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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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 약발 안 듣는다, 부동산 규제 더 풀어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이젠 大權 주자들 눈치 보지 말고 뛰어야”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10-04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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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9 약발 안 듣는다, 부동산 규제 더 풀어라”

    9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주간동아’와 단독 인터뷰 중인 안상수 대표. 취임 이후 주간지와는 첫 인터뷰다.

    “다른 예산을 깎더라도 양육수당 지원 대상의 확대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다.” “(청와대 인사) 앞으로 여당 대표와 상의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정상화 위해 대북 인도적 쌀을 지원해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말이 짧고 굵어졌다. 청와대와 정부에 미치는 발언의 파급력도 세졌다. 정부는 안 대표의 요구대로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을 허용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안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했다. 한때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던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갈등과 친이계 내분도 수면 아래로 잠잠해졌다. 안 대표가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오른 지 2개월여 만의 일이다.

    그간 안 대표의 고민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7·28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야당이 쥐고 있던 정국 주도권을 찾아온 것은 잠시뿐이었다. 전당대회에서 2위에 그친 홍준표 최고위원의 격한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와 유명환 장관 딸 특채 문제 등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깜짝 중국 방문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혼미하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안 대표는 지속적으로 서민경제 현장을 찾아다녔다. 과거 정통 보수에서 벗어나 중도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위한 당 정체성 재확립 작업에도 돌입했다. 그에게는 결코 짧지 않았을 지난 2개월여의 소회와 향후 당 운영 방향 및 당·정·청 관계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 당 대표 취임 이후 고비가 많았다.



    “당선됐을 때 당은 너무 분열돼 있었다. 화합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했고 7·28재보선을 치르면서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당 개혁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20, 30대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2030본부’를 만들고 디지털 소통을 위한 ‘디지털본부’, 공천 개혁을 위한 ‘공천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없지만, 당이 화합해서 단결돼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 이번 추석 민심을 어떻게 느꼈나.

    “추석 전날 폭우가 와서 고향에 가지 못했다. 대신 수해 현장과 지역 재래시장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서민들은 여전히 힘들었다. 경제회복의 온기가 아직 이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 굉장히 맘이 무거웠다.”

    ▼ 당 대표 취임 첫 일성이 당내 화합이었다. 당내 계파 청산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계파가 완전히 청산되기는 힘들다. 어느 국가든 정치적 계파는 있다. 계파 간 경쟁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파를 청산하기보다 계파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홍준표 최고위원은 계파 청산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계파는 현실정치에서 도저히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홍 위원 본인도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 숫자는 적지만.”

    ▼ 홍 위원과 불편한 관계는 어느 정도 해소됐나.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후부터는 아주 사이좋게 지낸다. 지금은 특별히 충돌하는 일 없이 잘 협조하고 있다.”

    ▼ 불법사찰을 계기로 불거진 이상득 전 부의장과 소장파 그룹 간 친이계 내분도 난제 중 하나다. 소장파 그룹은 일단 당 지도부의 해법을 기다리겠다는 태도인데 마땅한 해법이 있나.

    “그 문제는 이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누구라도 다시 들춰서 문제 삼으면 눈총을 받을 분위기다. 지금은 각 계파 간 화합 무드가 조성돼 있다. 앞으로 그 문제가 거론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 소장파 그룹이 또다시 반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당에서 미움을 받을 것이다.”

    ▼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회동 이후 지금은 서로 만족하는 상황이다. 세종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친이와 친박 간의 갈등이 상당히 해소됐다. 친이계 내부 갈등이 있을 때, 오히려 친박 측에서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면서 도와줬다. 계파 간에 아주 부드럽게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무척 활발해졌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쯤 대권 행보에 나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많은 후보가 나와서 다양한 행보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해 유익하다고 본다.”

    ▼ 안 대표가 주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당 공식회의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을 두고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권후보 간 경쟁을 지나치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건 언론이 싸움을 붙인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처음 그 제의를 했을 때 최고위원 대부분이 ‘그거 좋은 일 아니냐. 당에서 중요한 위치인 단체장들도 당 최고중진회의 같은 곳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소통을 위해 좋은 일 아니냐’고 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순수하게 접근했던 것이다. 결국 친박 쪽에서 이의를 제기해서 적절히 조율해 당헌을 개정하게 했다. 앞으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당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 취임과 동시에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여야 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 구성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유가 무엇인가.

    “야당이 너무 정략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개헌특위를 구성하자는데 4대강 특위와 연결시키고, 그게 아니면 무슨 다른 선물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온다. 이러면 개헌은 힘들다.”

    ▼ 야당 쪽에서는 여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정략적으로 한 것은 전혀 없다.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데 조건을 거는 것이 정략적이지.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도 동의하고 의원들도 동의한다. 특위를 만들어서 어떤 권력구조가 좋을 것인지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야당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

    “8·29 약발 안 듣는다, 부동산 규제 더 풀어라”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9월 7일 청와대에서 첫 월례회동을 가졌다.

    ▼ 안 대표는 정부에 대북 쌀 지원을 요청하고, 이 대통령에게는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는 사뭇 다른데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정부 차원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거나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과 등 선행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남북 간 인도적인 교류까지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에 수해가 나고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다면 우리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 정권 차원과 국민 간의 차원은 조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

    ▼ 대북 쌀 지원과 보육지원 대상 확대 등 그동안 안 대표가 추진한 정책은 중도진보적 성격이다. 그렇다면 당 정체성에도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이념은 중도 실용주의다. 한나라당도 합리적인 중도 보수로 당 정체성을 가져가야 한다. 민주당은 중도 진보에서 진보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중도의 개념을 우리가 많이 가져와야 외연을 넓히고 국민적 지지를 더욱 폭넓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특히 내 의지가 강하다.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설득을 통해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고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선진국가로 진입할 수 있다. 그게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정부의 8·29부동산 대책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민들은 자기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집이 거래되지 않으면 돈을 쓸 수 없다. 은행 대출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 사람들의 고통을 해소해줘야 한다. 그래야 돈도 돈다. 기본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집이 제대로 거래될 수 있게 어떤 식으로든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8·29 조치는 별 효과가 없다. 새로운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 서울이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부동산 투기가 없는 지방과 수도권을 똑같이 제재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서울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다. 지역마다 그 실정에 맞게 분리해서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투기 가능성이 적은 곳부터 규제를 완화해서 거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 안 대표가 이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청와대에서 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향후 당·정·청 관계는 어떻게 되나.

    “대통령과의 매월 정례회동, 국무총리를 비롯한 비서실장, 당 대표 등 9인 회동이 정례적으로 있다. 이런 것을 통해 당·정·청이 거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가면서 당이 정국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당은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정부는 벌여놓은 사업들을 마무리하면서 정권 후반기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아무래도 조금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당은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이 정부와 청와대보다 우위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리라 본다. 요즘 이 대통령도 당을 굉장히 존중해주고 있다.”

    ▼ 당 대표가 아닌 한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계획은.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너무 정적이고 수동적이었다. 그걸 동적이고 능동적인 정당으로 바꾸려고 한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국민과 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소통하고 서민경제를 살려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대권 도전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그때 국민의 평가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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