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네 명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동 장씨 집안의 5대 독자.’
포털사이트 네이트 ‘판’에서 인기를 모으는 장진재(23) 씨의 프로필이다. ‘찐따베리’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네이트 판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올리고 생각을 공유하는 놀이판이자 정보공유 게시판이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재미 삼아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2010년 11월 15일 그가 인터넷에 처음 올린 글은 ‘누나 네 명 나는 5대 독자, 누나들 시집보내주고 싶어요!’다. 이 글은 조회 수가 45만 건에 달했다. 50여 건이 넘는 다른 글의 평균 조회 수도 15만 건을 넘어선다. 그는 위로 여자 형제 넷을 둔 막내아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동생을 유쾌하게 ‘갈구는’ 누나들의 ‘포스’와 촌철살인의 한마디, ‘~했음’으로 문장을 끝내는 일명 ‘음슴체’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이후에도 23년을 되짚어가며 누나들과의 에피소드를 엄선해 글을 올렸다. 팬을 자처한 개발자가 그의 글을 모아 만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독자가 많아지니 글 쓰는 데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시즌1을 쓸 때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하루에 100여 통의 쪽지를 받고, 제 미니홈피에 방명록이 2000개씩 올라오기도 했어요.”
연재물은 그의 생활도 바꿔놓았다. 군대 전역 전까지 인터넷을 즐기지 않던 그는 이제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서 창작의 고통을 겪는다.
“한 번 쓸 때 거의 4시간씩 투자해요. 글 하나에 에피소드가 5~6개 들어가는데 사진도 넣고, 특히 끝 부분에 한 문장으로 이뤄진 웃음 코드를 몇 번씩 고치죠. 글을 올리기 전 거의 5번씩 고칩니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심심해서 쓴 글이 수많은 사람을 웃긴다는 게 신기해요. 제 글의 독자는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해요. ‘어디가 아팠는데 내 글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 ‘생활이 힘든데 덕분에 웃었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납니다. 4시간을 투자해서 4만 명이 웃는다면 만족스러운 결과 아닙니까.”
장씨의 생활신조는 ‘웃으며 살자’다. 그도 인터뷰 내내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다섯 가지가 있다고 자신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중 두 가지는 벌써 이뤄가는 중이다. 바로 ‘도전’과 ‘글쓰기’. 나머지 세 가지가 무엇인지 묻자 “비밀”이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막내동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