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008년까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서울 거주 10대(10~19세)가 3만649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2008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10대 ADHD 진료 인원’). 정신과 등 병원에서는 ADHD 아동에게 흔히 약물 처방을 하는데, 중추신경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이 주로 쓰인다.
ADHD는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장애로 산만,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이 주요 특징이다. 교실에서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수업시간이나 숙제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하며,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일 등을 하지 못한다. 이런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잉행동 없이 주의력 부족만 나타나는 등 한 가지 증상만 보일 수도 있다. ADHD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신경들이 제 기능을 못해 발병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중추신경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면 이 성분이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신경을 자극함으로써 ADHD 아동의 주의력이 개선되고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부모 면담 후 바로 일주일치 약 처방
그런데 문제는 이 성분을 함유한 약물이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한다는 사실. 앞선 통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지역에서만 4만 명에 가까운 아동이 약물 처방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국내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병률이 6~8%로, ADHD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동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창 자라는 10대에게 약물, 그것도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게 과연 안전할까. 또 장기복용에 의한 중독 위험성이나 부작용은 없을까. 무엇보다도 실제 병원에서 ADHD 진단이 정확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정주부 김모 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인 딸과 서울의 한 신경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아이가 밝고 쾌활한 성격에 말하는 것을 좋아하며 다소 산만한 편이지만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의사는 김씨의 딸과 30분 정도 면담한 뒤 보호자인 김씨를 불렀다.
“의사는 ADHD가 의심된다고 하더군요. 주의력검사와 종합심리검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40만 원이라고 했어요. ‘너무 비싸 검사받기 곤란하다’고 했더니 그냥 ADHD 약을 일주일치 처방해주더군요.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아이가 차분해질 거라고 설명해줬어요.”
김씨가 처방받은 약은 ‘페니드정’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다. 신경정신과에서는 원내 처방도 가능하다. 약사법 제23조 제4항 3호에 따르면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선 원내에서 조제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김씨는 약을 처방받으면서 의사로부터 이 약이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사실도,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의사는 오히려 잠을 잘 못 자거나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할 수 있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가정주부 이모 씨는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의사의 면담 없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콘서타오로스서방정’을 처방받았다.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가는 것이 꺼림칙했던 이씨가 전화로 문의하자, 병원에서 “어머니만 와서 상담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것.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고 시끄러우니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혼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오지 않는 부모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가진단 테스트’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14개 항목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묻더니, ADHD라고 진단내리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어요. 혹시 ‘아이가 직접 진료받지 않아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더니만 그 자리에서 일주일치 약을 ‘일반’으로 처방해줬어요.”
ADHD 치료약은 만 6~18세 환자에게만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성인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으로 처방받는다. 이씨 역시 약물의 성분에 대해서도,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한 차례 20~30분 아동을 면담하거나, 심지어 부모의 설명만 듣고 ADHD로 진단내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ADHD는 두 차례 이상 면담을 실시하고, 2시간 이상 전문적으로 관찰해야 판단할 수 있는 어려운 정신질환이다. 필요하다면 주의력검사와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도 “ADHD 진단은 정말 어렵다. 아이가 산만하다고 해서 다 ADHD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학습장애만 있거나, 지능 또는 심리적 요인으로 유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사 ADHD일 경우 부작용 더 심각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ADHD 아동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법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신과 홍현주 교수는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등 6개 기관의 연구팀이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 실험한 결과,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치료가 월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이 ADHD 아동들을 약물치료만 한 그룹(A),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비약물치료)를 병행한 그룹(B), 행동치료만 한 그룹(C)으로 나눠 14개월 후 치료 효과를 분석했는데, 병행치료를 한 B그룹의 완치율이 64%로 가장 높았던 것. 약물치료만 한 A그룹은 56%였으며, 행동치료만 한 C그룹은 3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유사 ADHD 증상의 아동, 즉 뇌신경 기능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학습장애나 심리적 요인 등으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아동에게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 식욕 부진과 수면장애, 두근거림, 무기력증 등이 메틸페니데이트의 주요 부작용인데, 이런 증상들이 정상 아동에게는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로 진단받아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는 상당수의 아동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둔갑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즉 자녀의 학습효과를 높이려는 부모가 정상 아동에게도 약물 처방을 요구했고, 이에 병원들도 큰 문제의식 없이 처방했던 것. 홍현주 교수는 “ADHD가 아닌 아동에게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명백한 오용이다. 물론 주의력은 ‘반짝’ 좋아질 수 있지만, 약물의 부작용이 ADHD 아동에 비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의사의 처방대로 복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중독 위험성도 거의 없다”면서 “문제는 효과를 높인다고 약을 임의대로 다량 복용하거나, 갈아서 고용량을 흡입하고 정맥주사로 놓는 것이다. 이 경우 망상, 환청, 환시 등 환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양대 부설 한양아동가족센터 이정숙 연구실장은 “약물치료를 지나치게 오래 받거나 약물을 과다 복용할 경우, 또는 부모가 약에만 의존해 아이가 다른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효과보다 무기력증이나 식욕 부진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ADHD 치료제를 복용한 한 아이의 경우 또래보다 성장이 매우 더뎠다. 이 약물은 식욕 부진, 수면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약의 복용 시간이나 양을 조절해주고 고영양, 고칼로리로 식단을 짜는 등 신경을 써야 하는데 방임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ADHD 증상은 완화됐을지 몰라도, 아이의 자존감이나 정서 및 신체 발달에는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중독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실제로 많은 ADHD 아동의 부모들이 약물치료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한익 교수는 “지금까지 메틸페니데이트에 중독된 ADHD 아동의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 성분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생리적 의존성이나 금단현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험 앞두고 습관적 복용 심리적 의존 비일비재
하지만 심리적 의존성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어느 정도 ADHD가 치료된 후에도 습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고교생은 물론 성인도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 등을 앞두고 ‘약을 처방해달라’며 병원을 찾는다. 이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으로 처방해준다”고 귀띔했다. 대한약사회 박규동 학술이사도 “어떤 약물이든 장기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약물치료가 ADHD의 주요 치료법이긴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선우현 교수는 “산만,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 등 ADHD 같은 문제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보다,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부모의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 교육을 통해 이를 교정하고 아이로 하여금 제대로 된 양육을 다시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부모나 보호자에게 자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과잉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면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긍정적인 자기상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업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등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선우현 교수는 “이런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임상을 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ADHD는 자신감 결여, 우울증, 불안, 틱 장애, 비행 등 동반되는 증상이 많기 때문에 약물만 복용하는 것은 ‘반쪽’짜리 치료가 될 수 있다. 홍현주 교수는 “ADHD 자체에 대해선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동반 증상은 치료하지 못한다. 약물 복용으로 상태가 호전된 아동은 상담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다양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상태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가족 상담도 함께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ADHD는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장애로 산만,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이 주요 특징이다. 교실에서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수업시간이나 숙제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하며,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일 등을 하지 못한다. 이런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잉행동 없이 주의력 부족만 나타나는 등 한 가지 증상만 보일 수도 있다. ADHD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신경들이 제 기능을 못해 발병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중추신경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면 이 성분이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신경을 자극함으로써 ADHD 아동의 주의력이 개선되고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부모 면담 후 바로 일주일치 약 처방
그런데 문제는 이 성분을 함유한 약물이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한다는 사실. 앞선 통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지역에서만 4만 명에 가까운 아동이 약물 처방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국내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병률이 6~8%로, ADHD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동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창 자라는 10대에게 약물, 그것도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게 과연 안전할까. 또 장기복용에 의한 중독 위험성이나 부작용은 없을까. 무엇보다도 실제 병원에서 ADHD 진단이 정확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정주부 김모 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인 딸과 서울의 한 신경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아이가 밝고 쾌활한 성격에 말하는 것을 좋아하며 다소 산만한 편이지만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의사는 김씨의 딸과 30분 정도 면담한 뒤 보호자인 김씨를 불렀다.
“의사는 ADHD가 의심된다고 하더군요. 주의력검사와 종합심리검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40만 원이라고 했어요. ‘너무 비싸 검사받기 곤란하다’고 했더니 그냥 ADHD 약을 일주일치 처방해주더군요.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아이가 차분해질 거라고 설명해줬어요.”
김씨가 처방받은 약은 ‘페니드정’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다. 신경정신과에서는 원내 처방도 가능하다. 약사법 제23조 제4항 3호에 따르면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선 원내에서 조제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김씨는 약을 처방받으면서 의사로부터 이 약이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사실도,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의사는 오히려 잠을 잘 못 자거나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할 수 있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가정주부 이모 씨는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의사의 면담 없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콘서타오로스서방정’을 처방받았다.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가는 것이 꺼림칙했던 이씨가 전화로 문의하자, 병원에서 “어머니만 와서 상담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것.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고 시끄러우니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혼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오지 않는 부모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가진단 테스트’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14개 항목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묻더니, ADHD라고 진단내리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어요. 혹시 ‘아이가 직접 진료받지 않아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더니만 그 자리에서 일주일치 약을 ‘일반’으로 처방해줬어요.”
ADHD 치료약은 만 6~18세 환자에게만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성인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으로 처방받는다. 이씨 역시 약물의 성분에 대해서도,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듣지 못했다.
한 차례 20~30분 아동을 면담하거나, 심지어 부모의 설명만 듣고 ADHD로 진단내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ADHD는 두 차례 이상 면담을 실시하고, 2시간 이상 전문적으로 관찰해야 판단할 수 있는 어려운 정신질환이다. 필요하다면 주의력검사와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도 “ADHD 진단은 정말 어렵다. 아이가 산만하다고 해서 다 ADHD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학습장애만 있거나, 지능 또는 심리적 요인으로 유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사 ADHD일 경우 부작용 더 심각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ADHD 아동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법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신과 홍현주 교수는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등 6개 기관의 연구팀이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 실험한 결과,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치료가 월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이 ADHD 아동들을 약물치료만 한 그룹(A),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비약물치료)를 병행한 그룹(B), 행동치료만 한 그룹(C)으로 나눠 14개월 후 치료 효과를 분석했는데, 병행치료를 한 B그룹의 완치율이 64%로 가장 높았던 것. 약물치료만 한 A그룹은 56%였으며, 행동치료만 한 C그룹은 3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유사 ADHD 증상의 아동, 즉 뇌신경 기능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학습장애나 심리적 요인 등으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아동에게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 식욕 부진과 수면장애, 두근거림, 무기력증 등이 메틸페니데이트의 주요 부작용인데, 이런 증상들이 정상 아동에게는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로 진단받아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는 상당수의 아동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둔갑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즉 자녀의 학습효과를 높이려는 부모가 정상 아동에게도 약물 처방을 요구했고, 이에 병원들도 큰 문제의식 없이 처방했던 것. 홍현주 교수는 “ADHD가 아닌 아동에게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명백한 오용이다. 물론 주의력은 ‘반짝’ 좋아질 수 있지만, 약물의 부작용이 ADHD 아동에 비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의사의 처방대로 복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중독 위험성도 거의 없다”면서 “문제는 효과를 높인다고 약을 임의대로 다량 복용하거나, 갈아서 고용량을 흡입하고 정맥주사로 놓는 것이다. 이 경우 망상, 환청, 환시 등 환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양대 부설 한양아동가족센터 이정숙 연구실장은 “약물치료를 지나치게 오래 받거나 약물을 과다 복용할 경우, 또는 부모가 약에만 의존해 아이가 다른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효과보다 무기력증이나 식욕 부진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ADHD 치료제를 복용한 한 아이의 경우 또래보다 성장이 매우 더뎠다. 이 약물은 식욕 부진, 수면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약의 복용 시간이나 양을 조절해주고 고영양, 고칼로리로 식단을 짜는 등 신경을 써야 하는데 방임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ADHD 증상은 완화됐을지 몰라도, 아이의 자존감이나 정서 및 신체 발달에는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ADHD 학생이 상담 진료를 받고 있다. 이렇듯 약물과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시험 앞두고 습관적 복용 심리적 의존 비일비재
하지만 심리적 의존성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어느 정도 ADHD가 치료된 후에도 습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고교생은 물론 성인도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 등을 앞두고 ‘약을 처방해달라’며 병원을 찾는다. 이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으로 처방해준다”고 귀띔했다. 대한약사회 박규동 학술이사도 “어떤 약물이든 장기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약물치료가 ADHD의 주요 치료법이긴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선우현 교수는 “산만,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 등 ADHD 같은 문제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보다,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요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부모의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 교육을 통해 이를 교정하고 아이로 하여금 제대로 된 양육을 다시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부모나 보호자에게 자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과잉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면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긍정적인 자기상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업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등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선우현 교수는 “이런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임상을 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ADHD는 자신감 결여, 우울증, 불안, 틱 장애, 비행 등 동반되는 증상이 많기 때문에 약물만 복용하는 것은 ‘반쪽’짜리 치료가 될 수 있다. 홍현주 교수는 “ADHD 자체에 대해선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동반 증상은 치료하지 못한다. 약물 복용으로 상태가 호전된 아동은 상담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다양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상태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가족 상담도 함께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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