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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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당 ‘沈亂’, 충청 정가 ‘心亂’

갑작스런 탈당 충격파 확산 …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새판짜기 전망도

  • 방종훈 충청투데이 정치부 기자

    입력2009-09-11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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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대평이 죽는 길을 선택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탈당 직후인 8월30일,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으면서 탈당에 대한 소회를 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심 전 대표에게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은 매우 각별하다. 10여 년간 충청권을 휩쓸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2005년 뛰쳐나와 ‘충청 발전’을 내세우며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던 그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정치권 재진입을 준비하던 이회창 총재와 손잡고 창당한 것이 지금의 선진당이다. 대전·충청지역에서 심 전 대표의 영향력은 2008년 총선거 때 여실히 드러났다.

    이 지역에서 선진당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지역구 14석, 전국구 4석을 얻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 심 전 대표 처지에서는 그런 당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았을 법하다. 심 전 대표가 탈당한 직접적인 계기는 총리행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심 전 대표 측근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8월27일 10대 1의 구도로 싸움이 전개된 선진당 의원총회장 ‘사태’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의원총회장에서 ‘10대1 싸움’

    이날 의원총회(이하 의총)는 심 전 대표의 총리 하마평에 대한 소속 의원 전원의 입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조율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회의였다. 당시 선진당 의원들은 심 전 대표의 총리 입각을 놓고 이 총재와 심 전 대표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데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은 이 총재와 심 전 대표를 포함해 모두 11명. 심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의원이 심 전 대표의 총리행을 반대했다. 그중 한 의원은 심 전 대표를 향해 “이미 심 전 대표의 총리 카드는 접힌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심 전 대표의 총리 기용설 때문에 선진당이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때 심 전 대표가 커다란 자괴감을 느꼈으리라는 게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결국 심 전 대표는 이틀 뒤 “이회창 총재와 함께하지 못하겠다”며 선진당을 탈당했다. 심 전 대표의 탈당은 이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이에 따라 충청 정가에 던져진 충격파 또한 크다. 심 전 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등이 곧바로 선진당을 탈당한 것이 그 충격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이 같은 탈당 바람이 충청권의 다른 지역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선진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심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진당 한 의원은 “지금 당장 탈당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당이 현재처럼 파행적인 운영을 계속한다면 (탈당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해 추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군 중 심 전 대표의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선진당을 뒤로하고 심 전 대표와 행보를 같이할 경우,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충청권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충청권 정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충청권은 선진당 중심세력과 심 전 대표 중심세력으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고 충청지역 여론이 심 전 대표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한편에선 심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종시특별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충청권 공약이 여전히 헛돌고 있는 상황에서 심 전 대표의 총리 입각과 관련해 ‘현 정부에서 세종시법 등 충청권 현안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심 전 대표가 총리로 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비판 여론의 실체다.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축소, 변질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충청권의 상징적인 정치인 심 전 대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다른 형태로 풀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 전 대표의 총리 입각을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충청권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여권 충청권 껴안기와 맞물려 더 주목

    충남 보령 출신의 백용호 국세청장 인선, 비록 청문회 과정에서 중도하차했지만 충남 논산 출신의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 인선 등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인사는 보수 대연합, 즉 차기 대권구도에서 선진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 세력의 주장과 함께, 현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충청권 여론을 달래려면 심 전 대표의 총리 기용을 통해 선진당과 사전 연대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청와대 측이 심 전 대표의 총리 기용을 놓고 당사자인 심 전 대표가 아닌 선진당 이 총재와 논의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현 여권은 선진당과의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충청권 껴안기라는 것.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선진당 내부의 분위기다.

    선진당 이 총재가 ‘세종시특별법 원안 추진’과 ‘강소국 연방제’ 등을 심 전 대표의 총리행에 대한 선조건으로 내건 것은 양자 간 명분을 갖고 연대의 틀을 갖추자는 의미였으며, 이 같은 주장은 당내에서 상당 부분 지지를 얻고 있다. 심 전 대표의 탈당에 이어, 총리 기용에 대한 청와대와 이 총재 간 논의 과정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발생한 대립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당의 행보는 정치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으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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