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승부든 룰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어떤 룰이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제도 내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현재 그 규정에 따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어느 의미에서는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꼴이다.”
‘미국 정치의 유대인’의 저자 샌디 마이젤의 말이다. 룰 협상이 심각한 권력투쟁임을 잘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각축이 끝나고 컷오프를 치른 뒤라 바야흐로 치열한 득표전과 물밑 짝짓기가 진행 중이다. 성패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민주당은 6·2지방선거를 통해 대선·총선 패배로 인한 무기력을 많이 벗어던졌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2017년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소리가 많았다. 5년 정도로는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0년 정도로 잡고 실력을 길러서 집권해야 제대로 해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를 계기로 2012년 승리를 거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주장에 공감하든 이런 주장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민주당이 얼마나 기세를 회복했는지 알 수 있다.
치열한 득표전과 물밑 짝짓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과연 민주당의 바닥 당심(黨心)이 어떤 지도부를 선택할지에 관한 것이다. 누가 대표를 차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크게 보면 관리지도부냐, 책임지도부이냐 하는 것이 2012년 총선·대선과 관련해 더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386이 통합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분열과 ‘부역(賦役)’의 과거를 털어내고 젊고 신선한 세력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다.
전당대회 룰이 정해지기 전에 외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순위는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정세균 전 대표 순이었다. 1위와 2위, 2위와 3위의 격차는 10%포인트 정도였다. 지지율 흐름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변화는 한 가지뿐이다. 7·28재보궐선거 이전 2위를 고수하던 정세균이 3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순위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해진 룰에 따르면 대의원 투표 70%, 일반 당원 여론조사 30%로 구성돼 있다. 대의원보다 일반 당원의 경우 손학규의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또 당원은 대의원과 달리 지역위원장의 의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당원 여론조사 30%는 손학규의 우위가 뒤집힐 가능성을 막아주는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의 캠페인에 따라 판세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세 반전의 돌발변수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중평이다.
예상되는 통상적인 변수라면 조직과 자금에서의 차이를 우선 거론할 수 있다. 당내 선거는 일반 선거와 달리 제한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조직이 강한 후보와 약한 후보 간에 적잖은 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 자금도 마찬가지다. 당내 선거라는 울타리 때문에 감시가 소홀하고, 따라서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판을 뒤집을 정도로 조직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후보가 없다. 또 일부 가려지더라도 ‘돈 선거’의 행위 자체가 갖는 위험도 크다. 때문에 반전 변수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다.
정체성 논란도 잠재변수 중 하나다. 이는 1위를 달리는 손학규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넘어온 인물에게 당을 넘겨줘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전통의 민주당 정서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이럴 것이다. ‘안 그래도 열세인데, 제 발로 찾아온 사람까지 밀쳐내면 무슨 수로 승리할 것이냐?’ 2012년 승리의 가능성이 보이는 마당에 이런 협량한 태도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체성 시비가 중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하겠다.
대표와 최고위원 통합해서 선출
정작 가장 강력한 변수는 따로 있다. 다음 지도부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2012년 총선·대선 승리와 연결지어 생각하는지 여부다. 바뀐 당헌·당규에 따르면 2011년 12월에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다. 따라서 대선경쟁력을 잣대로 하는 선택은 그때 해도 된다는 정서가 대의원 사이에 형성될 수 있다. 이는 곧 재집권에 대한 고민보다는 개별적인 친소관계나 연고에 따른 선택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정 고문이나 정 전 대표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정 전 대표 진영과 손 전 대표 진영 사이에 대권과 당권의 분리시기를 대선 전 1년으로 할 것이냐, 6개월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돌한 것도 그 본질은 총선 공천권에 대한 고려가 아니다. 지도부의 성격, 즉 전당대회의 성격을 어떻게 의미(define) 지을 것인가 하는 차원이 본질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너 당권주자들은 대권주자 배제를 주장한다. 대선주자들의 치열한 대권경쟁으로 당이 사분오열되고, 그 결과 대권주자들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적당한 관리자가 당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좋게 보면 자기중심적 논리이나, 나쁘게 보면 정치나 선거의 기본 법칙을 무시한 궤변이다. 하지만 대의원 사이에 제한적인 소구력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 어차피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맡는 대표이니 관리체제가 무난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대표 선출과 최고위원 선출을 통합해서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따로 뽑았다. 이 경우엔 대표 선거에 나선 사람이 최고위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경쟁하면 됐다. 예컨대 대표에 출마한 사람이 6명, 최고위원에 나선 사람이 8명이라고 가정해보자. 대표 선거는 6대 1이 된다. 하지만 최고위원은 5명이니 최고위원 선거는 1.7대 1이다.
그런데 통합 선거는 대표에 나설 사람이나 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6개의 자리를 놓고 14명이 경쟁해야 하니 2.4대 1이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사람이 훨씬 불리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손 전 대표, 정 고문, 정 전 대표, 박주선 의원 등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들은 무난히 지도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나머지 2개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생존게임이 불가피하다.
2개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386의 대응이다. 일부에서 시도하는 386 후보 단일화 운동이 일정한 세와 표 결집을 이뤄낸다면 거의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일화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1인 2표 중 한 표를 ‘빅3’라고 일컬어지는 손 전 대표, 정 고문, 정 전 대표에게 나눠주더라도, 나머지 한 표를 386 단일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movement)이든 그것을 추동할 만한 여건이나 흐름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일부의 계몽이나 선동으로는 불가능하다. 사실 민주당의 386은 정치 입문 이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들보다 앞선 세대인 정 고문과 정 전 대표를 포함해 김한길, 추미애, 천정배, 신기남, 김민석 등 ‘바른정치모임’에 참여했던 그룹이 기여했던 정권교체나 시도했던 정풍운동과 비교할 만한 ‘행동’이 없었다. 계파별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하위 당직을 맡으면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구태정치에 편입되기도 했다.
개헌 정국 향배도 가늠해볼 수 있어
그런 그들에게 여론이 좋을 수 없다. 때문에 2012년 승리가 가능해진 시점에서조차 386이 쪼개진 상태로 전당대회에 임하는 모습이 갖는 참담함만큼은 그들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이 대표로 옹립했던 정 전 대표가 이번 전대 경쟁력에서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때문에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단일화 운동의 명분은 더할 나위 없는 출구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 당의 노쇠화도 그들이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토양이 된다. 당의 대중적 기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젊은 층과의 유대는 사실상 끊어진 상태이고, 전국 정당화의 흐름도 미미하다. 게다가 DJ 세력과 노무현 세력을 비롯한 범민주개혁 세력의 민주당 참여 정도 역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이후 최악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통합성이 떨어지는 작은 그릇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당의 혁신과 통합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386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나 흐름은 나쁘지 않다. 빅3의 대선경쟁력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은 마당이고, 지방선거를 통해 세대교체의 흐름이 현실화됐다. 그러니 그들이 하기에 따라선 아주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앙샹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에 대립하는 구도로 자신들의 역할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적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이들이 그간의 ‘행복한 추억’에서 벗어나 이처럼 험한 길을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개헌 여부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개헌파가 주류를 이루고 득세한다면 개헌 국면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차피 개헌 수요는 충분한 데다 진보정당의 경우에도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변경에 대한 희구가 간절하기 때문에 개헌 정국의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어떤 지도부가 선출되느냐는 민주당의 향배뿐 아니라 전체 정국의 향배에도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 제도 내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현재 그 규정에 따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어느 의미에서는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는 꼴이다.”
‘미국 정치의 유대인’의 저자 샌디 마이젤의 말이다. 룰 협상이 심각한 권력투쟁임을 잘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각축이 끝나고 컷오프를 치른 뒤라 바야흐로 치열한 득표전과 물밑 짝짓기가 진행 중이다. 성패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민주당은 6·2지방선거를 통해 대선·총선 패배로 인한 무기력을 많이 벗어던졌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2017년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소리가 많았다. 5년 정도로는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0년 정도로 잡고 실력을 길러서 집권해야 제대로 해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를 계기로 2012년 승리를 거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주장에 공감하든 이런 주장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민주당이 얼마나 기세를 회복했는지 알 수 있다.
치열한 득표전과 물밑 짝짓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과연 민주당의 바닥 당심(黨心)이 어떤 지도부를 선택할지에 관한 것이다. 누가 대표를 차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크게 보면 관리지도부냐, 책임지도부이냐 하는 것이 2012년 총선·대선과 관련해 더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386이 통합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분열과 ‘부역(賦役)’의 과거를 털어내고 젊고 신선한 세력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다.
전당대회 룰이 정해지기 전에 외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순위는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정세균 전 대표 순이었다. 1위와 2위, 2위와 3위의 격차는 10%포인트 정도였다. 지지율 흐름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변화는 한 가지뿐이다. 7·28재보궐선거 이전 2위를 고수하던 정세균이 3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순위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해진 룰에 따르면 대의원 투표 70%, 일반 당원 여론조사 30%로 구성돼 있다. 대의원보다 일반 당원의 경우 손학규의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또 당원은 대의원과 달리 지역위원장의 의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당원 여론조사 30%는 손학규의 우위가 뒤집힐 가능성을 막아주는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의 캠페인에 따라 판세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세 반전의 돌발변수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중평이다.
예상되는 통상적인 변수라면 조직과 자금에서의 차이를 우선 거론할 수 있다. 당내 선거는 일반 선거와 달리 제한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조직이 강한 후보와 약한 후보 간에 적잖은 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 자금도 마찬가지다. 당내 선거라는 울타리 때문에 감시가 소홀하고, 따라서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판을 뒤집을 정도로 조직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후보가 없다. 또 일부 가려지더라도 ‘돈 선거’의 행위 자체가 갖는 위험도 크다. 때문에 반전 변수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다.
민주당은 9월 6일 박지원 원내대표(맨 왼쪽) 주재로 국회에서 연 당무위원회에서 전당대회 당 지도부 선출 방법을 확정했다.
대표와 최고위원 통합해서 선출
정작 가장 강력한 변수는 따로 있다. 다음 지도부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2012년 총선·대선 승리와 연결지어 생각하는지 여부다. 바뀐 당헌·당규에 따르면 2011년 12월에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다. 따라서 대선경쟁력을 잣대로 하는 선택은 그때 해도 된다는 정서가 대의원 사이에 형성될 수 있다. 이는 곧 재집권에 대한 고민보다는 개별적인 친소관계나 연고에 따른 선택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정 고문이나 정 전 대표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정 전 대표 진영과 손 전 대표 진영 사이에 대권과 당권의 분리시기를 대선 전 1년으로 할 것이냐, 6개월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돌한 것도 그 본질은 총선 공천권에 대한 고려가 아니다. 지도부의 성격, 즉 전당대회의 성격을 어떻게 의미(define) 지을 것인가 하는 차원이 본질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너 당권주자들은 대권주자 배제를 주장한다. 대선주자들의 치열한 대권경쟁으로 당이 사분오열되고, 그 결과 대권주자들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적당한 관리자가 당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좋게 보면 자기중심적 논리이나, 나쁘게 보면 정치나 선거의 기본 법칙을 무시한 궤변이다. 하지만 대의원 사이에 제한적인 소구력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 어차피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맡는 대표이니 관리체제가 무난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대표 선출과 최고위원 선출을 통합해서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따로 뽑았다. 이 경우엔 대표 선거에 나선 사람이 최고위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경쟁하면 됐다. 예컨대 대표에 출마한 사람이 6명, 최고위원에 나선 사람이 8명이라고 가정해보자. 대표 선거는 6대 1이 된다. 하지만 최고위원은 5명이니 최고위원 선거는 1.7대 1이다.
그런데 통합 선거는 대표에 나설 사람이나 최고위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6개의 자리를 놓고 14명이 경쟁해야 하니 2.4대 1이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사람이 훨씬 불리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손 전 대표, 정 고문, 정 전 대표, 박주선 의원 등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들은 무난히 지도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나머지 2개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생존게임이 불가피하다.
2개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386의 대응이다. 일부에서 시도하는 386 후보 단일화 운동이 일정한 세와 표 결집을 이뤄낸다면 거의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일화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1인 2표 중 한 표를 ‘빅3’라고 일컬어지는 손 전 대표, 정 고문, 정 전 대표에게 나눠주더라도, 나머지 한 표를 386 단일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movement)이든 그것을 추동할 만한 여건이나 흐름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일부의 계몽이나 선동으로는 불가능하다. 사실 민주당의 386은 정치 입문 이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들보다 앞선 세대인 정 고문과 정 전 대표를 포함해 김한길, 추미애, 천정배, 신기남, 김민석 등 ‘바른정치모임’에 참여했던 그룹이 기여했던 정권교체나 시도했던 정풍운동과 비교할 만한 ‘행동’이 없었다. 계파별로 나뉘어 있었고, 일부는 하위 당직을 맡으면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구태정치에 편입되기도 했다.
개헌 정국 향배도 가늠해볼 수 있어
그런 그들에게 여론이 좋을 수 없다. 때문에 2012년 승리가 가능해진 시점에서조차 386이 쪼개진 상태로 전당대회에 임하는 모습이 갖는 참담함만큼은 그들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이 대표로 옹립했던 정 전 대표가 이번 전대 경쟁력에서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때문에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단일화 운동의 명분은 더할 나위 없는 출구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 당의 노쇠화도 그들이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토양이 된다. 당의 대중적 기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젊은 층과의 유대는 사실상 끊어진 상태이고, 전국 정당화의 흐름도 미미하다. 게다가 DJ 세력과 노무현 세력을 비롯한 범민주개혁 세력의 민주당 참여 정도 역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이후 최악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통합성이 떨어지는 작은 그릇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당의 혁신과 통합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386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나 흐름은 나쁘지 않다. 빅3의 대선경쟁력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은 마당이고, 지방선거를 통해 세대교체의 흐름이 현실화됐다. 그러니 그들이 하기에 따라선 아주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앙샹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에 대립하는 구도로 자신들의 역할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적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이들이 그간의 ‘행복한 추억’에서 벗어나 이처럼 험한 길을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향후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개헌 여부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개헌파가 주류를 이루고 득세한다면 개헌 국면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차피 개헌 수요는 충분한 데다 진보정당의 경우에도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변경에 대한 희구가 간절하기 때문에 개헌 정국의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어떤 지도부가 선출되느냐는 민주당의 향배뿐 아니라 전체 정국의 향배에도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