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어 하크 지음/ 김현구 옮김/ 동아일보사/ 308쪽/ 1만4800원
하바스 미디어랩 연구소장인 이 책의 저자는 “20세기 자본주의는 오늘날 기업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 애플과 구글 등 15개 혁신기업을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자본주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3달러짜리 버거는 진짜 3달러일까. 3달러짜리 버거는 미래 세대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실제 경제 비용은 약 30달러에 이른다. 즉 쇠고기, 물, 땅, 일자리 같은 요소에 최소 20달러 이상의 보조금이 투입되고, 나머지 10달러는 환경과 건강 비용으로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만약 쇠고기를 생산하는 미국의 몇몇 주에서 물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한다면 쇠고기 1파운드의 비용은 35달러로 치솟는다. 물론 요리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은 빼고 말이다. 3달러와 실제 비용 30달러 사이의 거대한 불균형이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적 결함이라는 얘기다.
저자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250개 회사를 세밀하게 조사했다. 그중 15개 기업에서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는 다섯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자원의 착취가 아니라 자원의 재생, 즉 가치 사슬에서 가치 사이클로 이동 중이다. 둘째, 자원을 민주적으로 할당하고 수요와 공급의 충격에 잘 대응하기 위해 가치 제안에서 가치 대화로 이동하고 있다. 셋째, 경쟁을 일시적으로 봉쇄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에서 철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넷째, 경쟁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시장의 보호에서 시장의 완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섯째, 재정적 측면이 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재화(goods)의 생산과 소비에서 더 좋은 재화(betters)의 생산과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의 빈약한 가치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의미가 없고 인공적이다. 반대로 두터운 가치는 지속가능하며 의미 있는 가치다.”
저자는 기업이나 국가가 미래 세대의 피해를 담보로 성장하는 ‘심층적 부채(deep debt)’를 청산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위기는 잊을 만하면 도둑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려면 신기루 같은 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일러주는 것이다. 신기루는 한순간에 붕괴를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시퍼렇게 질려 있다. 기업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미국 부채로 촉발한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주식 폭락 사태는 20세기 자본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미래 세대의 피해를 담보로 한 ‘심층적 부채’ 카드를 꺼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 책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은 단순한 말잔치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비슷한 기업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을 ‘21세기형 기업의 가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박하게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