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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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만호 회장 1억 원 횡령의혹 날이 갈수록 논란

법조계, 업무상 배임에 해당 … 공모자 처벌 가능성도 배제 못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5-17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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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만호 회장 1억 원 횡령의혹 날이 갈수록 논란
    “의협의 외부용역 연구비 집행자금 중 일부 자금이 용역연구 책임자의 입금통장을 거쳐 의협 회장인 경만호의 개인통장으로 전달된 내역을 이번 제62기 결산보고 검토과정에서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는 횡령 등의 법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부정의혹 및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4월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제62차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된 감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그동안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던 경만호(58·사진) 회장에 대한 횡령 의혹은 이날 총회에서 공론화되면서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했다. 경 회장은 총회에서 “의료정책연구소 외부용역과제 선정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별감사안을 부결하는 등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가 공동 고소인단을 모아 검찰 고발을 예고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정기대의원 총회 감사보고서에서 공론화

    문제가 된 외부용역과제는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선정한 13개 과제 중 ‘의료와 사회포럼’(이하 의료포럼)과 연구비 1억 원에 체결한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친의료계 정치세력화 지원에 관한 건’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의협이 의료포럼과 문제의 용역과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11월 1일로 연구기간은 올해 3월 31일까지다. 연구비는 11월 24일 1억 원이 일시에 지급됐다. 용역 연구비는 의료포럼 공용통장이 아닌 대표 박모 씨 개인통장으로 송금됐다.



    문제는 박씨에게 송금된 다음 날인 11월 25일 경 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재송금됐다는 것이다. 외형상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돈세탁 과정을 거친 셈이다. 외부 회계법인은 이를 횡령으로 봤다.

    이 같은 사실관계를 둘러싸고 의협 이원보 감사와 경 회장 측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경 회장 측은 사실관계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경 대외 업무 및 대시민 사회활동을 통해 의료계 현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특수업무 추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의협 대의원회의장 및 감사 4명과 함께 논의해 동의를 구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원보 감사도 사전에 모두 보고받아서 아는 일인데 뒤늦게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경 회장 측의 항변이다. 더욱이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 회장이 송금받은 연구비 1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 회장 집무실 내 금고에 보관했다가 의협에 반환해 아무런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참작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경 회장 측은 그 근거로 ‘법무법인 두우·이우’ 강충식 변호사의 법리검토 결과를 제시했다. 강 변호사는 “협회장의 판공비 형식이 아닌 연구용역비의 집행이라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예산이 편성되기는 했다. 그러나 연구용역비의 사용자에 대해 사전 합의가 있었고 연구용역 주제에 합당한 범위에서 자금이 집행됐다면 횡령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자금이 집행된 바도 없으므로 더욱 횡령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 회장이 의협 통장에 반환한 것은 4월 20일, 의료포럼으로부터 송금받은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이원보 감사는 이에 경 회장 측과 사전에 상의도 없었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전에 알았다면 자신도 공범이라는 것. 이 감사가 의협 게시판인 ‘플라자’에 올린 글의 일부다.

    복지부 “내부적으로 법률 자문 중”

    “다른 3명의 감사는 내가 감사를 하면서 확인한 사실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경 회장이 조성한 1억 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대의원회 의장도 감사결과의 상황보고를 위해 4월 16일 부산에 내려가 만났을 때까지 알지 못한 상태였다.”

    이 감사는 특히 문제의 연구용역 계약기간이 3월 31일까지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의료포럼) 연구용역이 문제가 될 듯하자 박 대표가 연구결과물 미비로 5월 말까지 2개월간 연구기간 연장을 신청했는데, 만약 감사단이 연구용역 계약 자체가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연구기간 연장신청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감사는 한발 더 나아가 “비자금을 조성한 지 5개월이나 지난 후에 의협에 되돌려준 1억 원이 문제의 연구비라는 것을 누가 증명하겠느냐”면서 “경 회장 개인통장을 포함해 의협 회계 전수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 회장이 사전 양해가 있었다는 지난해 8월 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희두 대의원회 의장은 “당시 회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당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1억 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팽팽히 맞선 경 회장 측과 이 감사, 과연 누구의 주장이 사실일까.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인겸 교수(변호사)는 양쪽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 회장이 의협 공금을 빼돌린 순간 이미 범죄는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의 법리검토 결과다.

    “의협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기관과 공모해서 일정한 형식을 갖춰 공금을 빼돌렸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빼돌린 돈을 반환했다고 해서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훔쳤다가 되돌려줘도 죄는 죄다.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죄다. 공모자도 같이 처벌받는다.”

    경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까지 의료포럼의 고문을 맡았고, 최근 의협 연구조정실장에서 물러난 우봉식 전 실장은 의료포럼 공동대표 출신이다. 최종현 의협 사무총장은 의료포럼 사무총장에서 이동했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박호진 위원은 의료포럼 자문위원으로 등록돼 있다.

    한편 의협 관리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 회장의 1억 원 횡령의혹과 관련해 “의협 쪽 설명도 듣고 내부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를 중심으로 한 공동 고소인단의 검찰 고발 이후 검찰의 수사 여부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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