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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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효리‘처럼’ 흔들고, 지원처럼 ‘참’하게 벗다!

소주 광고, 그 色다른 유혹의 세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5-29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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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끈한 효리‘처럼’ 흔들고, 지원처럼 ‘참’하게 벗다!
    이영애 김혜수 이효리 송혜교 김태희 손예진 김정은 한예슬 하지원 김민정 성유리 김아중 신민아 손담비 백지영….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주깨나 마셔본 주당이라면 그보다 구체적인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들은 모두 소주 광고의 메인 모델을 했거나, 지금도 모델로 활동하며 뭇 남성의 시선을 잡아채는 국가대표급 ‘S라인’ 연예인이다. 정상급 여자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소주 모델을 거쳐간다는 얘기는 이제 정설.

    밤 10시 이후 TV 방송 광고가 허용된 맥주와 달리 소주는 지면 광고와 인터넷 동영상 광고(19세 이상만 볼 수 있다)만 허용돼 있다(알코올 도수 17도 미만의 소주는 TV광고 가능). 따라서 대량의 직접 광고 마케팅은 포스터와 달력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포스터에 어떤 모델을 어떤 콘셉트로 쓰느냐에 따라 매출이 출렁인다. 그만큼 소주 광고 모델 선정이 중요하다. 애주가가 아니어도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이 이효리라는 것은 안다. ‘처음처럼’ 대신 ‘효리’가 술 이름으로 불리는 게 현실. 어느 밥집, 술집에서든 “효리 주세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처음처럼’을 가져다준다.

    소주 광고에 여자 모델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른 나이에 술에 눈뜬 30대 후반 그리고 40, 50대 서민형 주당이라면 19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선술집에 펄럭이던 알록달록한 달력을 기억할 것이다. 보일 듯 말 듯, 조금 과장해서 그야말로 실오라기만 걸친 미녀들이 달력에서 주당들을 유혹했다. 아슬아슬한 수영복이나 속옷이 훤히 비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인네들이 교태를 부리는 달력은 ‘선데이 서울’보다 야했다. 술꾼들은 소주 한 잔 들이붓고, 달력 한 번 쳐다보며 “캬~”를 연발했다.



    저도주 경쟁으로 광고 전쟁 불붙어

    달력이 걸린 쪽의 자리는 언제나 ‘선착순’이었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와도 달력은 모델의 노출이 심한 6, 7, 8월에 고정됐다. 주인 몰래 달력을 찢어가는 못된 주당도 있었고, 그래서 달력 밑에 ‘촉수엄금’이라 써놓은 술집도 있었다. 식당들은 ‘좀더 많이 벗은’ 소주회사 달력을 구하느라 안달이 났다. 비키니 미녀 달력은 정부의 집중단속과 1992년 자도주(自道酒) 50% 구입 원칙 붕괴에 따라 역사의 뒷자락으로 사라졌다. 진로(‘참이슬’)의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지방 소주와의 경쟁체계가 무너져 더 이상 여성 모델 노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1990년대 소주 광고는 남성 일변도였다. 도수가 높은 술이라 강한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70여 년간 이어온 ‘독한 소주’의 흐름이 98년, 소주시장을 주도하던 진로 ‘참이슬’에 의해 깨지기 시작했기 때문. 1924년 알코올 도수 35도로 출범한 국내 소주시장은 40년 만인 65년에 30도, 73년에 25도로 떨어진 후 근 25년간 25도라는 마의 벽을 깨지 못했다. 소주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25도를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끈한 효리‘처럼’ 흔들고, 지원처럼 ‘참’하게 벗다!
    그런데 1998년 23도짜리 ‘참이슬’ 출시 후 알코올 도수는 계속 떨어져 2009년 현재엔 18.5도까지 내려왔다. 소주시장에 저도화 시대가 열린 데는 2006년 20도의 벽을 처음 깬 ‘처음처럼’이 큰 몫을 했다. 소주시장에 알칼리 환원수 전쟁을 몰고 온 ‘처음처럼’은 계속 도수를 떨어뜨렸다. 이렇게 해서 ‘저도주 전쟁’이 벌어지자 광고 전쟁도 치열해졌다.

    ‘심한 노출은 역효과’? … 그래도 벗어야 먹혀

    소주 광고에 스타급 여성 모델이 등장한 것도 저도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소주 도수를 파격적으로 낮춘 진로는 1999년 이영애를 포스터 모델로 영입했다. 당시 히트한 카피는 ‘반했어요’와 ‘깨끗해요’. 이영애는 남성들도 좋아하지만 여성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빅 모델이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시대가 돼 있었다. 이에 ‘경월소주’의 후신이자 ‘처음처럼’의 전신인 ‘그린소주’는 김혜수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이후에도 깨끗함을 강조한 ‘참이슬’의 여성 빅모델 광고는 계속됐다. 진로는 소주 모델을 미스코리아처럼 대(代)를 붙여 부르는데 2대 황수정(2000년), 3대 박주미(2001년), 4대 김정은(2002년), 5대 최지연(2003년), 6대 김태희(2004년), 7대 성유리(2005년), 8대 한태윤 외 3명(2006년), 9대 김아중(2007년), 10대 김민정 신다은(2008년), 11대 하지원(2009년)이다.

    10년 세월 동안 진로의 남성 모델은 2007년의 태진아 이루 부자뿐. 아버지는 ‘참이슬’을, 아들은 더 부드러운 ‘참이슬 후레쉬’를 상징했다. 당시 카피는 ‘세대공감’. 사실 이 광고는 단일 소주 상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진로소주 전체의 이미지 광고여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다.

    ‘처음처럼’의 두산주류(현 롯데주류BG)는 2000년 이영애의 ‘참이슬’에 맞서 ‘그린소주’ 광고 모델로 김혜수를 잠깐 기용한 뒤 다시 강한 이미지의 남성들을 모델로 세웠다. 최민수 유오성 장동건이 그 주인공. 이들을 통해 ‘산’ 소주의 이미지 광고를 강화하려 했으나 소비자 조사에서 ‘산’ 맛이 ‘참이슬’보다 부드럽다는 결과가 나오자 여성 모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첫 모델이 손예진.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이미지에 주목했다.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한 뒤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이영아, 구혜선(2007년)을 썼는데 ‘처음처럼’의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이영아)와 부드러운 맛(구혜선)을 광고로 형상화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10여 년 만에 소주 광고에 여성 모델이 복귀했지만 광고의 결은 완전히 바뀌었다. 모델은 국내 최정상급 모델로 격이 높아졌고, 광고 콘셉트도 ‘노출’ ‘강하고 독한 이미지’에서 ‘청순함’ ‘정갈함’ ‘깨끗함’으로 바뀌었다. 노출이 줄어든 것은 저도주 시대에 여성 고객이 느는 것도 한 이유가 됐지만, 소주에 들어가는 원료의 깨끗함을 강조하려면 광고 모델의 청순한 이미지가 먹혀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주 광고 모델의 노출 정도는 일반 광고와 비교하면 여전히 대담한 게 사실. 특히 2008년 ‘처음처럼’의 모델로 등장한 이효리는 과감한 노출과 뇌쇄적인 춤으로 애주가들을 매혹시켰다. 소주와 엉덩이를 함께 흔들며 외치는 “흔들어라!” 카피는 주당들의 가슴을 녹아내리게 했다. 이에 맞서 2009년 ‘참이슬 후레쉬’ 모델 하지원은 가슴을 훤히 드러낸 드레스를 입고 나와 술잔을 권했다.

    화끈한 효리‘처럼’ 흔들고, 지원처럼 ‘참’하게 벗다!

    <B>1·2</B> ‘처음처럼’ 1대 모델 이영아와 2대 구혜선.<BR><B>3</B> ‘금복주’의 최신 광고 모델 손담비.<BR><B>4</B> 2008년 진로 ‘J소주’ 광고 모델 송혜교.<BR><B>5</B> 진로 ‘참이슬’ 6대 광고 모델 김태희.<BR><B>6</B> 최초의 정상급 연예인 소주 모델인 이영애.

    이효리의 섹시한 광고는 지방 소주에도 ‘섹시’ 열풍을 일으켰다. 대구·경북지역 소주인 ‘금복주’도 최근 섹시함의 상징인 손담비를 광고 모델로 영입했다. 이효리는 인터뷰에서 “손담비보다는 내가 더 농염하다”고 말해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롯데주류 마케팅팀 김윤종 부장은 여성 모델을 본격적으로 광고에 등장시킨 배경에 대해 “소주 도수의 하향화와 연관성이 높다. 소주 하면 ‘캬~’ 하는 독한 특성을 생각하는데, 이를 부드럽고 편한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진로 마케팅팀 서상범 대리도 “독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이미지와 선을 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모델의 노출에 대해선 두 회사의 얘기가 다르다. 진로 측은 “섹시함을 먼저 들고 나온 건 이효리를 쓴 롯데주류다. 우리는 하지원 외에는 그다지 노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롯데주류는 “심한 노출은 자제했지만 어느 정도의 노출은 음용자 중 남성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브랜드를 가장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받아쳤다. 노출 부담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주회사의 모델 섭외를 거절한 연예인도 있었다고 한다.

    롯데주류는 ‘산’ 모델로 전지현을 섭외했다 실패했고, 진로도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소주 모델을 거절한 연예인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소주 광고의 3대 불문율

    소주의 포스터 광고에서는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고 전해진다. 모델의 인상과 포즈, 소주병의 위치와 모양에 관련된 것으로 △모델은 깨끗하고 청순하되 어려 보이면 안 되고 △소주잔을 왼손에 들어선 안 되며 △소주병은 포스터의 우측 하단에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 소주 광고 포스터를 보면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을 찾기 힘들다.

    소주 모델이 청순하되 어려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은 모델이 미성년자처럼 보이면 안 되기 때문. 그래서 모델 계약을 할 때 주민등록등·초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로와 롯데주류 측은 “미성년자를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등·초본을 제출하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모델 에이전시에서 하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소주잔을 쥐는 손에 대해서는 “오른손으로 술을 권하는 우리의 예의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 왼손으로 술잔을 드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고 했다.

    각 회사의 영업직원들은 포스터의 우측 하단에 있는 소주병이 기울어지면 사세가 기운다는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진로와 롯데주류 측은 “손으로 들고 있지 않는 이상 보편적으로 그 자리가 디자인적으로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을 뿐, 소주병이 서 있는 모양에 대해선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소주 광고의 모델은 매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또한 가장 광고효과가 좋았던 모델은 누굴까. 이에 대해 진로 측은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모델이 좋아서 구매한다고 도식화하기 힘들다”며 말을 흐렸다. 롯데주류 측은 매출 증감에 대해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어떤 모델이 최고냐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했다.

    “‘처음처럼’이 ‘흔들어라’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에게 ‘소주 광고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60%가 ‘이효리’라고 답한다. 그 밖에 ‘생각나는 광고가 없다’고 말한 사람이 30%에 이르는 것을 보면 이효리의 광고 효과가 가장 컸다. 베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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