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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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겨울연가’ 코끝 찡했었네!

유명 아티스트·드라마 전문가들이 꼽는 ‘역대 최고 드라마’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09-11-18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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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다. 연기자의 훌륭한 연기, 연출가와 작가의 천부적 재능뿐 아니라 무대장치, 의상, 조명, 배경음악 등 무대 뒤 작업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 드라마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아티스트들과 드라마의 잘한 점, 잘못한 점을 노련하게 짚어내는 드라마 평론가 10인에게 자신들의 전문영역 관점에서 본 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 ‘베스트3’를 물었다.
    ‘모래시계’‘겨울연가’ 코끝 찡했었네!
    바비 킴 [가수]

    쩐의 전쟁(2008)
    이 드라마의 배경음악 중 하나로 쓰인 ‘일 년을 하루같이’에는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라는 후렴 부분이 나온다. 개인적인 실연의 아픔까지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하는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였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남자들 간의 의리를 다룬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미국에서 자란 내게도 그런 의리 있는 친구가 있어 더욱 가슴이 짠해졌던 드라마.
    하얀 거탑(2007) 김형준 씨가 쓴 이 드라마 주제곡 ‘소나무’는 내가 가수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불러본 발라드다. 남자의 야망을 다룬 주제의식도 돋보였다.

    임현식 [탤런트]

    당신(1977)
    김수현 작가가 쓴 ‘당신’에서 김수미와 부부로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철없는 신혼부부 캐릭터가 실력 있는 작가 덕에 코믹하게 살아났다.
    암행어사(1984) 컬러TV 시대의 초기 드라마로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영상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졌다. 개인적으로는 암행어사를 수행하는 갑봉이 역할을 하면서 ‘감초’ 연기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작품.
    한지붕 세가족(1986~94) 언젠가 올 좋은 날을 꿈꾸는 서민의 소박한 행복이 담긴 드라마. 각각의 서민적 캐릭터가 모두 사랑스러웠다. 몇 해 동안 ‘순돌이 아빠’로 살면서 정말 행복했다.

    변영주 [영화감독]



    작별(1994)
    김수현 작가의 ‘작별’에는 통속적인 드라마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우아함이 존재했다. 부유한 가정을 다루다 보니 극의 전반부에는 통속적 요소가 많이 등장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가장의 투병 생활을 얘기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대왕세종(2008) 요즘 사극을 보면 마치 온라인 게임처럼 미션을 부여받고 수행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전개방식을 생생하게 잘 보여준 ‘미션 사극’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태릉선수촌(2005)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만든 이윤정 PD의 초기 작품. 유도, 양궁, 수영, 체조를 하는 친구들이 금메달을 향해 가면서 겪는 좌절과 희망을 보여준 드라마인데, 보는 내내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일본 만화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선악구도 또한 구태의연하지 않아 신선했다.

    주철환 [싱어송라이터(전 OBS 사장·MBC PD)]

    M(1994)
    ‘M’에는 생명존중 사상이란 뚜렷한 주제가 담겨 있어 좋았다. 낙태수술로 자신을 죽이려 한 부모에게 복수하는 주인공(심은하 분)을 보면서 낙태의 심각성을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컴퓨터 그래픽도 돋보였다.
    엄마가 뿔났다(2008) 김수현 작가는 이 드라마 속에서 현대 가족의 가치를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김혜자의 연기력도 빛났다.
    서울의 달(1994) 서민의 삶을 잘 다루는 김운경 작가가 우리 사회의 밑바닥 인생들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가수 장철웅의 ‘서울 이곳은’이란 주제곡도 좋았는데, 특히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의 슬픔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너…. 힘든 건 모두가 다를 게 없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뿐이야.’

    지춘희 [패션디자이너·‘미스지컬렉션’ 대표]

    모래시계(1995)
    창의력이 중시되는 디자인을 다루다 보니 드라마에서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 즉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를 보여주는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 ‘모래시계’는 당시 드라마 소재로 쓰이지 못한 1980년대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청춘의 덫(1999) 여주인공 심은하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외친 한마디, “다 부숴버릴 거야”는 지금도 많은 연예인이 패러디하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그 말의 절절한 의미를 잃지 않은 ‘영원성’이 마음에 든다.

    다모(2003) 사극의 전형적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수작.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

    겨울연가(2002)
    제작진이 처음부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드라마 속 배용준의 패션은 일본인들의 취향에 꼭 맞았다. 긴 목도리나 롱코트 등은 일본인이 선호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이 드라마 전체를 수놓는 눈이라는 소재도 일본인의 정서와 맞아떨어졌다. 이 작품이 한류 드라마가 된 것은 필연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이 드라마에서 차인표는 한국의 현대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몸짱’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빈번히 등장하는 샤워 장면이 없었으면 그가 이만큼 유명세를 누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후 ‘몸’을 무기로 내세우는 남자 스타가 늘어났다.
    발리에서 생긴 일(2004) 외모에 관심 많고 소비 성향이 높은 현대 남성상 ‘메트로섹슈얼’이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표현됐다. 주인공 조인성은 화려한 꽃무늬, 핑크색 등 ‘비남성적’ 소품을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해냈다.

    백영옥 [소설가]

    연애시대(2006) 이혼 후 시작된 연애라는 소재가 독특했다. 배우 손예진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도, 감우성이 타고난 멜로 연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 드라마 덕분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나이 듦에 대한 경외와 젊음에 대한 애잔함이 돋보인 작품. “너희는 젊어서 참 힘들겠다”는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매회 다르게 전개돼 ‘미드’를 보는 듯했는데, 억지로 드라마적인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라 현실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드라마에 옮겨놓은 것이 진솔한 느낌을 줬다.
    순풍산부인과(1998~2000) 한국 시트콤의 원조인 ‘순풍산부인과’는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작동해 웃음을 주는지 처음으로 알게 해준 작품이다. ‘순풍산부인과’의 주눅 든 사위 박영규와 말썽쟁이 미달이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보석, 정해리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이 시트콤은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연출한 김병욱 PD의 시트콤 캐릭터 원형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

    현해탄은 알고 있다(1960)
    멜로 중심의 한국 드라마 전형을 탈피, 태평양전쟁 때 학도병으로 끌려간 인물을 통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치유하려 시도함으로써 드라마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보여줬다.
    사랑과 야망(1986, 2006·리메이크) 한국 사회의 시대 변화상을 한 가족의 일상사에 녹여냄으로써 한국 드라마의 일상성을 잘 보여줬다.
    모래시계 금기시하던 정치적 소재를 감성적인 멜로드라마 구조에 담아냈다. 대사 중심의 영상 연출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미를 개척한 작품이기도 하다.

    정덕현 [드라마 평론가]

    겨울연가
    한국형 멜로드라마가 갖는 감정적 특징을 장점으로 승화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선과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감성적으로 접합됐기 때문이다.
    대장금(2003~04) 역사의 재해석, ‘미션 사극’이라는 형식, 여성 사극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버무려진 작품. 사극이라는 특수성을, 음식과 성장 이야기라는 보편성으로 균형을 맞춰 세계인에게도 각광받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모래시계 당시로는 파격적인 소재, 광주를 드라마에 담아낸 작품으로 완성도와 대중성에서 모두 성공했다.

    이영미 [대중문화 평론가]

    아씨(1970)
    대중문화의 중심을 영화에서 드라마로 옮긴, 한국 드라마 역사를 연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필두로 TV 일일연속극 시대가 펼쳐졌다.
    사랑과 야망 40년째 승승장구하는 ‘김수현표 드라마’의 초절정 완결판.
    대장금 2000년대 사극의 새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다. 지배계층이 아닌 하층 직업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뤘고, ‘바람의 화원’ 등 후기 웰메이드(well-made) 퓨전 사극에까지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 작품.

    전국 5대 도시 500명의 한국인이 꼽은 최고 드라마는 ‘대장금’

    ‘모래시계’‘겨울연가’ 코끝 찡했었네!
    역대 한국 드라마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대장금’이었다. 올해 본 드라마 중 으뜸으로는 ‘선덕여왕’이 꼽혔다. 이는 ‘마크로밀코리아’가 ‘주간동아’의 의뢰로 전국 5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20~50대 남녀 500명(남성 266명, 여성 234명)을 대상으로 11월5~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4%).객관·주관식 혼합 문항으로 구성된 ‘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 항목에서 응답자들은 △대장금(39.8%) △모래시계(25.8%) △여명의 눈동자(24.8%) △허준(22.8%) △파리의 연인(10.6%) 순의 선호도를 드러냈다(복수응답).
    각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는 성별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사극이라는 무대 속에서 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그린 ‘대장금’은 남성(36.1%)보다 여성(44%) 시청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남성의 28.6%가 ‘허준’을 최고 드라마로 꼽았으나 여성의 선호도는 16.2%에 그쳤고, 트렌디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대한 여성 선호도(14.5%)는 남성(7.1%)의 2배에 달했다.
    올해의 최고 드라마로는 ‘선덕여왕’(43.6%)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이리스(20.2%) △찬란한 유산(13.4%) △꽃보다 남자(10.6%) △아내의 유혹(8.2%) △미남이시네요(1.0%)가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인은 드라마를 고를 때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56.6%)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참신한 소재(37%) △출연 배우(22.6%) △블록버스터급 스케일(17.8%) △집필 작가나 감독(6.8%) 순이었다.
    이 문항에 대한 답변은 응답자의 성별,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여성의 경우 ‘출연 배우를 보고 드라마를 고른다’고 답한 비율이 27.8%를 차지한 데 반해 남성의 응답률은 18%에 그쳤다. 남성은 대신 참신한 소재와 스케일에 여성보다 높은 가중치를 뒀다(표 참조).
    ‘모래시계’‘겨울연가’ 코끝 찡했었네!
    응답자들이 채점한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와 수준은 100점 만점에 70점대(33.4%). 이 문항에선 세대별로 의견이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매긴 20대는 4.2%, 30대는 6.1%에 그친 반면 40대는 15.6%, 50대는 10.5%가 좋은 점수를 줘 드라마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와 눈높이 차이를 드러냈다.
    우리 드라마의 장점으로는 △주목도를 높이는 극적 설정(39.4%) △배우들의 연기력(38.8%)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18.2%) △참신한 소재(15.6%)라고 답한 이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극단적 소재로 꾸민 막장 스토리’라고 답한 비율이 절대 다수인 57.6%를 차지한 가운데 진부한 소재(42%), 급박한 촬영 일정으로 인한 완성도 부족(33.8%), 한정된 캐스팅(30.2%)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한국인들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많이 기대하는 효과는 ‘훈훈한 휴먼 스토리를 통한 감동’(35.6%)이었다. 근소한 차이로 ‘힘든 일상을 잊게 하는 오락적 기능(34.2%)’이 그 뒤를 이었다. 지식 획득, 교훈 전달 등 계도적 기능을 원한다는 응답은 각각 8%대 미만에 그쳤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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