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골을 넣자마자 보여주는 세리머니는 관중이 축구에 대해 느끼는 관심과 희열을 배가시킨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감격스러운 골 세리머니 포옹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선수들은 골을 넣은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짧은 시간에 자기 모습을 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행동과 문구를 공들여 준비한다.
1998년 유고 밀로셰비치(1941~2006) 정권이 코소보를 침략했을 때 일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밀로셰비치의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즉각 군사행동에 돌입했다. 이에 유럽 각국의 프로리그 선수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전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유고 출신 프레드락 미야토비치(42·전 레알 마드리드 단장)는 출전을 거부했으며, 그 결과 42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다수의 유고 국적 선수가 축구, 배구 등의 프로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SS 라치오에서 활약 중이던 시니사 미하일로비치(42·AC 피오렌티나 감독)와 데야 스탄코비치(33·인터 밀란)는 속티셔츠에 쓴 ‘PEACE’라는 단어를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관객이 타국의 민감한 정치 문제에 감정적으로 선동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치적 세리머니를 곧바로 금지시켰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45·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바티골’이라는 애칭과 기관총 세리머니로 친숙하다. 그러나 그는 10시즌을 보낸 AC 피오렌티나에서 AS 로마로 이적한 후 피오렌티나와의 경기에서 득점했을 때 어떤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비장한 표정과 눈빛으로 묵묵히 뛰기만 했다. 이 같은 인간적인 모습은 피오렌티나 서포터까지 환호하게 만들었다.
아트 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39·프랑스)은 유벤투스 FC 시절 골을 넣은 후 흥분한 상태에서 경기장 둘레에 세워놓은 광고판 위로 뛰어올랐다가 굴러떨어진 적이 있다. 아픔보다 계면쩍음이 앞섰는지 애써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소박한 모습을 연출해 상대팀 선수들도 웃게 만들었다. 이렇듯 골 세리머니는 선수의 평판과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그 파장이 정치, 사회적 이슈로까지 연결된다.
지난해 5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보여준 당당하고 위엄 있는 무표정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 세리머니라 할 수 있다. 반면 올해 1월 기성용은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쳐 국제적인 갑론을박에 휘말렸다. 그만큼 경솔한 행동이었다. 기성용은 며칠 전 소속팀 셀틱 FC가 있는 스코틀랜드리그 첫 경기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펀치를 날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것을 두고 일각에선 한국 격투기 임수정 선수가 일본 TV 쇼프로그램에서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남자 3명과 실전을 방불케 한 복싱 대결을 펼친 일에 대한 비판이라 추측한다. 그렇지만 유럽 관객이 과연 그 뜻을 알아챘을까. 단순한 이소룡식 세리머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리머니는 적시에 가장 효과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를 기죽이며, 팬에게는 희열과 자부심을 선사해야 한다. 축구선수의 실력과 근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인상적인 세리머니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1998년 유고 밀로셰비치(1941~2006) 정권이 코소보를 침략했을 때 일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밀로셰비치의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즉각 군사행동에 돌입했다. 이에 유럽 각국의 프로리그 선수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전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유고 출신 프레드락 미야토비치(42·전 레알 마드리드 단장)는 출전을 거부했으며, 그 결과 42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다수의 유고 국적 선수가 축구, 배구 등의 프로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SS 라치오에서 활약 중이던 시니사 미하일로비치(42·AC 피오렌티나 감독)와 데야 스탄코비치(33·인터 밀란)는 속티셔츠에 쓴 ‘PEACE’라는 단어를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관객이 타국의 민감한 정치 문제에 감정적으로 선동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치적 세리머니를 곧바로 금지시켰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45·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바티골’이라는 애칭과 기관총 세리머니로 친숙하다. 그러나 그는 10시즌을 보낸 AC 피오렌티나에서 AS 로마로 이적한 후 피오렌티나와의 경기에서 득점했을 때 어떤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비장한 표정과 눈빛으로 묵묵히 뛰기만 했다. 이 같은 인간적인 모습은 피오렌티나 서포터까지 환호하게 만들었다.
아트 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39·프랑스)은 유벤투스 FC 시절 골을 넣은 후 흥분한 상태에서 경기장 둘레에 세워놓은 광고판 위로 뛰어올랐다가 굴러떨어진 적이 있다. 아픔보다 계면쩍음이 앞섰는지 애써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소박한 모습을 연출해 상대팀 선수들도 웃게 만들었다. 이렇듯 골 세리머니는 선수의 평판과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그 파장이 정치, 사회적 이슈로까지 연결된다.
지난해 5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보여준 당당하고 위엄 있는 무표정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 세리머니라 할 수 있다. 반면 올해 1월 기성용은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쳐 국제적인 갑론을박에 휘말렸다. 그만큼 경솔한 행동이었다. 기성용은 며칠 전 소속팀 셀틱 FC가 있는 스코틀랜드리그 첫 경기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펀치를 날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것을 두고 일각에선 한국 격투기 임수정 선수가 일본 TV 쇼프로그램에서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남자 3명과 실전을 방불케 한 복싱 대결을 펼친 일에 대한 비판이라 추측한다. 그렇지만 유럽 관객이 과연 그 뜻을 알아챘을까. 단순한 이소룡식 세리머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리머니는 적시에 가장 효과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를 기죽이며, 팬에게는 희열과 자부심을 선사해야 한다. 축구선수의 실력과 근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인상적인 세리머니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