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ands Are My Heart’, 1991, Two chromogenic color prints, 각 23.2x31.8cm
비슷한 예를 한 번 더 볼까요? ‘My Hands Are My Heart’(1991)라는 작품은 촉촉한 진흙을 두 손으로 움켜진 뒤 다시 손을 펼쳤을 때의 모습인데요. 완성된 오브제는 손가락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사람의 심장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 과정이 너무 단순하다고요? 바로 이것이 오로즈코 작품세계의 특징입니다. 그는 제작 과정을 최소화하고 작품이 지닌 물성을 유지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는데요. 그의 말을 빌리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작품 때문에 그는 멕시코뿐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는데요. 그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에 가장 단순한 행위만을 가한 뒤 사람들이 새롭게 경험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진흙덩이가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으로 변형됐듯 말이죠.
‘Piedra que cede’, 1992, Plasticine, 36.8x39.4x40.6cm, Collection the artist
언뜻 보면 너무도 단순해 보이는 오로즈코의 작품은 실은 다양한 예술의 전통을 흡수하고 있는데요. 지극히 평범한 재료를 작품에 재활용하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는 물론,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장소에 작품 설치를 탐구하는 대지 미술, 그리고 작가의 신체를 작품에 참여시키는 행위예술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초대형 고래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다음 주에 계속되는 오로즈코의 작품세계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