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헨리 허버트 라 생, ‘자두 줍는 사람들’. (ⓒManchester City Galleries) 2 조지 클라우슨, ‘봄날의 아침, 하버스톡 힐’ (ⓒBury Art Gallery) 3 조제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바람 부는 날’ (ⓒUniversity Of Manchester(The Tabley House Collection))
이번 전시는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모티프가 된 윌리엄 터너의 작품 5점을 포함해 영국 근대 회화 작품 116점을 선보입니다. 자연을 아름답게 담은 영국 낭만주의 회화는 폴 고갱과 클로드 모네 등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실제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진 18~19세기 영국에서 탄생했다는 게 재미있지 않나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헉헉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그 자체가 안식처였던 거죠. 화가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렸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한편에서는 영국 낭만주의 회화가 풍경 뒤에 숨어, 산업혁명에 따른 비참한 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조지 클라우슨의 ‘봄날의 아침, 하버스톡 힐’이라는 작품을 볼까요? 아름다운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발그레한 볼이 무척이나 사랑스럽죠. 하지만 이 작품은 한 공간에 있지만 엄격히 구분되는 사회 계급의 실상을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헨리 허버트 라 생의 ‘자두 줍는 사람들’ 역시 비슷해요. 소녀와 자연은 무척 목가적이지만, 그 속에서 삶의 노곤함이 느껴지죠.
몽글몽글한 조약돌 속 모난 돌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 아린 현실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되지 않나요? 그렇기에 이 전시는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200여 년 전 영국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전시 문의 325-1077, www.british2010.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