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딸과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딸이 위장전입해 입학한 서울 종로구 소재 배화여고와 서초구 소재 동덕여고(왼쪽).
한 택시기사의 넋두리다. 신임 장관 내정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에 대한 민심의 흐름이 읽힌다. 그렇다면 장관 내정자들이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자녀를 보내려는 학교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이번 인사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장관 내정자는 3명.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딸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
조현오 내정자가 딸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시기는 1998년 11월이다. 당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거주하던 조 내정자는 종로구 사직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을 종로구 소재의 배화여고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배화여고는 올해 개교 111년이 되는 전통의 명문고다. 올해 1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계고 고교선택제 지원 경향’ 조사결과에서 학군별 경쟁률 부문에서 중부지역(종로, 중구, 용산구) 경쟁률 1위를 차지했다.
이현동 내정자가 위장전입을 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이 내정자의 부인과 딸은 이 내정자의 주소지에서 떨어져나가 2000년 11월 서초구 방배동 대우 H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당시 이 내정자의 실거주지는 인접한 방배동 D아파트였다. 이 내정자의 딸은 덕분에 강남의 명문으로 꼽히는 동덕여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 내정자 부인과 딸의 주소지는 이듬해 5월 다시 이 내정자와 합쳐졌다.
그들만의 불법, 서민들 허탈
동덕여고는 강남3구에서도 명문으로 꼽힌다. 2009학년도 고교졸업생 4년제 대학 진학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강남3구에서는 중산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개교 102주년인 전통 깊은 학교다.
자녀들의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신재민 내정자다. 세 딸을 위해 무려 5차례나 주소지를 옮겨다녔다. 신 내정자는 그러나 자녀들의 신상 공개를 거부해 위장전입을 통해 어느 학교에 입학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위장전입한 주소지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밤가시마을에 거주했던 신 내정자는 1995년 10월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로 주소지를 잠시 옮겼다가 96년 3월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 큰딸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할 시기다. 강촌마을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중학교는 정발중이다. 정발중의 명성은 이미 알려진 터. “전국에서 외국어고 진학률이 가장 높아 모든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라는 게 한 학부모의 이야기다.
신 내정자는 둘째 딸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에 접어들기 직전인 2000년 7월에 다시 주소지를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마을로 위장전입을 했다. 후곡마을엔 오마초교와 오마중이 유명하다.
2003년 11월 신 내정자는 다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로 위장전입을 했다. 셋째 딸이 중학교에 진학할 시기다. 후곡마을과 인접한 문촌마을에서는 오마중과 신일중 두 곳 중 한 곳에 진학할 수 있다. 신일중도 오마중에 못지않은 명문으로 꼽힌다.
위장전입은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과 무관치 않다. 지나친 교육열은 정상적인 교육보다는 입시지옥을 조장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장관에 내정된 이들이 비틀리고 왜곡된 교육의 현실에 동참했던 학부모들이라는 사실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