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날리는 봄이면 알레르기 환자들은 더 괴롭다.
흔히 하얀 솜처럼 날아다니는 꽃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크게 수목 꽃가루, 잡초 꽃가루, 목초 꽃가루로 분류되며 이로부터 유발되는 알레르기 역시 수목 꽃가루 알레르기, 잡초 꽃가루 알레르기, 목초 꽃가루 알레르기로 나눌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가루 자체에 독성 물질이 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유전적으로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 체질로 태어난 사람에게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꽃가루가 호흡기, 피부를 통해 들어오면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의 몸은 꽃가루를 침입자로 인식해 과잉 반응을 한다.
대표적인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 막힘이다. 이 가운데 재채기는 꽃가루를 뱉어내기 위해, 콧물은 씻어내기 위해, 코 막힘은 코 점막을 붓게 만들어 몸속으로 꽃가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이런 꽃가루 알레르기(花粉症·Pollinosis)의 유병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주관해 한양대학 구리병원 화분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8개 지역에서 매일 꽃가루를 채집해 12년여 동안의 국내 꽃가루 분포와 이로 인한 소아 알레르기의 감작률(Sensitization Rates) 연구를 실시한 결과, 소아 연령층에서도 꽃가루 알레르기 감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산업화로 인한 대기오염과 오존층의 파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온난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데, 이것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류의 빠른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또한 꽃가루 자체의 독성도 강해지면서 더욱 심각한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는 상황. 기후의 변화에 따라 꽃가루 농도도 다르기 때문에 이제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비나 황사만큼 꽃가루 정보도 중요해졌다. 3년 전부터 국립기상연구소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꽃가루 농도 예보제도를 위해 공동연구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010년에는 일반인과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해 꽃가루 기상예보가 시행될 예정.
<b>오재원</b> <br>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알레르기는 ‘문명병’이라 불리며 현대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알레르기의 근본적 원인인 환경파괴와 대기오염을 막는 데 모든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