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한 엉덩이와 굵은 허벅지는 폭발적으로 순간에너지를 발휘하는 진앙지다. 축구 및 육상선수의 허벅지 근육은 다른 종목 선수보다 발달했다.
이상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관규 감독은 말한다.
“이상화를 보면 ‘방뎅이’가 떠오른다. 외국 육상 단거리선수들처럼 엉덩이와 허벅지근육이 발달해 순발력과 순간 파워가 뛰어나다.”
방뎅이는 궁둥이의 사투리다. 방둥이도 있다. 길짐승의 엉덩이를 방둥이라고 한다. 흑인들 엉덩이는 빵빵하다.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부분이 늘씬하고 팽팽하다. 그래서 잘 달린다. 바로 이 ‘빵빵한 엉덩이’에서 순간적인 강력한 힘이 분출된다. 학자들은 ‘빵빵한 엉덩이근육’을 ‘파워 존’이라고 부른다. 파워 존이 잘 발달해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육상 단거리 휩쓰는 아프리카 흑인들
흑인들이 세계 육상 단거리대회를 휩쓰는 이유다. 아프리카 부시맨들의 엉덩이도 볼록하다. 학자들은 그것을 ‘부시맨들의 사막 적응 흔적’이라고 말한다. 사막은 식수와 먹을 것이 귀하다. 어느 때는 배불리 먹지만, 어느 땐 며칠씩 굶어야 한다. 부시맨들은 3만 년 동안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사막 덤불(bush)에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볼록해졌다. 그 볼록한 근육 밑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에너지를 저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 부시맨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오랫동안 물과 음식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 이게 모두 ‘볼록 엉덩이 밑에 저장해놓은 에너지’ 덕분이다.
허벅지는 몸의 기둥이다. 허리와 골반을 튼실하게 받쳐준다. 기둥이 약하면 집은 와르르 무너진다. 무릎관절이 쉽게 손상된다. 허벅지에는 몸 근육의 35~50%가 몰려 있다. 근육은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의 저장 창고다. 허벅지가 굵으면 굵을수록 에너지 창고가 크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다. 격한 운동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뿐인가. 허벅지근육이 많아지면 그만큼 소비되는 열량이 많아 살이 찌지 않는다. 지방도 허벅지근육에 저장되기 때문에 뱃살 기름기가 빠진다. 한마디로 굵은 허벅지는 금벅지, 철벅지, 꿀벅지라고 말할 수 있다.
볼록한 엉덩이와 굵은 허벅지는 폭발적인 순간에너지를 분출하는 진앙지다. 그곳에서 힘과 스피드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육상 단거리선수나 역도선수의 근육은 찐빵처럼 울퉁불퉁하다. 허벅지도 다른 어느 종목 선수보다 우람하다. 사자,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도 마찬가지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이나 경륜선수도 똑같다. 색깔이 흰 속근(速筋)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다. 현재 육상 남자 100m, 200m, 400m 계주 세계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의 허벅지 둘레는 무려 30인치나 된다. 흑인 특유의 볼록한 엉덩이근육도 볼만하다. 올림픽 역도 챔피언 장미란의 두 다리도 튼실하다. 그 두 다리로 몸의 중심을 잡는다. 허벅지 둘레가 28인치나 된다. 여자는 체지방이 많다. 근육을 만들려면 남자보다 2배는 더 힘들다. 여자들이 헬스장에서 죽어라 근육운동을 해도 알통조차 나오지 않는 이유다.
축구선수들의 허벅지도 알아줘야 한다. 대포알 같은 슛은 바로 허벅지근육에서 나온다. 강슛은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에서 발사된다. 대퇴사두근은 무릎을 힘차게 펼 때 쓴다. 점프했다 바닥에 닿을 때 무릎의 충격을 흡수하는 구실도 한다.
프로축구 수원삼성의 차범근 감독은 현역 시절 허벅지 둘레가 31인치나 됐다. 그는 이 허벅지로 바람처럼 빠르게 달렸고, 캐넌포 같은 강슛을 쏘아댔다. 그는 당시 세계 최고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이나 넣었다. 이동국도 만만치 않다. 28인치로 현역 선수 중에선 으뜸이다.
축구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는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이다. 햄스트링은 킥 동작 때 순간 브레이크 기능을 한다. 제동을 걸어준다. 최근 박주영이 다친 곳도 바로 이 부위다. 박지성도 다친 적이 있다. 햄스트링은 조금만 쉬면 나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경기에 나가면 다시 통증이 온다. 허벅지 앞근육만 키웠다간 뒷근육인 햄스트링이 말썽을 부린다. 그뿐인가. 햄스트링은 종아리근육인 캘브스와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캘브스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햄스트링이 고장 나기 십상이다.
바벨을 드는 힘·대포알 슛의 원천
야구와 골프선수의 다리는 스윙할 때 중심축이 된다. 축이 흔들리면 공이 원하는 곳에 가지 않는다. 두 다리가 중심을 잡고 턱 버티고 있어야 맘먹은 대로 공이 나간다. 홈런타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허벅지 둘레가 이승엽 28인치, 최희섭 29인치, 김동주 30인치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골프의 박세리가 27인치인 것이나, 요즘 떠오르는 신지애가 이에 못지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한국 대표선수들의 평균 허벅지둘레는 남자가 23인치, 여자가 22인치다. 모태범은 26인치, 이상화가 23인치. 하지만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23인치로 여자 선수인 이상화와 비슷하다. 왜 그럴까. 그건 장거리선수의 근육은 지근(遲筋)이기 때문이다. 지근은 참나무처럼 단단한 붉은 근육이다. 굵지 않은 대신 오랫동안 에너지를 뿜어낸다. 육상 마라톤선수의 근육과 같다. 예를 들면 같은 사이클이지만 스피드를 겨루는 경륜선수와 장거리 도로 사이클선수의 근육은 완전히 다르다. 경륜선수의 허벅지 둘레는 거의 30인치(이희석 29.7인치, 이현재 29.6인치, 정성기 29.4인치)에 이른다. 하지만 ‘투르 드 프랑스’를 7번이나 연속 우승한 랜스 암스트롱의 허벅지는 보통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아무리 굵어도 23인치를 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성인 남성의 허벅지 둘레는 20~21인치다.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약한 이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쉴 새 없이 뱅뱅 도는 쇼트트랙선수들의 허벅지 둘레는 얼마나 될까. 이정수 20.7인치, 이호석 22.2인치, 성시백 21.5인치, 이은별 20.2인치, 박승희 22.2인치, 조해리 20.4인치로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 순간 스피드보다는 코너워크와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거꾸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단거리 500m에서 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보다는 단거리 전문선수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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