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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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웬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9-05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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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왜 다짜고짜 반말입니까?”

    “어린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이, 한번 혼나볼 테야?”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40대 중반의 A씨와 20대 후반의 B씨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말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B씨가 반지하층에 사는 A씨 집 앞에 주차한 것이 화근이었다. 퇴근하고 들어오던 A씨는 자기 집 앞에 모르는 차가 주차된 것을 목격했다. 밖으로 향한 단 하나의 창문을 차가 완전히 가려버리자 A씨는 화가 치밀었다. 당장 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차 주인 B씨는 A씨와 같은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웃이다. 수차례 전화를 건 끝에 겨우 연결됐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B씨에게 소리를 내질렀고 집 안에 있던 B씨가 뛰쳐나오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봤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끝이 났다.

    요즘 이웃 간 갈등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보다 이웃‘웬수’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주차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침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보다 “어서 차 빼”라고 고함치는 소리에 잠을 깨는 경우가 더 많다. 아파트에선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에 층간소음 복수 방법이 인기리에 떠돌아다닐 정도다.



    이웃이 ‘웬수’
    이웃이 원수가 된 데는 자기 주변에 누가 살던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무관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웃 간 물리적 거리는 가까울지언정 정서적 거리는 서울과 부산 사이 만큼 멀어졌다. A씨와 B씨 역시 같은 다세대주택에 살지만 대화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다. 그들이 평소 인사하고 안면만 텄더라도 그렇게 싸웠을까.

    서로를 알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든다. 대화를 나누면서 오해도 풀 수 있다. 그동안 이웃 간 큰 벽을 쌓아놓았다면 지금이라도 허물어야 한다. 상대방이 먼저 허물기를 기다리지 말길. 실천은 먼저 생각한 사람부터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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