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는 노화 현상이 아닌 명백한 질환이다.
혈관에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정맥은 우리 몸을 한 바퀴 돌고 심장으로 가는 피가 모이는 곳이다.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려다 보니 종종 피가 역류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막는 장치가 판막이다. 판막이 손상되면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역류하거나 괴면서 정맥이 피부 밖으로 보이고, 심하면 튀어나오게 된다. 하지정맥류가 시작된 것이다.
초기에는 이렇듯 외관상의 문제만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발이 무거운 느낌이 들고 다리가 피곤해지는 등의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해 계속 방치하면 혈액순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폐물을 함유한 정맥혈이 괸 탓에 다리가 자주 붓고 저리며 작열감과 함께 통증이 계속된다. 또 오래 서 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때로는 새벽녘에 종아리가 저리거나 아파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혈액순환에까지 영향을 받는 단계가 되면 정맥염이나 피부궤사 같은 합병증을 일으켜 장기적으로는 심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오랜 시간 방치하면 합병증이 생기지만, 초기에 발견할수록 쉽고 간단하게 치료되는 질환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혈관을 굳게 만드는 주사를 놓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혈관경화요법이라 하는데, 문제가 있는 혈관을 초음파로 정확하게 보면서 주사하기 때문에 재발이 거의 없다. 정맥류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거나,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미미하지만 허벅지 깊숙한 곳의 정맥 판막이 고장났을 때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사용되는 레이저 수술은 부분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해 당일 퇴원할 수 있다. 노인도 무리 없이 수술받을 수 있다.
<b>김재영</b>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