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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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리틀 그 명성 그대로

‘지킬 앤 하이드’ 내한공연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09-11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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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드 리틀 그 명성 그대로
    ‘지킬 앤 하이드’처럼 주인공의 역량이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뮤지컬도 드물 것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가 무대를 제압하며 극단적인 선과 악을 모두 표현해내야 하는 데다 ‘원맨쇼’ 수준으로 장시간 무대를 누벼야 하기 때문이다. 지킬과 하이드로의 변신을 반복하는 장면에서는 잘못하면 ‘흰 도널드덕과 검은 도널드덕’의 만화적인 상상력을 부추길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뮤지컬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패러디했고, ‘뉴욕타임스’의 밴 브렌틀리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다 풀었다 하는 것’만이 지킬과 하이드의 차이점이라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내한공연에서는 브래드 리틀이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력, 당당한 풍채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하이드를 표현하기 위해 굳이 누더기를 덧입어 몸을 부풀리지 않아도 연기와 노래로 충분히 괴수의 ‘포스’를 느끼게 했다. 브래드 리틀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으로 활약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이기도 하다. 엠마 역의 루시 몬더는 맑으면서도 강단 있는 음색과 연기력으로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2004년 초연 이래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조승우 등 배우들의 열연 때문만은 아니다. ‘Once upon a Dream’ ‘This is the moment’ 등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넘버들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이 지닌 고전적 주제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용을 보면, 원작에서처럼 지킬 박사가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탐구하며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결국 지킬은 하이드라는 사악한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에 이른다. 더불어 뮤지컬에서는 원작에서와 달리 엠마, 루시와의 러브라인을 강조하며 대중성을 획득한다. 한편 캐릭터가 다소 도식적인데, 지킬과 하이드가 그러하듯 엠마와 루시도 일종의 ‘성녀와 창녀’라는 ‘이분법적’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은 지킬에게 반대하는 자들, 친구들, 민중으로 나뉜다.



    음악도 변화가 많지 않은데, 특히 민중의 노래는 집단의 특성을 나타내려는 듯 반복적인 음계로 일관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을 단점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한 번 들으면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귀에 감기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깔끔하고 명쾌하게 떨어지는 스토리라인에 담긴 진지한 주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감동을 선사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9월20일까지, 문의 02-692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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