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비계층은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의 가치 추구가 우선이다. 질과 디자인, 트렌드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팔린다는 얘기다. 각 제품군별로 비교할 수 있는 우수 제품도 많아 테스트마켓 기능도 한다. 따라서 편의점 제품 중 베스트셀러는 미래 소비자들의 기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편의점협회 이덕우 기획관리팀장은 편의점 베스트셀러는 ‘왕중왕’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편의점의 연령별 고객층은 20대 38%, 30대 28.1%, 40대 18.3%. 계층별로는 회사원(52.2%), 학생(31.7%), 주부(6.9%) 순. 따라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소비 기호가 명확한 젊은 층의 ‘간택’을 받아야 해 제조사들도 ‘최강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협회와 업계의 설명이다.
좁은 공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편의점에 얼굴을 내미는 제품은 제조사가 자신하는 제품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제조업체에서 제품 판매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 마케팅디렉터(MD)의 눈을 통과해야 한다. 상품의 특성, 제품의 질, 주요 소비 타깃 등을 분석해 편의점에서의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는 제품 판매에 따른 가맹점주의 마진도 고려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제품을 들여놓아도 판매가 부진하면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 만에 퇴출되는 ‘잔혹한 시장’이 편의점이다.
그렇다면 ‘편의점 잔혹사’를 이겨내며 깐깐한 소비자들의 낙점을 받은 제품들은 어떤 것일까. ‘주간동아’는 국내 5개 편의점 업체(훼미리마트,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세븐일레븐)와 함께 올 한 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상품을 뽑았다. 지난 1월1일부터 11월30일(1개 업체는 10월31일)까지 전국 1만4012개 편의점의 판매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뒤 제조사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봉지라면 명불허전 ‘신라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신라면’은 5개 편의점 공히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조사기간 중 편의점에서 팔려나간 신라면은 2000만개에 달했다. 1986년 10월 제품 출시 이후 지난 11월 말까지 누적판매 개수가 183억개. 연간 8억개가 팔려나간 셈이다. 봉지만 일렬로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1만8000개 높이와 맞먹는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5개국에 수출되거나 현지에서 생산돼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다. 이는 초창기 ‘신라면’ 개발자들의 입에 ‘불나는’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맛이 매운맛(통증을 맛이라고 표현하긴 뭣하지만 어쨌든)이라고 판단한 농심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매운맛 라면 개발에 나섰다. 연구원들은 하루 20여 차례 시식(평균 3봉지 분량)을 했다. 즐기면서 먹는 게 아니라 물의 양과 온도, 끓이는 시간을 초시계와 비커로 정확히 계산하면서 먹어야 했다. 1년 넘게, 수천 번의 시식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원들은 붉은 고추와 쇠고기가 조화를 이룬 수프, 매운맛에 걸맞은 매끄럽고 쫄깃한 면발, 그리고 독특한 향의 표고버섯으로 뒷맛을 마무리한 신라면을 개발했다.
다음 단계는 제품 이미지메이킹. 당시 안성탕면(120원), 삼양라면(100원)과 차별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개당 판매가는 200원에 맞췄다. 하지만 제품 포장지가 문제였다. 지금은 붓글씨 매울 ‘신(辛)’이 신라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지만, 봉지에 이 글자를 새겨넣기 위해 법 개정까지 해야 했다. 1986년 당시 라면은 대부분 회사 이름이나 재료를 브랜드명(‘소고기라면’ ‘김치라면’)으로 썼지만, 농심은 발음하기 편하면서 매운맛을 알릴 수 있는 ‘辛라면’으로 결정했다.
당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제품명은 한글로 표기해야 하고, 외래어를 써넣을 경우 한글보다 작아야 했다. 농심은 당국에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며, 결국 이듬해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지금처럼 ‘辛’자를 크게 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중화권 등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게 농심 홍보팀 최서윤 대리의 설명이다.
광고도 신라면 ‘본좌 등극’의 일등공신이다. 1986~92년에는 강부자와 구봉서를 모델로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로 매운맛을 해학적으로 표현했고, 1993~99년에는 최수종과 김용만을 등장시켜 “신라면 맛, 세상이 다 압니다”라고 외치며 세계적인 제품임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거, 신라면보다 맛있네” “그거, 신라면이야!”라는 대화를 통해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2007년의 세계 라면 소비량은 979억개.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한국 순이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국민 1인당 75개로 1위에 올랐다.
용기(컵)라면 한국인 식습관 역이용한 ‘육개장 사발면’
‘육개장 사발면’이 ‘본좌’가 된 데는 한국인의 식습관이라는 난제를 기회 삼아 정면 돌파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컵라면의 시작은 1975년(일본은 1971년). 한 업체가 처음 시판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품질상의 문제로 곧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이르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진전되던 시절, 농심은 컵라면 개발에 본격 나섰다. 컵라면은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장점이지만, 음식을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사발면이다. 일본 제품과 달리, 상 위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국 사발’을 모델로 해 용기의 안정감을 높였다. 문제는 90~100℃의 뜨거운 물을 부어 3~4분 안에 복원해야 하는 기술이었다.”
마케팅팀은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이때까지는 실내에서 먹기 좋은 담백한 맛의 ‘사발면’)으로 대대적인 무료 시식 캠페인을 벌인 뒤 1982년 1월 출하를 시작했다. 하지만 3월 접어들어 판매는 ‘올 스톱’. 당시만 해도 난로를 때는 겨울이 지나면 끓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로 위 주전자는 ‘자동’으로 끓는 물을 제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컵라면을 먹기 위해 따로 물을 끓이려 하진 않았던 것이다.
고심 끝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전기온수기. 언제든 사발면을 먹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국내 한 온수기 업체와 야외에서 손쉽게 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온수기를 개발해 사발면 판매업소에 무상 대여했다. 지금도 한강공원 등 야외에서 ‘은빛 찬란한’ 전기온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슬슬 사발면이 팔리는가 싶더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야외에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이 얼큰한 맛을 찾았던 것이다. 결국 수개월 추가 연구 끝에 1982년 11월 얼큰한 맛의 육개장 사발면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물을 붓고 기다리는 3~4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뚜껑에 숨은그림찾기, 올림픽 진기록 등을 실었고, 83년부터는 사발면 자동판매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육개장 사발면은 컵라면 시장의 60%대를 점유했고, 90년대 후반 PC방이 보급되면서 급성장해 현재는 연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후 컵라면은 주식에서 간식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큰 사발류(2000년 63.7%→2008년 48.4%)는 줄고 소형 컵류(2000년 11.6%→2008년 30.5%)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차음료 다이어트 트렌드 공략한 ‘옥수수수염차’
광동 옥수수수염차는 2006년 7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까지 5억병(340ml 기준)이 팔렸다. 한방에서 이뇨 작용, 부기 제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옥수수수염의 효능과 옥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어필하면서 급부상한 것.
“2004년부터 녹차음료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차음료 시장에 주목했다. 이듬해에는 차음료 시장이 녹차음료에서 혼합차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현상을 발견하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차를 찾아나섰다.”
광동 유대선 부장의 설명처럼 ‘한방의 과학화’를 모토로 한 광동은 녹차의 떫은맛을 보완하면서 ‘구수한’, 그리고 ‘물과 같은’ 속성의 소재를 찾기 위해 한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중 옥미수(玉米鬚·옥수수수염)가 눈에 띄었다. 옥미수는 ‘본초도감’ ‘방약합편’ 등에 이뇨 개선과 부기 완화 효능을 갖춘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이 효능을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 장년층에게는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옥수수차의 향수를 자극했고, 다이어트와 ‘S라인’에 열광하는 여성에게는 옥수수수염의 ‘부기 완화’ 효능이 먹혀들었다. 광동은 재빨리 ‘얼굴선이 아름다운’ ‘V라인 얼굴’이라는 카피를 이용해 부기 완화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돌입했다. 마침 드라마 ‘황진이’를 광고에 활용해 여성미의 기준인 ‘고운 얼굴선’을 강조하면서 격전지 차음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발품으로 대박 터뜨린 ‘메로나’
1992년 당시 고가의 과일이던 멜론을 재료로 한 아이스크림 바 ‘메로나’는 출시되자마자 그해 2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각종 언론이 선정한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면서 수많은 카피 제품이 나왔지만, 지난 17년간 ‘본좌 수성(守成)’에 성공했다.
메로나의 성공은 빙그레 마케팅팀과 연구개발팀의 합작품이었다고 한다. 1991년 어느 날 지방 시장조사를 위해 한 제과점에 들렀던 개발팀은 멜론 맛이 나고 유지방이 높은 아이스 바가 잘 팔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당시 멜론은 대중적인 과일이 아니었으며, 재료값도 비싸 제품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했다.
“수많은 검토 끝에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당시 중심 가격대이던 200원에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소비자 조사에서도 멜론 맛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멜론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멜론 맛을 선점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유지방을 6% 이상 함유해 부드러우면서도, 멜론 특유의 향과 쫀득함이 소비자의 혀를 자극해 하루 2~3개씩 사먹는 마니아까지 생겨났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단골손님에게만 팔 정도였다. 초록색의 독특한 사각형 모양은 차별을 원하는 젊은 층을 파고들면서 매년 편의점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는 브라질 리베르다데(Liberdade)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지역 레스토랑에 ‘메로나 판매’라는 문구가 써 붙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업계는 올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월드콘’ ‘설레임’ ‘스크류바’ ‘돼지바’ ‘비비빅’ ‘메로나’ ‘부라보콘’ 등이 선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컵커피 최초 컵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젊은 층 선호 …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
젊은 층에서 선호하는 컵커피는 매일유업(이하 매일)의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가 1위를 달리고, 남양유업(이하 남양)의 ‘프렌치카페 시리즈’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997년 국내 최초 컵커피 브랜드로 탄생한 카페라떼 시리즈는 인스턴트 캔커피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에 해외여행자와 어학연수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함께 커피에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서양식 커피 문화가 도입됐고, 이런 소비자의 기호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매일 박경배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매일은 고급 아라비카종 원두와 정통 원두커피 추출법인 드립 방식, 100% 생우유라는 하모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드러운 고급 맛’ 커피로 어필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선 ‘대세는 고급 원두커피 음료’라는 트렌드가 형성됐는데, 여기에는 컵에 스트로를 꽂아 길거리에서 마시는 ‘이탈리아 커피 패션’이 여대생들의 동경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시기 ‘프렌치카페’를 출시한 남양도 ‘카라멜 마끼아또’ 등 9종의 프렌치카페 시리즈를 선보이며 컵커피 시장의 ‘판’을 키웠다. 해발 1500m 이상의 안데스산맥에서 키운 콜롬비아산 고급 원두를 이용해 맛과 향이 풍부하고 메이플 시럽을 첨가해 특유의 감미로움을 살렸다는 게 남양 최경철 부문장의 설명. 여기에 ‘악마의 유혹’이라는 카피와 함께, 원빈 송승헌 강동원 등 최고의 인기 배우를 광고에 등장시켜 여심(女心)을 자극했다.
매일과 남양 처지에선 컵커피 출시 덕에 남는 원유(原乳)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만들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주 ‘소주는 부드럽고 깨끗하다’ 이미지 덕 톡톡히 본 ‘참眞이슬露’
젊은 층에게도 소주는 ‘진로(眞露)’였다. 1998년 10월 첫선을 보인 ‘참眞이슬露’(이하 ‘참이슬’)는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3도 소주 시대를 열었으며(세 차례의 리뉴얼 끝에 현재는 20.1도), 지금까지 소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소주는 25도의 독주로 그 이하의 술은 소주라고 부르지 않던 시절, 소비자들이 점차 독한 술을 꺼리게 되리라는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결단이었다. 이런 변화는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맛이 깨끗하고 도수가 낮아 숙취가 덜하고 개운하다는 광고 전략을 쓴 것. 여기에 대나무 숯 효능을 접목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과학적 주류 제조공정을 알림으로써,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서 전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06년 8월 출시된 ‘참이슬 fresh’는 20도의 벽을 깨며 19.8도(지금은 19.5도)로 낮아졌다.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 숯으로 정제해 빚은 천연 알칼리 소주로 알려지면서 출시 2개월 만에 1억병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소주 사상 최단기간, 최다판매량 신기록. 이후 ‘참이슬’은 10년간 총 140억병을 팔았으니 하루 평균 384만병, 초당 44병이 팔려나간 셈이다.
‘참이슬’의 선전은 소주의 대명사가 된 ‘진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24년 평남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된 진로는 생산지인 ‘진지(眞池)’의 ‘眞’과 소주를 증류할 때 술방울이 이슬(露)처럼 맺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잘 알려진 ‘두꺼비 진로’와 달리 창업 초창기 진로 상표에는 원숭이가 등장하는데, 서북지방에서는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6·25전쟁 후 1954년 6월 서울 신길동 시대를 연 뒤에 두꺼비 상표를 달았고, 70년 국내 소주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39년간 소주 시장을 석권했다.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진로는 73년 서독, 77년 일본에 진출했으며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 진로 및 참이슬 브랜드로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5343만 달러.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distilled spirits) 판매량 8년 연속 1위에 랭크됐다.
한편 올해 1~8월 진로의 시장점유율(한국주류산업협회)은 전국 시장 50.1%, 수도권 시장 77.8%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시장은 진로에 이어 △롯데 12.6% △금복주 8.6% △무학 8.1% △대선 7.6% △보해 3.1% △하이트 1.3% 순.
맥주 ‘젊은 맥주’ 한 우물 판 ‘카스’
‘젊은 맥주=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캔맥주는 휴대하기 편해 야외활동을 할 때나 캠퍼스,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젊은 제품’이다.
“4월 초 출시한 ‘카스 2X’와 정통파들이 즐겨 찾는 ‘카스 후레쉬’, 취향에 따라 ‘카스 라이트’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등 다섯 종류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메가 브랜드’ 전략이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오비맥주 김기화 홍보팀장은 1994년 6월 ‘카스’가 출시된 이후 ‘2030’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꾸준히 인지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국내 주류업계에서 처음 시작한 메가 브랜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쟁사 하이트 제품과 달리 ‘톡(Tok)’ 쏘는 청량감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가 젊은 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꽃남’ 이민호와 호주 모델 제시카 고메즈가 출연한 ‘카스 2X’ 광고는 주류업계 최초로 뮤직비디오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들었고, 이민호와 산다라 박의 사랑이야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담아낸 최근 광고 역시 세련된 매력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카스 2X 서든어택 대학리그’ 등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젊은 맥주=카스’를 각인시키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카스의 브랜드 선호도가 지난 5월 36.1%에서 10월 38%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고무돼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보다 앞선다. 9월까지 하이트맥주는 57.5%, 오비맥주는 42.5%를 기록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40여 년간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1993년 ‘100% 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에 흔들리더니 3년 뒤 결국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카스맥주를 인수해 2강 체제를 갖췄다.
위스키 업소 종업원 집중공략한 마케팅의 승리 ‘스카치블루’
세계적인 수입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던 1997년 말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는 국산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출시했다. 이듬해 4000만원(주세 포함)을 벌더니 1999년 27억원, 2002년 1800억원, 2007년 22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힘들었다.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업소는 도매상과 유흥업소의 관계가 워낙 견고해 뚫을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손님들이 찾게 만들어 업소에서 ‘안 팔면 안 될’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 관계자는 ‘스카치블루’의 성공적인 안착은 품질, 유통, 광고, 판촉 전략을 모두 동원한 종합 마케팅 덕이라고 강조한다.
수입 위스키들이 서구인 입맛에 맞게 제조된 점에 착안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주당’이 많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카치블루만의 ‘블렌딩’을 찾았지만 이후가 더 문제였다. 제품이 나오고 유흥업소를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던 것. 위스키 전문업체도 아닌 회사에서 만든 신제품은 먹혀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던 중 소비자 구매행동 조사결과를 리서치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위스키를 주문할 때 ‘주변 사람들의 권유’(45.1%)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유흥업소 종업원이 손님에게 스카치블루를 권하도록 유도했다. 주류 도매업자를 통한 ‘푸시(push)’ 전략보다 종업원이 권해 소비를 유도하는 ‘풀(pull)’ 전략을 시도한 것. 영업사원들은 1인당 대형 유흥업소 5~10개씩을 맡아 청소, 테이블 세팅 작업을 도와주며 종업원들과 신뢰를 쌓았다. 3개월 뒤 유흥업소 직원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겨 찾는 시사지와 전문지에 광고를 집중했는데, 제품 소개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자연경관을 내보내 한국인의 정서에 호소했다. ‘스카치블루=스코틀랜드 고급 위스키’를 연상케 한 것. 이후 ‘CEO 클럽’ 등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광고에 등장시켰고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회를 열어 입소문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신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가짜 위스키 제조를 막을 수 있는 ‘DNA 시스템’도 앞서 도입했다.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형광잉크로 스카치블루 로고가 나타나 어두운 술자리에서도 쉽게 정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노력으로 2000년 3%이던 ‘스카치블루’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18.7%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17~18%대를 오르내린다.
세탁세제 ‘찬물에도 유해균 99.9% 살균’ 크게 어필 … LG ‘테크’
세탁세제는 5개 편의점마다 취급 품목이 달라 순위 산정이 무의미했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가 아니다 보니 전체적으로 용량이 적은 기본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LG생활건강(이하 LG)의 ‘테크’가 단연 돋보인다. 750g은 물론 2kg, 4kg 제품도 고루 많이 팔렸다. ‘테크’의 장점은 찬물에서도 옷감 손상 없이 살균, 표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특허를 받은 저온표백 강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찬물에 빨아도 각종 유해균 99.9% 살균’이라는 포장 및 홍보 문구가 주부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 깔끔한 이미지의 탤런트 정혜영을 기용한 광고 효과도 컸다. 세탁세제 브랜드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LG ‘슈퍼타이’도 꾸준히 판매됐다. 이 제품은 찬물에 쓸 수 있는 세탁세제의 효시 격이다. 애경의 ‘스파크’, CJ의 ‘비트’도 ‘테크’와 비등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세탁비누에선 무궁화의 ‘표백세탁비누’가 흔들림 없는 강세를 보였다.
치약 ‘건강한 20개 치아를 80세까지’ 비전 제시 … 애경 ‘2080’
외환위기 여파로 치약 시장에서 고가의 미백 제품이 쇠퇴하던 1998년 12월 출시된 애경의 ‘덴탈클리닉 2080’은 효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취했다.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성분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중저가로 낮춘 것. 여기에다 ‘2080’이라는 기발한 비전을 국민건강운동 캠페인으로 확산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애경 홍보팀 이재이 차장은 “2080은 가장 단기간에 성공한 제품이다. 숫자를 브랜드명으로 정하고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해준다’는 콘셉트를 제시한 게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말한다.
세계치과학회 연구 주제인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보존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애경은 ‘8020’과 함께 70세에 25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7025’를 대상으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중 선호도가 높은 ‘8020’을 선택했다. 발음하기나 기억하기에도 ‘8020’이 좋다는 평가였다. 그 후에도 ‘20’의 의미를 ‘20대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 ‘20개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소한 듯하지만 특허를 받은 치약의 2개 줄무늬 또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080’의 영원한 숙적인 LG의 ‘페리오’ 역시 건재를 과시했다. 치석 제거에 효과가 있는 트리클로산 성분을 함유한 ‘클링스치약’은 ‘페리오’ 자매품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샴푸 피부처럼 가꾸는 ‘헤어 솔루션’으로 20대 여성 공략 … LG ‘엘라스틴’
“당신의 머리, ‘엘라스틴’에겐 피부입니다.” ‘A는 B’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국어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은유법’이 샴푸 시장에서도 통했다. ‘당신의 머리가 곧 피부’라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슬로건 덕에 ‘엘라스틴’은 2004년부터 샴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샴푸의 요정’이 됐다.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하듯 모발을 관리해준다는 ‘헤어 솔루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섬으로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 또한 ‘엘라스틴’은 매년 리뉴얼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형 ‘엘라스틴’은 ‘모발생명 에센스’를 함유해 모근을 강화하고 모발에 윤기를 주며 탄력을 유지해 머리카락 끝의 갈라짐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듯 차곡차곡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엘라스틴’은 올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렸다.
출시 초부터 광고 모델로 기용된 톱스타 전지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생 김민정(23) 씨는 광고 속 전지현의 말 한마디에 7년째 이 제품만 쓰고 있다는 ‘골수팬’이다.
“광고에서 전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도 ‘엘라스틴~’이라고 하잖아요. 샴푸를 고를 때마다 그 목소리가 생각나는 거예요. 제가 엘라스틴을 쓴다고 전지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웃음)”
생리대 말 그대로 좋은 느낌, ‘순면감촉 커버’로 대박 …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생리대는 여성에게 화장품보다 더 민감한 제품일지 모른다. 그만큼 제품의 질에 까다롭게 반응하고, 소비 성향도 여간 신중하지 않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여성을 배려하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흡수력과 착용감을 높이는 것은 기본. 이 제품을 쓰는 여성의 심리적 안정감도 배려했다. 국내 최초로 ‘순면감촉 커버’를 사용, 부드러움을 원하는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패드에 2048개의 소프트 홀 커버를 넣어 순간흡수력을 높인 ‘좋은느낌 순수’를 출시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느낌’의 ‘여성 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생리대만 생산하는 전용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 유한킴벌리 PR팀 김영일 대리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충주공장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위생용품 전용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화이트’가 선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LG유니참 ‘바디피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국편의점협회 이덕우 기획관리팀장은 편의점 베스트셀러는 ‘왕중왕’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편의점의 연령별 고객층은 20대 38%, 30대 28.1%, 40대 18.3%. 계층별로는 회사원(52.2%), 학생(31.7%), 주부(6.9%) 순. 따라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소비 기호가 명확한 젊은 층의 ‘간택’을 받아야 해 제조사들도 ‘최강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협회와 업계의 설명이다.
좁은 공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편의점에 얼굴을 내미는 제품은 제조사가 자신하는 제품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제조업체에서 제품 판매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 마케팅디렉터(MD)의 눈을 통과해야 한다. 상품의 특성, 제품의 질, 주요 소비 타깃 등을 분석해 편의점에서의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는 제품 판매에 따른 가맹점주의 마진도 고려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제품을 들여놓아도 판매가 부진하면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 만에 퇴출되는 ‘잔혹한 시장’이 편의점이다.
그렇다면 ‘편의점 잔혹사’를 이겨내며 깐깐한 소비자들의 낙점을 받은 제품들은 어떤 것일까. ‘주간동아’는 국내 5개 편의점 업체(훼미리마트,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세븐일레븐)와 함께 올 한 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상품을 뽑았다. 지난 1월1일부터 11월30일(1개 업체는 10월31일)까지 전국 1만4012개 편의점의 판매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뒤 제조사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봉지라면 명불허전 ‘신라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신라면’은 5개 편의점 공히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조사기간 중 편의점에서 팔려나간 신라면은 2000만개에 달했다. 1986년 10월 제품 출시 이후 지난 11월 말까지 누적판매 개수가 183억개. 연간 8억개가 팔려나간 셈이다. 봉지만 일렬로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1만8000개 높이와 맞먹는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5개국에 수출되거나 현지에서 생산돼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다. 이는 초창기 ‘신라면’ 개발자들의 입에 ‘불나는’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맛이 매운맛(통증을 맛이라고 표현하긴 뭣하지만 어쨌든)이라고 판단한 농심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매운맛 라면 개발에 나섰다. 연구원들은 하루 20여 차례 시식(평균 3봉지 분량)을 했다. 즐기면서 먹는 게 아니라 물의 양과 온도, 끓이는 시간을 초시계와 비커로 정확히 계산하면서 먹어야 했다. 1년 넘게, 수천 번의 시식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원들은 붉은 고추와 쇠고기가 조화를 이룬 수프, 매운맛에 걸맞은 매끄럽고 쫄깃한 면발, 그리고 독특한 향의 표고버섯으로 뒷맛을 마무리한 신라면을 개발했다.
다음 단계는 제품 이미지메이킹. 당시 안성탕면(120원), 삼양라면(100원)과 차별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개당 판매가는 200원에 맞췄다. 하지만 제품 포장지가 문제였다. 지금은 붓글씨 매울 ‘신(辛)’이 신라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지만, 봉지에 이 글자를 새겨넣기 위해 법 개정까지 해야 했다. 1986년 당시 라면은 대부분 회사 이름이나 재료를 브랜드명(‘소고기라면’ ‘김치라면’)으로 썼지만, 농심은 발음하기 편하면서 매운맛을 알릴 수 있는 ‘辛라면’으로 결정했다.
당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제품명은 한글로 표기해야 하고, 외래어를 써넣을 경우 한글보다 작아야 했다. 농심은 당국에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며, 결국 이듬해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지금처럼 ‘辛’자를 크게 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중화권 등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게 농심 홍보팀 최서윤 대리의 설명이다.
광고도 신라면 ‘본좌 등극’의 일등공신이다. 1986~92년에는 강부자와 구봉서를 모델로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로 매운맛을 해학적으로 표현했고, 1993~99년에는 최수종과 김용만을 등장시켜 “신라면 맛, 세상이 다 압니다”라고 외치며 세계적인 제품임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거, 신라면보다 맛있네” “그거, 신라면이야!”라는 대화를 통해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2007년의 세계 라면 소비량은 979억개.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한국 순이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국민 1인당 75개로 1위에 올랐다.
용기(컵)라면 한국인 식습관 역이용한 ‘육개장 사발면’
‘육개장 사발면’이 ‘본좌’가 된 데는 한국인의 식습관이라는 난제를 기회 삼아 정면 돌파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컵라면의 시작은 1975년(일본은 1971년). 한 업체가 처음 시판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품질상의 문제로 곧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이르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진전되던 시절, 농심은 컵라면 개발에 본격 나섰다. 컵라면은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장점이지만, 음식을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사발면이다. 일본 제품과 달리, 상 위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국 사발’을 모델로 해 용기의 안정감을 높였다. 문제는 90~100℃의 뜨거운 물을 부어 3~4분 안에 복원해야 하는 기술이었다.”
마케팅팀은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이때까지는 실내에서 먹기 좋은 담백한 맛의 ‘사발면’)으로 대대적인 무료 시식 캠페인을 벌인 뒤 1982년 1월 출하를 시작했다. 하지만 3월 접어들어 판매는 ‘올 스톱’. 당시만 해도 난로를 때는 겨울이 지나면 끓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로 위 주전자는 ‘자동’으로 끓는 물을 제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컵라면을 먹기 위해 따로 물을 끓이려 하진 않았던 것이다.
고심 끝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전기온수기. 언제든 사발면을 먹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국내 한 온수기 업체와 야외에서 손쉽게 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온수기를 개발해 사발면 판매업소에 무상 대여했다. 지금도 한강공원 등 야외에서 ‘은빛 찬란한’ 전기온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슬슬 사발면이 팔리는가 싶더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야외에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이 얼큰한 맛을 찾았던 것이다. 결국 수개월 추가 연구 끝에 1982년 11월 얼큰한 맛의 육개장 사발면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물을 붓고 기다리는 3~4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뚜껑에 숨은그림찾기, 올림픽 진기록 등을 실었고, 83년부터는 사발면 자동판매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육개장 사발면은 컵라면 시장의 60%대를 점유했고, 90년대 후반 PC방이 보급되면서 급성장해 현재는 연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후 컵라면은 주식에서 간식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큰 사발류(2000년 63.7%→2008년 48.4%)는 줄고 소형 컵류(2000년 11.6%→2008년 30.5%)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차음료 다이어트 트렌드 공략한 ‘옥수수수염차’
광동 옥수수수염차는 2006년 7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까지 5억병(340ml 기준)이 팔렸다. 한방에서 이뇨 작용, 부기 제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옥수수수염의 효능과 옥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어필하면서 급부상한 것.
“2004년부터 녹차음료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차음료 시장에 주목했다. 이듬해에는 차음료 시장이 녹차음료에서 혼합차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현상을 발견하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차를 찾아나섰다.”
광동 유대선 부장의 설명처럼 ‘한방의 과학화’를 모토로 한 광동은 녹차의 떫은맛을 보완하면서 ‘구수한’, 그리고 ‘물과 같은’ 속성의 소재를 찾기 위해 한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중 옥미수(玉米鬚·옥수수수염)가 눈에 띄었다. 옥미수는 ‘본초도감’ ‘방약합편’ 등에 이뇨 개선과 부기 완화 효능을 갖춘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이 효능을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 장년층에게는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옥수수차의 향수를 자극했고, 다이어트와 ‘S라인’에 열광하는 여성에게는 옥수수수염의 ‘부기 완화’ 효능이 먹혀들었다. 광동은 재빨리 ‘얼굴선이 아름다운’ ‘V라인 얼굴’이라는 카피를 이용해 부기 완화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돌입했다. 마침 드라마 ‘황진이’를 광고에 활용해 여성미의 기준인 ‘고운 얼굴선’을 강조하면서 격전지 차음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발품으로 대박 터뜨린 ‘메로나’
1992년 당시 고가의 과일이던 멜론을 재료로 한 아이스크림 바 ‘메로나’는 출시되자마자 그해 2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각종 언론이 선정한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면서 수많은 카피 제품이 나왔지만, 지난 17년간 ‘본좌 수성(守成)’에 성공했다.
메로나의 성공은 빙그레 마케팅팀과 연구개발팀의 합작품이었다고 한다. 1991년 어느 날 지방 시장조사를 위해 한 제과점에 들렀던 개발팀은 멜론 맛이 나고 유지방이 높은 아이스 바가 잘 팔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당시 멜론은 대중적인 과일이 아니었으며, 재료값도 비싸 제품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했다.
“수많은 검토 끝에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당시 중심 가격대이던 200원에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소비자 조사에서도 멜론 맛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멜론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멜론 맛을 선점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유지방을 6% 이상 함유해 부드러우면서도, 멜론 특유의 향과 쫀득함이 소비자의 혀를 자극해 하루 2~3개씩 사먹는 마니아까지 생겨났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단골손님에게만 팔 정도였다. 초록색의 독특한 사각형 모양은 차별을 원하는 젊은 층을 파고들면서 매년 편의점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는 브라질 리베르다데(Liberdade)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지역 레스토랑에 ‘메로나 판매’라는 문구가 써 붙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업계는 올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월드콘’ ‘설레임’ ‘스크류바’ ‘돼지바’ ‘비비빅’ ‘메로나’ ‘부라보콘’ 등이 선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컵커피 최초 컵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젊은 층 선호 …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
젊은 층에서 선호하는 컵커피는 매일유업(이하 매일)의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가 1위를 달리고, 남양유업(이하 남양)의 ‘프렌치카페 시리즈’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997년 국내 최초 컵커피 브랜드로 탄생한 카페라떼 시리즈는 인스턴트 캔커피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에 해외여행자와 어학연수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함께 커피에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서양식 커피 문화가 도입됐고, 이런 소비자의 기호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매일 박경배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매일은 고급 아라비카종 원두와 정통 원두커피 추출법인 드립 방식, 100% 생우유라는 하모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드러운 고급 맛’ 커피로 어필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선 ‘대세는 고급 원두커피 음료’라는 트렌드가 형성됐는데, 여기에는 컵에 스트로를 꽂아 길거리에서 마시는 ‘이탈리아 커피 패션’이 여대생들의 동경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시기 ‘프렌치카페’를 출시한 남양도 ‘카라멜 마끼아또’ 등 9종의 프렌치카페 시리즈를 선보이며 컵커피 시장의 ‘판’을 키웠다. 해발 1500m 이상의 안데스산맥에서 키운 콜롬비아산 고급 원두를 이용해 맛과 향이 풍부하고 메이플 시럽을 첨가해 특유의 감미로움을 살렸다는 게 남양 최경철 부문장의 설명. 여기에 ‘악마의 유혹’이라는 카피와 함께, 원빈 송승헌 강동원 등 최고의 인기 배우를 광고에 등장시켜 여심(女心)을 자극했다.
매일과 남양 처지에선 컵커피 출시 덕에 남는 원유(原乳)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만들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주 ‘소주는 부드럽고 깨끗하다’ 이미지 덕 톡톡히 본 ‘참眞이슬露’
젊은 층에게도 소주는 ‘진로(眞露)’였다. 1998년 10월 첫선을 보인 ‘참眞이슬露’(이하 ‘참이슬’)는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3도 소주 시대를 열었으며(세 차례의 리뉴얼 끝에 현재는 20.1도), 지금까지 소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소주는 25도의 독주로 그 이하의 술은 소주라고 부르지 않던 시절, 소비자들이 점차 독한 술을 꺼리게 되리라는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결단이었다. 이런 변화는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맛이 깨끗하고 도수가 낮아 숙취가 덜하고 개운하다는 광고 전략을 쓴 것. 여기에 대나무 숯 효능을 접목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과학적 주류 제조공정을 알림으로써,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서 전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06년 8월 출시된 ‘참이슬 fresh’는 20도의 벽을 깨며 19.8도(지금은 19.5도)로 낮아졌다.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 숯으로 정제해 빚은 천연 알칼리 소주로 알려지면서 출시 2개월 만에 1억병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소주 사상 최단기간, 최다판매량 신기록. 이후 ‘참이슬’은 10년간 총 140억병을 팔았으니 하루 평균 384만병, 초당 44병이 팔려나간 셈이다.
‘참이슬’의 선전은 소주의 대명사가 된 ‘진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24년 평남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된 진로는 생산지인 ‘진지(眞池)’의 ‘眞’과 소주를 증류할 때 술방울이 이슬(露)처럼 맺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잘 알려진 ‘두꺼비 진로’와 달리 창업 초창기 진로 상표에는 원숭이가 등장하는데, 서북지방에서는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6·25전쟁 후 1954년 6월 서울 신길동 시대를 연 뒤에 두꺼비 상표를 달았고, 70년 국내 소주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39년간 소주 시장을 석권했다.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진로는 73년 서독, 77년 일본에 진출했으며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 진로 및 참이슬 브랜드로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5343만 달러.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distilled spirits) 판매량 8년 연속 1위에 랭크됐다.
한편 올해 1~8월 진로의 시장점유율(한국주류산업협회)은 전국 시장 50.1%, 수도권 시장 77.8%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시장은 진로에 이어 △롯데 12.6% △금복주 8.6% △무학 8.1% △대선 7.6% △보해 3.1% △하이트 1.3% 순.
20, 30대가 많이 찾는 편의점에서는 캔맥주가 판매순위 1~4위를 석권했다.
‘젊은 맥주=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캔맥주는 휴대하기 편해 야외활동을 할 때나 캠퍼스,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젊은 제품’이다.
“4월 초 출시한 ‘카스 2X’와 정통파들이 즐겨 찾는 ‘카스 후레쉬’, 취향에 따라 ‘카스 라이트’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등 다섯 종류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메가 브랜드’ 전략이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오비맥주 김기화 홍보팀장은 1994년 6월 ‘카스’가 출시된 이후 ‘2030’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꾸준히 인지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국내 주류업계에서 처음 시작한 메가 브랜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쟁사 하이트 제품과 달리 ‘톡(Tok)’ 쏘는 청량감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가 젊은 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꽃남’ 이민호와 호주 모델 제시카 고메즈가 출연한 ‘카스 2X’ 광고는 주류업계 최초로 뮤직비디오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들었고, 이민호와 산다라 박의 사랑이야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담아낸 최근 광고 역시 세련된 매력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카스 2X 서든어택 대학리그’ 등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젊은 맥주=카스’를 각인시키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카스의 브랜드 선호도가 지난 5월 36.1%에서 10월 38%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고무돼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보다 앞선다. 9월까지 하이트맥주는 57.5%, 오비맥주는 42.5%를 기록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40여 년간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1993년 ‘100% 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에 흔들리더니 3년 뒤 결국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카스맥주를 인수해 2강 체제를 갖췄다.
위스키 업소 종업원 집중공략한 마케팅의 승리 ‘스카치블루’
세계적인 수입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던 1997년 말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는 국산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출시했다. 이듬해 4000만원(주세 포함)을 벌더니 1999년 27억원, 2002년 1800억원, 2007년 22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힘들었다.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업소는 도매상과 유흥업소의 관계가 워낙 견고해 뚫을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손님들이 찾게 만들어 업소에서 ‘안 팔면 안 될’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 관계자는 ‘스카치블루’의 성공적인 안착은 품질, 유통, 광고, 판촉 전략을 모두 동원한 종합 마케팅 덕이라고 강조한다.
수입 위스키들이 서구인 입맛에 맞게 제조된 점에 착안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주당’이 많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카치블루만의 ‘블렌딩’을 찾았지만 이후가 더 문제였다. 제품이 나오고 유흥업소를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던 것. 위스키 전문업체도 아닌 회사에서 만든 신제품은 먹혀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던 중 소비자 구매행동 조사결과를 리서치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위스키를 주문할 때 ‘주변 사람들의 권유’(45.1%)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유흥업소 종업원이 손님에게 스카치블루를 권하도록 유도했다. 주류 도매업자를 통한 ‘푸시(push)’ 전략보다 종업원이 권해 소비를 유도하는 ‘풀(pull)’ 전략을 시도한 것. 영업사원들은 1인당 대형 유흥업소 5~10개씩을 맡아 청소, 테이블 세팅 작업을 도와주며 종업원들과 신뢰를 쌓았다. 3개월 뒤 유흥업소 직원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겨 찾는 시사지와 전문지에 광고를 집중했는데, 제품 소개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자연경관을 내보내 한국인의 정서에 호소했다. ‘스카치블루=스코틀랜드 고급 위스키’를 연상케 한 것. 이후 ‘CEO 클럽’ 등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광고에 등장시켰고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회를 열어 입소문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신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가짜 위스키 제조를 막을 수 있는 ‘DNA 시스템’도 앞서 도입했다.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형광잉크로 스카치블루 로고가 나타나 어두운 술자리에서도 쉽게 정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노력으로 2000년 3%이던 ‘스카치블루’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18.7%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17~18%대를 오르내린다.
세탁세제 ‘찬물에도 유해균 99.9% 살균’ 크게 어필 … LG ‘테크’
세탁세제는 5개 편의점마다 취급 품목이 달라 순위 산정이 무의미했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가 아니다 보니 전체적으로 용량이 적은 기본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LG생활건강(이하 LG)의 ‘테크’가 단연 돋보인다. 750g은 물론 2kg, 4kg 제품도 고루 많이 팔렸다. ‘테크’의 장점은 찬물에서도 옷감 손상 없이 살균, 표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특허를 받은 저온표백 강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찬물에 빨아도 각종 유해균 99.9% 살균’이라는 포장 및 홍보 문구가 주부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 깔끔한 이미지의 탤런트 정혜영을 기용한 광고 효과도 컸다. 세탁세제 브랜드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LG ‘슈퍼타이’도 꾸준히 판매됐다. 이 제품은 찬물에 쓸 수 있는 세탁세제의 효시 격이다. 애경의 ‘스파크’, CJ의 ‘비트’도 ‘테크’와 비등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세탁비누에선 무궁화의 ‘표백세탁비누’가 흔들림 없는 강세를 보였다.
치약 ‘건강한 20개 치아를 80세까지’ 비전 제시 … 애경 ‘2080’
외환위기 여파로 치약 시장에서 고가의 미백 제품이 쇠퇴하던 1998년 12월 출시된 애경의 ‘덴탈클리닉 2080’은 효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취했다.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성분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중저가로 낮춘 것. 여기에다 ‘2080’이라는 기발한 비전을 국민건강운동 캠페인으로 확산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애경 홍보팀 이재이 차장은 “2080은 가장 단기간에 성공한 제품이다. 숫자를 브랜드명으로 정하고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해준다’는 콘셉트를 제시한 게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말한다.
세계치과학회 연구 주제인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보존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애경은 ‘8020’과 함께 70세에 25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7025’를 대상으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중 선호도가 높은 ‘8020’을 선택했다. 발음하기나 기억하기에도 ‘8020’이 좋다는 평가였다. 그 후에도 ‘20’의 의미를 ‘20대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 ‘20개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소한 듯하지만 특허를 받은 치약의 2개 줄무늬 또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080’의 영원한 숙적인 LG의 ‘페리오’ 역시 건재를 과시했다. 치석 제거에 효과가 있는 트리클로산 성분을 함유한 ‘클링스치약’은 ‘페리오’ 자매품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샴푸 피부처럼 가꾸는 ‘헤어 솔루션’으로 20대 여성 공략 … LG ‘엘라스틴’
“당신의 머리, ‘엘라스틴’에겐 피부입니다.” ‘A는 B’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국어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은유법’이 샴푸 시장에서도 통했다. ‘당신의 머리가 곧 피부’라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슬로건 덕에 ‘엘라스틴’은 2004년부터 샴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샴푸의 요정’이 됐다.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하듯 모발을 관리해준다는 ‘헤어 솔루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섬으로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 또한 ‘엘라스틴’은 매년 리뉴얼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형 ‘엘라스틴’은 ‘모발생명 에센스’를 함유해 모근을 강화하고 모발에 윤기를 주며 탄력을 유지해 머리카락 끝의 갈라짐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듯 차곡차곡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엘라스틴’은 올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렸다.
출시 초부터 광고 모델로 기용된 톱스타 전지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생 김민정(23) 씨는 광고 속 전지현의 말 한마디에 7년째 이 제품만 쓰고 있다는 ‘골수팬’이다.
“광고에서 전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도 ‘엘라스틴~’이라고 하잖아요. 샴푸를 고를 때마다 그 목소리가 생각나는 거예요. 제가 엘라스틴을 쓴다고 전지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웃음)”
생리대 말 그대로 좋은 느낌, ‘순면감촉 커버’로 대박 …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생리대는 여성에게 화장품보다 더 민감한 제품일지 모른다. 그만큼 제품의 질에 까다롭게 반응하고, 소비 성향도 여간 신중하지 않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여성을 배려하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흡수력과 착용감을 높이는 것은 기본. 이 제품을 쓰는 여성의 심리적 안정감도 배려했다. 국내 최초로 ‘순면감촉 커버’를 사용, 부드러움을 원하는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패드에 2048개의 소프트 홀 커버를 넣어 순간흡수력을 높인 ‘좋은느낌 순수’를 출시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느낌’의 ‘여성 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생리대만 생산하는 전용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 유한킴벌리 PR팀 김영일 대리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충주공장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위생용품 전용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화이트’가 선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LG유니참 ‘바디피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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