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주행에서 안정적인 핸들링이 인상적인 폭스바겐 골프 GTI.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곳곳이 달라졌다. 먼저 내외관이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강렬한 눈매의 바이제논 헤드램프를 둥그런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감싸 역동적이다. 특유의 벌집무늬 라디에이터 그릴과 단칼에 쳐낸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대형 알루미늄휠도 눈에 띈다. 차고가 22mm 낮아져 스포티한 느낌에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버킷시트(옆구리를 감싸는 시트)는 운전자와 따로 놀지 않고, 거친 주행 시에도 몸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진한 회색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세련됐다. 하지만 다이얼 방식의 등받이 조절장치는 조금 아쉽다. 뒷좌석도 좁은 느낌이다. 앞좌석 팔걸이의 윈도 버튼이 너무 앞쪽에 있어서 여성이나 팔이 짧은 운전자는 불편을 느낄 수 있다.
GTI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 성능에 있다. GTI는 2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근 출시한 6세대 골프에 7단 변속기를 넣은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GTI는 국내에서만 늦었을 뿐, 유럽에선 2009년에 출시해 6단인 것이다. 최대출력은 211마력으로 이전 모델보다 11마력 높아졌다. 최고속도 238km/h에 제로백(0에서 100km/h 도달)은 6.9초.
이상의 수치는 언뜻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엔진 회전수 17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쉽게 말해 가속페달을 밟고 최대 가속능력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얘기다. 고성능의 비결이다.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할 때 단숨에 치고 나간다. 대부분의 차량이 3000~4000rpm에서 최대토크를 낸다.
출퇴근시간을 피해 서울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봤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스포츠카처럼 튀어나간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경쾌한 순발력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언더스티어도 ‘표준 전자식 가로축 잠금 시스템’(XDS)으로 잡았다. 타이어 접지력을 높여 운전대를 급하게 꺾었을 때의 쏠림현상을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GTI의 고속주행 안정성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엔진 회전수와 기어비가 타이트하게 맞물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고속에서 안정적인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이자 순간적으로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다. 165km/h까지 급가속했지만 전혀 불안하지 았다. 커브나 급브레이크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다만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차체가 약간 튄다. 승차감이 전체적으로 단단하다.
엔진에서 들려오는 특유의 ‘고~오오옹~’ 하는 중저음 소리는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해치백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을 경우 27인치 MTB 자전거 3대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자동주차보조시스템도 유용하다. 가격은 439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