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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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등록금 천정부지! 서민은 진학 꿈도 못 꿀 판

사립대 연간 학비 평균 4900만원… 중산층 평균 수입의 76%

  • 전원경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입력2008-12-16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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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교, 특히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비싸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등록금 인상폭을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최근 기사는 놀라움을 넘어서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미국 ‘공공정책 고등교육센터(NCPPHE)’의 격년제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07년까지 25년간 미국 전체 대학교의 등록금은 무려 평균 439%나 인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중산층 가정의 수입은 147% 증가했을 뿐이다. 또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 융자를 받은 대학생 수가 2배 이상 늘었으며, 소득 상위계층의 자녀들에 비해 하위계층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한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고도 기록했다.

    25년간 439% 인상 … 가정 수입은 147% 증가

    이 보고서에 대한 미국 교육 전문가들의 반응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 보고서를 낸 센터의 패트릭 칼란 소장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5년 후 미국 중산층은 더 이상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교육 양극화는 미국의 장래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25세에서 34세 사이의 근로자들 중에는 그 전 세대에 비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비율이 점점 늘고 있죠. 이건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일입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칼란 소장의 걱정은 기우인 듯싶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 대학들 중에서 등록금이 가장 적은 커뮤니티 칼리지(지역 개방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평균 3200달러(약 470만원)인 데 비해, 사립대학 연간 등록금은 평균 3만3000달러(약 4900만원)에 이른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스탠퍼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대다수 명문 대학들이 여기에 속한다.



    아무리 미국의 중산층이라고 해도 이처럼 엄청난 등록금을 대려면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사립대학 등록금은 중산층 평균 수입의 76%에 달했다. 주립대학의 사정은 좀 나아서 중산층 평균 수입의 28% 정도를 등록금으로 받는다. 이 때문에 대다수 가정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대출로 해결하는데, 이 대출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산층은 그나마 대출을 받으면 된다지만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빈곤층에게 대학 교육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미국 소득 하위 20% 계층으로 이 문제를 좁혀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립대학 등록금도 소득 하위계층 평균 수입의 55%에 이른다. 1999년에 이 비율은 39%였다. 즉 중산층과 빈곤층의 수입이 산술적 비율로 늘어난다면, 대학 등록금은 천문학적으로 오르는 셈이다.

    미국주립대학전국연합이 내놓은 또 다른 보고서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는 주립대학들이 사립대학의 3분의 1도 안 되는 등록금을 받는 것이 주 정부의 재정 보조 덕분이지만, 최근의 경제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 정부가 대학 보조금을 삭감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따라서 주립대학 역시 큰 폭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주립대학의 등록금 평균은 6000달러(약 860만원)로 미국 중산층 가정 수입의 11% 정도다. 그러나 미국주립대학전국연합의 데이비드 슐렌버거 부회장은 “현재 추세로 간다면 2036년 주립대학 등록금은 중산층 수입의 24%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슐렌버거 부회장은 보고서에서 “뭔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는 “원거리 인터넷 교육 등으로 교양과목을 해결해 4년을 다 채우지 않고도 학사 졸업장을 받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즉 학과 구분 없이 수강하는 대학 저학년의 교양과목들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이미 영국의 대학들은 고교 상급학년에서 대학의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대신, 대다수 대학 학부를 3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슐렌버거 부회장의 제안대로라면 등록금 부담은 줄일 수 있더라도 인터넷 강의로 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경제위기 탓 기부 줄자 “등록금 더 올려야”

    이런 상황에서 “경제난에 빠진 국민을 돕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한다”는 한국 대학들의 결정은 미국 학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미국 대학들은 거꾸로 ‘경제난 때문에 등록금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사립과 주립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에서 들어오는 기부금으로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맞은 지금, ‘한가롭게’ 대학에 거액을 기부할 부자나 사회단체가 나타날 리 없다.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이 기사에 대한 ‘뉴욕타임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직 교수라는 한 독자는 “실제적인 교수 요원보다 총장, 부총장을 비롯해 고액 연봉을 받는 행정담당자가 대학에 너무 많다. 이같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자는 “세계 최고라는 미국 대학이 엄청난 등록금 때문에 빈부 격차를 넓히는 데 일조하는 것은 정말 슬픈 아이러니”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딸이 명문대에 다닌다는 한 어머니는 “30년 전 내가 사립대학을 다닐 때도 등록금은 비쌌다. 그러나 그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벌 수 있었다. 지금 대학 2학년인 딸은 한 해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5만 달러를 쓰는데,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벌 수 없는 금액이다. 자식이 한 명만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한탄했다.

    굳이 조기유학 열풍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는 ‘미국의 명문대학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삿거리가 된다. 그러나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한 한국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중도 탈락하는 실상처럼 미국 대학으로의 진학은 성공이 아닌, 새로운 고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학생 본인에게는 과중한 학업 부담이, 학부모에게는 억대에 이르는 등록금 부담이 지워지는 셈이니 말이다.

    우리는 미국의 모든 사회체계가 우리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러나 의료보험과 대학 등록금 문제만큼은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게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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