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슴확대 수술에는 실리콘이나 식염수 주머니 같은 보형물을 넣는 것이 대세였다. 얼굴 볼륨을 줄이고 늘리며 주름살을 없애는 성형술에도 보톡스, 레스틸렌 같은 약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보형물과 보톡스, 레스틸렌 같은 약물에는 각각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실리콘을 비롯한 이물질 보형물은 유방에 염증이 생기게 하고, 터지면 몸에 흡수돼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식염수 주머니는 터져 신체가 식염수를 흡수해도 별 탈은 없었지만 터질 때마다 다시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가장 큰 단점은 본인과 타인의 이물감. 또 보톡스나 레스틸렌은 6개월이나 1년이면 약효가 사라져 매번 큰돈을 들여 다시 맞아야 했다.
2000년대 초반 자가(自家) 지방 이식술이 등장했다. 자신의 허벅지와 배에서 지방을 빼내 가슴과 얼굴 각 부위 등에 넣는 시술이었다. 자기 지방을 주입하므로 거부반응이나 염증 등 부작용이 없고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즉, 몸 안의 지방 위치만 바꿔준 것. 쉽게 터져 곤란한 식염수 주머니나 주기적으로 갈아야 했던 보톡스, 레스틸렌과는 달랐다. 한번 ‘살아서 정착(생착)’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최대의 보너스는 지방을 빼내므로 ‘죽어도’ 안 빠지는 뱃살과 허벅지 살이 빠진다는 것. 칼을 대지 않으니 성형술을 했는지 아는 이가 없는 것도 큰 장점.
지방줄기세포의 힘! 멍, 부종 사라져
하지만 ‘일석삼조’의 시술에도 큰 단점이 있었다. 몸에서 빼낸 지방의 생착률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 지방 200cc를 유방에 주입하면 잘 남아야 50%이고, 평균 20~30%만 남고 나머지는 몸에 흡수돼 대소변으로 빠져나갔다. 그래서 자가지방 이식술은 2~3회 받아야 원하는 형태를 얻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시술에는 3회분 이상의 지방을 추가로 확보해두는 게 관건이었다. 아무리 바늘로 찔러 지방을 주입하는 간단한 시술이라지만 아프기는 마찬가지. 생착하는 지방의 양을 늘리려고 한꺼번에 많은 지방을 넣으면 멍과 부종이 생기기도 했다.
몸에 지방이 적은 사람은 많은 양의 지방을 주입해야 하는 가슴확대술을 받을 경우 더 문제가 컸다. 허벅지, 배 어디에도 빼낼 지방이 충분치 않은 경우 이식술은 하나 마나 한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 1차 시술을 받고 살이 찌기를 기다려 또 한 번의 지방흡입술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생착률이 높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몸매는 날씬한데 가슴을 확대하려는 사람이 특히 많은 현실에서 자가지방 이식술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고 제시된 대안이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이다. 자가지방 이식술이 채취한 지방을 정제한 뒤 그대로 원하는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이라면,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은 채취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정제한 지방과 섞어 함께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시술은 지방에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고, 그 줄기세포가 지방의 체내 생착률을 높인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추출 과정에서 활성화된 줄기세포가 혈관 형성을 촉진하고, 성장인자 등을 방출하며 지방세포가 생을 마치면 그 지방세포를 대체해 생착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이식한 지방세포의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줄기세포 이용하면 생착률 70%
이 시술을 이용하면 단순 자가지방 이식술처럼 생착률 저하로 2~3차례 추가 이식을 할 필요가 없고, 과도한 지방 주입으로 인한 멍과 부종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생착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 번의 지방 이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이 시술은 2005년부터 시작됐지만 그해 황우석 씨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사기극이 벌어진 후 갖은 논란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실험의 윤리성에 큰 문제점이 제기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아니고 제대혈 유래 성체 줄기세포도 아닌데 줄기세포라는 말만 듣고 지레 겁을 먹었다. 특히 이 시술법은 줄기세포를 배양하지 않은 채 지방에서 분리한 뒤 그대로 몸에 넣는 것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없는데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모두가 정부의 확고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2005년부터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을 도입해 지금껏 가장 많은 시술 사례를 보유한 티아라의원 성형외과 압구정점 신동진 원장은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환자의 몸속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을 의료행위로 인정해 허가하고, 그 밖의 배양 등 줄기세포에 어떠한 조작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긴 이후 이 시술이 급속히 전파됐다”며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병원 내에서 흡입한 환자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뽑을 경우 원내에서만 그 과정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한 것은 큰 진전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준이 생기기 이전에는 줄기세포 추출을 위해 지방을 추출업체에 보내고 줄기세포를 되받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 환자의 지방이 뒤바뀌기도 했고 변질 가능성이 상존했으며 무엇보다 중간업체를 거치면서 시술단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줄곧 지방줄기세포술만 전문적으로 시술해온 신 원장은 “이제 원내에 추출장비가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환자 몸에 이식하는 데 2~3시간이면 된다.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절개하는 곳이 없어 흉터가 남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깡마른 사람이 가슴 확대술을 받고자 하면 체내 지방의 양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성형술을 원하는 사람은 시술 전 시술 부위와 추출할 수 있는 지방의 양, 건강상태 등을 꼼꼼히 알아본 뒤 결정해야 한다. 신 원장은 지금까지 축적한 지방줄기세포 이식술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지방줄기세포와 함께 이식된 정제 지방의 생착률은 평균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 자가(自家) 지방 이식술이 등장했다. 자신의 허벅지와 배에서 지방을 빼내 가슴과 얼굴 각 부위 등에 넣는 시술이었다. 자기 지방을 주입하므로 거부반응이나 염증 등 부작용이 없고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즉, 몸 안의 지방 위치만 바꿔준 것. 쉽게 터져 곤란한 식염수 주머니나 주기적으로 갈아야 했던 보톡스, 레스틸렌과는 달랐다. 한번 ‘살아서 정착(생착)’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최대의 보너스는 지방을 빼내므로 ‘죽어도’ 안 빠지는 뱃살과 허벅지 살이 빠진다는 것. 칼을 대지 않으니 성형술을 했는지 아는 이가 없는 것도 큰 장점.
지방줄기세포의 힘! 멍, 부종 사라져
하지만 ‘일석삼조’의 시술에도 큰 단점이 있었다. 몸에서 빼낸 지방의 생착률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 지방 200cc를 유방에 주입하면 잘 남아야 50%이고, 평균 20~30%만 남고 나머지는 몸에 흡수돼 대소변으로 빠져나갔다. 그래서 자가지방 이식술은 2~3회 받아야 원하는 형태를 얻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시술에는 3회분 이상의 지방을 추가로 확보해두는 게 관건이었다. 아무리 바늘로 찔러 지방을 주입하는 간단한 시술이라지만 아프기는 마찬가지. 생착하는 지방의 양을 늘리려고 한꺼번에 많은 지방을 넣으면 멍과 부종이 생기기도 했다.
몸에 지방이 적은 사람은 많은 양의 지방을 주입해야 하는 가슴확대술을 받을 경우 더 문제가 컸다. 허벅지, 배 어디에도 빼낼 지방이 충분치 않은 경우 이식술은 하나 마나 한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 1차 시술을 받고 살이 찌기를 기다려 또 한 번의 지방흡입술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생착률이 높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몸매는 날씬한데 가슴을 확대하려는 사람이 특히 많은 현실에서 자가지방 이식술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고 제시된 대안이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이다. 자가지방 이식술이 채취한 지방을 정제한 뒤 그대로 원하는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이라면,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은 채취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정제한 지방과 섞어 함께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시술은 지방에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고, 그 줄기세포가 지방의 체내 생착률을 높인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추출 과정에서 활성화된 줄기세포가 혈관 형성을 촉진하고, 성장인자 등을 방출하며 지방세포가 생을 마치면 그 지방세포를 대체해 생착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이식한 지방세포의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복부에서 지방을 채취한 후(왼쪽) 병원 내에서 지방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모습(오른쪽).
줄기세포 이용하면 생착률 70%
이 시술을 이용하면 단순 자가지방 이식술처럼 생착률 저하로 2~3차례 추가 이식을 할 필요가 없고, 과도한 지방 주입으로 인한 멍과 부종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생착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 번의 지방 이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이 시술은 2005년부터 시작됐지만 그해 황우석 씨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사기극이 벌어진 후 갖은 논란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실험의 윤리성에 큰 문제점이 제기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아니고 제대혈 유래 성체 줄기세포도 아닌데 줄기세포라는 말만 듣고 지레 겁을 먹었다. 특히 이 시술법은 줄기세포를 배양하지 않은 채 지방에서 분리한 뒤 그대로 몸에 넣는 것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없는데도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모두가 정부의 확고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2005년부터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을 도입해 지금껏 가장 많은 시술 사례를 보유한 티아라의원 성형외과 압구정점 신동진 원장은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환자의 몸속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을 의료행위로 인정해 허가하고, 그 밖의 배양 등 줄기세포에 어떠한 조작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긴 이후 이 시술이 급속히 전파됐다”며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병원 내에서 흡입한 환자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뽑을 경우 원내에서만 그 과정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한 것은 큰 진전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준이 생기기 이전에는 줄기세포 추출을 위해 지방을 추출업체에 보내고 줄기세포를 되받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 환자의 지방이 뒤바뀌기도 했고 변질 가능성이 상존했으며 무엇보다 중간업체를 거치면서 시술단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줄곧 지방줄기세포술만 전문적으로 시술해온 신 원장은 “이제 원내에 추출장비가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환자 몸에 이식하는 데 2~3시간이면 된다.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절개하는 곳이 없어 흉터가 남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방줄기세포 성형술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깡마른 사람이 가슴 확대술을 받고자 하면 체내 지방의 양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성형술을 원하는 사람은 시술 전 시술 부위와 추출할 수 있는 지방의 양, 건강상태 등을 꼼꼼히 알아본 뒤 결정해야 한다. 신 원장은 지금까지 축적한 지방줄기세포 이식술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지방줄기세포와 함께 이식된 정제 지방의 생착률은 평균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