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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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아 출산? 흔하지만 대부분 완치

산부인과 의사가 본 드라마 ‘산부인과’… “질염·자궁근종 등은 검진 안 해 병 키워”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3-23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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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아 출산? 흔하지만 대부분 완치

    드라마 ‘산부인과’는 아기와 산모를 둘러싼 온갖 사연을 리얼하게 다뤄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 단 한 차례의 혼전 성관계도 없이 결혼한 A씨(32). 그는 남편과 성관계만 가지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생겨 고생한다. A씨는 남편이 성병에 걸려 자신에게 옮겼다고 생각했지만, 산부인과 진단은 전혀 달랐다. 그가 ‘정액 알레르기’, 그것도 남편의 정액에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것. A씨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기를 가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미실’의 소설가 김별아 씨는 출산을 ‘여성’은 버리고 ‘암컷’만 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본능적 사연이 가득한 곳이 바로 산부인과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산부인과’는 아기와 산모, 부부관계와 가족사가 얽힌 온갖 사연을 리얼하게 다뤄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품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정액 알레르기’보다 질경련 많아

    위의 예처럼 ‘정액 알레르기’가 있거나 선천적으로 질이 짧아 성관계가 불가능한 여성, 뇌사 상태에 빠진 산모의 출산을 기다리는 남편 등 드라마 속의 극적 사연들은 얼마나 진실일까. 경기도 동두천시에 자리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은 “드라마 ‘산부인과’를 자주 시청한다”면서 “재미를 위해 과장된 부분이 적지 않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신체적 이유로 부부간 성관계가 원활하기 못해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가 꽤 많다”면서 “드라마에 나온 사례처럼 아내가 남편의 정액에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고, 성관계 후 바로 제거해 몸속으로 정액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액 알레르기’보다 여성의 ‘질경련’으로 성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질경련은 성관계 시 질 입구나 그 부근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수축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박 원장은 “여성이 성관계에 두려움을 느낄 때 질경련이 많이 나타나므로, 부부가 함께 인지치료를 받으면서 ‘섹스는 통증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임을 자연스레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이 짧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거나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함께 있는 등 희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환자 자신의 피부로 인공 질을 만들거나, 하나의 성기를 제거하는 등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

    산모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아기는 무사히 태어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말 희귀한 경우다. CHA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는 “태성숙 상태(34주)라면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아기를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산모가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의 큰 사고였다면 태아도 대부분 태내에서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기형아 출산? 흔하지만 대부분 완치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은 “산부인과를 자주 찾을수록 ‘아기집’인 자궁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드라마 ‘산부인과’에 나오는 사연이 이처럼 예외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산모가 길일에 아기를 낳으려고 출산일을 미루거나 앞당긴다는 내용이 방송됐는데,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흔히 접하는 상황이다. 박 원장은 “산모가 길일을 잡아와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수술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새벽만 아니면 맞춰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어린선(피부가 갈라져 뱀이나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이는 질환), 구순열(선천적으로 윗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진 질환) 등 기형아 출산과 관련된 사연도 실제 산부인과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강 교수는 “기형 태아가 자연 발생할 확률은 2~3%다. 물론 대부분은 출산 후 완치 가능한 작은 기형이거나 질환으로, 특히 구순열은 수술하면 깨끗이 고칠 수 있다”면서 “수술할 때 하는 마취가 신생아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하는 부모도 있는데, 마취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는 태아에게 장애가 있으면 대다수 부모가 낙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먼저 합법적으로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출산 후 교정이 불가능할 만큼 태아의 기형이 심하거나 산모가 유전성 질환을 앓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이다. 다운증후군 태아도 법적으로는 낙태할 수 없다.

    다운증후군 태아, 법적으론 낙태 불가능

    박 원장은 “35세 이상 고령 산모는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해 반드시 태아의 세포를 검사하는 양수검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 결과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낙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다수 병원에서 암묵적으로 낙태시술을 해왔지만, 최근 정부의 불법낙태 단속 방침이 내려진 이후 시술 자체가 없어졌다. 임신 초기에 감기약이나 피부약 등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약을 복용한 경우는 물론, 10대 임신의 경우에도 강간이 아니라면 낙태시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에서 태아 때문에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산모 이야기가 나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암의 종류, 임신 기간,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임신, 출산과 항암치료는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임신 초기엔 항암치료가 유산을 초래하거나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태아나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중기나 말기엔 임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산모가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아도 태아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태성숙 상태라면 조기분만한 뒤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34주가 원칙이지만 산모의 암 진행 상태가 심각하다면 30주 만에 조기분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찾는 가장 많은 이유는 뭘까. 정답은 산부인과의 ‘감기’라 부르는 ‘질염’이다. 쉽게 발생하고 항생제로 깨끗이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질병이지만, 특히 미혼여성은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기 때문에 병을 키운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자궁근종(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도 마찬가지. 가임기 여성의 20~30%가 하나 이상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개수가 많아지거나 크기가 커질 때까지 방치하면 자궁을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드라마 ‘산부인과’에서도 자궁근종이 22개나 생길 때까지 한 번도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않은 미혼여성이 자궁적출수술을 받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박 원장은 “산부인과를 두려워하는 건 똑똑한 여성이나 커리어우먼일수록 더욱 심하다. 자궁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무척 많다”면서 “최근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자궁근종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생리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1년에 한 번은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미혼여성이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회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 www.hsclinic.net

    CHA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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