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간을 결정하는 게 바로 방재시스템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20초도 안 돼 기상청과 관방청이 통보받았고, 일사불란한 대응시스템을 가동했지만 대재앙을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진 발생 30분 만에 밀려든 쓰나미(지진해일)를 피할 수 없었던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만약 지금 동해에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난다면 과연 방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이 이를 확인하고 속보를 발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분25초~3분15초, 이를 다시 관련 부처와 기관에 통보하는 데까지는 전체적으로 평균 4.35분이 걸린다.
지난해 2월 시흥에서 지진이 났을 땐 기상청이 관련 부처에 통보하기까지 5분이 소요됐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그 시간에 지진은 이미 한반도를 강타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물론, 지진 발생 직후 20~40초 이내 관련 부처와 기관에 신속히 통보하는 미국이나 대만과 비교해도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10초 내 지진 통보? 아무리 빨라도 1분 넘어
1978년부터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기상청은 1999년 11월 지진관측 정보를 분석하는 지진분석시스템(Antelope)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지진 통보시간은 13.1분에서 2004년 9.7분으로 줄었다. 2005년엔 지진분석시스템에서 ‘원 클릭’으로 컴퓨터와 팩스, 문자메시지, e메일, 포털사이트 등과 종합기상정보시스템(COMIS)으로 동시에 보내는 지진통보시스템(EBS)을 도입해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기상청은 2009년 8월 ‘국가지진 대응체계 고도화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지진 통보시간을 50초 이내, 2020년엔 10초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기상청은 지난해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서 ‘지진 통보시간 1분대 진입 가능 시기’에 대해 “지진 규모 계산 방식의 한계로 현재 시간 단축은 불가능한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상황실장인 이현 지진관리관(국장급)은 “지진 통보시간을 목표대로 단축하려면 앞으로 4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현 방식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당장은 쉽지 않지만 기상청도 올해부터 최적의 지진 규모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 실행화 버전 개발을 추진하고, 지진파를 더욱 정밀히 관측할 목적으로 관측망을 새로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관은 “지난해엔 지진 통보시간을 3.3분까지 줄인 바 있으며, 한 달에 1회 이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진관측시스템과 관측망 운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통합지진관측망(KISS)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상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설치한 150여 개 지진관측소에서 수집한 자료가 이곳에 모인다. 이 자료는 다시 각 기관의 지진분석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기상청 지진관측장비 및 지진분석시스템 현장 점검 결과 분석 자료(관측기반국 지진감시과 보고)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장비 장애 사고가 401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 두절과 누전차단기 작동 등 일시 장애가 301건으로 대부분이었지만, 기록계가 아예 작동 불능으로 판정된 건도 78건에 달했다.
또 쓰나미를 감지하는 국내 유일의 기상청 해저지진관측소(울릉도 남쪽 15km 지점)가 지난해 8개월 이상 고장 난 채 방치됐으며, 심지어 한동안 관측 자료를 KISS에 보내지 않은 사실이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초엔 기상청이 자체 지진분석시스템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KISS 시스템과 연결이 끊어져 3일간 지진관측 자료를 전송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시 정보를 긴급 전파해야 할 기상청이 되레 지진관측 사각지대에 놓였던 셈이다.
이현 지진관리관은 “해저지진관측소에 대해선 지난해 사고가 난 뒤 곧바로 안전성을 보강해 지금은 정상적으로 자료 관측을 한다”며 “KISS와의 전송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재난 발생 땐 부처 간 혼선도 여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지진방재 종합대책’도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1995년 1월 일본 고베 지진 이후 두 차례 종합대책을 세웠지만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혼선만 일었다. 2005년 3월 후쿠오카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는 민간 학자를 단장으로 한 ‘지진방재종합개선기획단’을 조직해 새로운 대책을 확정 발표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 부처가 한 시스템에서 움직이지 못한 게 가장 근본 원인이다.
실제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2월 열린 ‘한반도 지진 대응 포럼’에서 “자연재해 대책법만으로 부처별로 범정부적 차원의 지진 대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방재연구소 이호준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관련 기관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소관을 따지는 게 우리의 지진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처 간 역할과 임무가 명확하지 않고 따로 움직일 경우, 오히려 재난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학과 경재복 교수는 “범국가적 지진방재종합대책 내에서 유연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방재 측면에서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부처 간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2006년 11월 울릉도 남쪽 20km에 자리한 기상청 해저지진관측소 케이블이 훼손됐을 때 관측소 자료 제공의 범위, 자료 수준을 놓고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신경전을 벌였다. 기상청이 지진분석시스템을 한 단계 상향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양측은 분석시스템의 호환 여부로 또 한 차례 부딪혔다.
기상청과 소방방재청의 역할이 일부 중복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7월 “기상청의 지진해일 예·경보 시스템은 지진해일 발생 시 도착시간과 예상 파고만을 제시해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자체적으로 동해안 ‘지진해일 대응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한반도 지진 대응 포럼 당시엔 “기상청 정보는 피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별 가속도를 알 수 없다”며 자체 지진 정보 강화의 당위성을 알렸다. 기상청의 관측 기능을 일부 보완하겠다는 뉘앙스다.
예측 어려운 재난 철저한 대비 절대 필요
공교롭게 기상청도 이미 2007년 12월부터 지진·지진해일 감시 기술 및 분석능력 강화를 목표로 ‘SAFE 비전 2012’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에 소방방재청 지진방재과 정길호 연구관은 “어디까지나 관측은 기상청 소관”이라고 전제한 뒤 “더 세분화한 정보로 지진 예상 지역과 침수 예상 지역, 그리고 침수 피해 정도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안침수 예상도를 작성하는 것이 우선순위 목표”라고 전했다.
이현 지진관리관도 “지진재해 대책법에 따라 관측 부분은 기상청 등 9개 기관의 공조가 잘 유지되고 있다”며 “소방방재청의 지진해일 대응시스템은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각 기관의 지진 대비 기능이 비상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호준 연구원은 “예를 들어 소방방재청 상황실에 전력이 끊겼을 경우 위기를 모면할 다른 ‘플랜 B’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재난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제2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예를 들며 “지진 대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기상청이나 방재 담당 관계자들도 위기 상황을 가정해 의무적으로 자전거로 30분 이내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며 “우리의 지진 대책이 지금 잘 추진되고 있다면 이제 ‘플랜 B’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해 발표한 ‘국가 지진경보시스템 구축 설계 및 실시간 지진 자료 공유기반 연구’ 논문에서 기상청 지진통보시스템을 예로 들며 “인터넷이 단절될 경우, 지진 상황 전파가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망, 무선통신망,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 지진관리관은 “기상청의 지진해일 대비 실무 매뉴얼엔 비상 상황에서의 단계별 조치 사항이 시간대별로 구체화돼 있다”며 “기상청 내에서 비상 상황에 대한 모의훈련도 자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길호 연구관도 “비상 훈련만 해도 지금까진 ‘야~ 모여라’ 식으로 진행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실전 ‘플랜 B’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연구관은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비상훈련 시 현장 지휘소 위치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재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면밀히 분석할 방침”이라며 “비상 상황 시 인터넷 등의 통신이 끊길 가능성에도 대비해 각 지역본부에 위성전화기를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만약 지금 동해에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난다면 과연 방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이 이를 확인하고 속보를 발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분25초~3분15초, 이를 다시 관련 부처와 기관에 통보하는 데까지는 전체적으로 평균 4.35분이 걸린다.
지난해 2월 시흥에서 지진이 났을 땐 기상청이 관련 부처에 통보하기까지 5분이 소요됐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그 시간에 지진은 이미 한반도를 강타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물론, 지진 발생 직후 20~40초 이내 관련 부처와 기관에 신속히 통보하는 미국이나 대만과 비교해도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10초 내 지진 통보? 아무리 빨라도 1분 넘어
1978년부터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기상청은 1999년 11월 지진관측 정보를 분석하는 지진분석시스템(Antelope)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지진 통보시간은 13.1분에서 2004년 9.7분으로 줄었다. 2005년엔 지진분석시스템에서 ‘원 클릭’으로 컴퓨터와 팩스, 문자메시지, e메일, 포털사이트 등과 종합기상정보시스템(COMIS)으로 동시에 보내는 지진통보시스템(EBS)을 도입해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기상청은 2009년 8월 ‘국가지진 대응체계 고도화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지진 통보시간을 50초 이내, 2020년엔 10초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기상청은 지난해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서 ‘지진 통보시간 1분대 진입 가능 시기’에 대해 “지진 규모 계산 방식의 한계로 현재 시간 단축은 불가능한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상황실장인 이현 지진관리관(국장급)은 “지진 통보시간을 목표대로 단축하려면 앞으로 4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현 방식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당장은 쉽지 않지만 기상청도 올해부터 최적의 지진 규모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 실행화 버전 개발을 추진하고, 지진파를 더욱 정밀히 관측할 목적으로 관측망을 새로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관은 “지난해엔 지진 통보시간을 3.3분까지 줄인 바 있으며, 한 달에 1회 이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진관측시스템과 관측망 운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통합지진관측망(KISS)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상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설치한 150여 개 지진관측소에서 수집한 자료가 이곳에 모인다. 이 자료는 다시 각 기관의 지진분석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기상청 지진관측장비 및 지진분석시스템 현장 점검 결과 분석 자료(관측기반국 지진감시과 보고)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장비 장애 사고가 401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 두절과 누전차단기 작동 등 일시 장애가 301건으로 대부분이었지만, 기록계가 아예 작동 불능으로 판정된 건도 78건에 달했다.
또 쓰나미를 감지하는 국내 유일의 기상청 해저지진관측소(울릉도 남쪽 15km 지점)가 지난해 8개월 이상 고장 난 채 방치됐으며, 심지어 한동안 관측 자료를 KISS에 보내지 않은 사실이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초엔 기상청이 자체 지진분석시스템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KISS 시스템과 연결이 끊어져 3일간 지진관측 자료를 전송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시 정보를 긴급 전파해야 할 기상청이 되레 지진관측 사각지대에 놓였던 셈이다.
이현 지진관리관은 “해저지진관측소에 대해선 지난해 사고가 난 뒤 곧바로 안전성을 보강해 지금은 정상적으로 자료 관측을 한다”며 “KISS와의 전송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재난 발생 땐 부처 간 혼선도 여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지진방재 종합대책’도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1995년 1월 일본 고베 지진 이후 두 차례 종합대책을 세웠지만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혼선만 일었다. 2005년 3월 후쿠오카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는 민간 학자를 단장으로 한 ‘지진방재종합개선기획단’을 조직해 새로운 대책을 확정 발표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 부처가 한 시스템에서 움직이지 못한 게 가장 근본 원인이다.
실제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2월 열린 ‘한반도 지진 대응 포럼’에서 “자연재해 대책법만으로 부처별로 범정부적 차원의 지진 대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방재연구소 이호준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관련 기관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소관을 따지는 게 우리의 지진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처 간 역할과 임무가 명확하지 않고 따로 움직일 경우, 오히려 재난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학과 경재복 교수는 “범국가적 지진방재종합대책 내에서 유연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방재 측면에서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부처 간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2006년 11월 울릉도 남쪽 20km에 자리한 기상청 해저지진관측소 케이블이 훼손됐을 때 관측소 자료 제공의 범위, 자료 수준을 놓고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신경전을 벌였다. 기상청이 지진분석시스템을 한 단계 상향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양측은 분석시스템의 호환 여부로 또 한 차례 부딪혔다.
기상청과 소방방재청의 역할이 일부 중복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7월 “기상청의 지진해일 예·경보 시스템은 지진해일 발생 시 도착시간과 예상 파고만을 제시해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자체적으로 동해안 ‘지진해일 대응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한반도 지진 대응 포럼 당시엔 “기상청 정보는 피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별 가속도를 알 수 없다”며 자체 지진 정보 강화의 당위성을 알렸다. 기상청의 관측 기능을 일부 보완하겠다는 뉘앙스다.
예측 어려운 재난 철저한 대비 절대 필요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직원들이 지진파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소방방재청 지진방재과 정길호 연구관은 “어디까지나 관측은 기상청 소관”이라고 전제한 뒤 “더 세분화한 정보로 지진 예상 지역과 침수 예상 지역, 그리고 침수 피해 정도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안침수 예상도를 작성하는 것이 우선순위 목표”라고 전했다.
이현 지진관리관도 “지진재해 대책법에 따라 관측 부분은 기상청 등 9개 기관의 공조가 잘 유지되고 있다”며 “소방방재청의 지진해일 대응시스템은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각 기관의 지진 대비 기능이 비상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호준 연구원은 “예를 들어 소방방재청 상황실에 전력이 끊겼을 경우 위기를 모면할 다른 ‘플랜 B’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재난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제2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예를 들며 “지진 대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기상청이나 방재 담당 관계자들도 위기 상황을 가정해 의무적으로 자전거로 30분 이내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며 “우리의 지진 대책이 지금 잘 추진되고 있다면 이제 ‘플랜 B’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해 발표한 ‘국가 지진경보시스템 구축 설계 및 실시간 지진 자료 공유기반 연구’ 논문에서 기상청 지진통보시스템을 예로 들며 “인터넷이 단절될 경우, 지진 상황 전파가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망, 무선통신망,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 지진관리관은 “기상청의 지진해일 대비 실무 매뉴얼엔 비상 상황에서의 단계별 조치 사항이 시간대별로 구체화돼 있다”며 “기상청 내에서 비상 상황에 대한 모의훈련도 자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길호 연구관도 “비상 훈련만 해도 지금까진 ‘야~ 모여라’ 식으로 진행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실전 ‘플랜 B’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연구관은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비상훈련 시 현장 지휘소 위치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재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면밀히 분석할 방침”이라며 “비상 상황 시 인터넷 등의 통신이 끊길 가능성에도 대비해 각 지역본부에 위성전화기를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