는 사람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는 휠체어를 타고 온 마흔 중반의 아주머니였다. 기타를 들고 오디션을 보러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노래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남편을 응원하려고 갓난아기를 업고 온 아내,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춤을 몇 번이나 추는 꼬마와 그 옆에서 “잘했다”며 손뼉을 치는 엄마 등 오디션은 어느새 온 국민 축제의 장이 됐다. 오디션이 진행될수록 “심사위원들이 너무 야박하다” “후렴 고음이 자신 있는데 너무 빨리 끊어버렸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준비한 노래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와 김범수의 ‘제발’. 심사는 슈스케 PD, 작가, 보컬 트레이너가 했다. 먼저 ‘넌 할 수 있어’를 부르자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음색이 괜찮으시네요. 다른 장르도 준비한 게 있나요?” 라고 물었다. 속으로 “됐구나” 하고 쾌재를 부르며 ‘제발’을 이어 불렀다. 그리고 1주일 뒤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여기서 끝났다. 3차 예선부터는 방송에 참여해야 하는데, 회사 일을 포기하고 나갈 수는 없었다. 2차까지 남은 318팀 가운데 포함됐다는 뿌듯함만 평생 간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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