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e메일 누출 사고로 도마에 오른 e메일의 안전성과 효용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 대체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한메일의 공지 게시판에는 ‘중요한 사업상의 문건을 담은 메일이 삭제됐다’거나 ‘사고 이후 스팸메일이 급증했다’는 등 피해 상황과 불만을 담은 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82.4%가 사용
한메일을 사용하는 한 인터넷 이용자는 “처음엔 내 메일 목록이 누출됐다는 사실에 불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e메일로 받아보는 각종 고지서와 대금 청구서 등 금융 정보가 새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메일은 인터넷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서비스 중 하나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82.4%가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다.
1971년 레이 톰린슨이 컴퓨터 간의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개발한 e메일은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편지, 전화 등 아날로그 시대의 매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다음 역시 한메일을 대표적인 서비스로 앞세워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e메일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제공하는 기능 또한 다양해졌다. 파일첨부 기능은 기본이고 메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도 최대 10GB(유료)까지 확대됐다. 현재 한메일, 네이버메일, G메일 등 주요 서비스회사들은 MP3 파일 250곡에 달하는 2GB의 용량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메일 서비스마다 경쟁적으로 메일 미리보기 기능, 자동 청구서함, 메일 검색기능 등 부가서비스를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등 e메일을 대체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대거 등장하면서 e메일은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발전이 없는 서비스’로 조롱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대체 수단을 선호하는 경향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용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그 트렌드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인터넷 설문조사업체 ‘퓨 인터넷 ·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가 나이대별 인터넷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매일 e메일을 사용하는 성인은 92%에 이른 반면, 청소년은 1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층은 대신 휴대전화 문자 교환(36%), 인스턴트 메시지(29%), 소셜네트워킹사이트(23%)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메신저 등 기타 서비스와 연계 진화 노력
또한 e메일을 통한 바이러스 유포, 스팸메일 급증 등 불편함이 가중되면서 e메일의 ‘찬밥 신세’는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998년부터 한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박상일 씨는 “한번 만든 e메일 주소는 쉽게 바꾸게 되지 않지만, 스팸메일 등의 이유로 e메일로 소통하는 빈도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코리안 클릭’에 따르면 국내 전체 e메일의 페이지뷰(PV)는 2005년 1월 73억7682만회에서 2006년 1월 65억4330만회, 2007년 9월 54억3904만회로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FOWA 2008(Future of Web Apps)’에 참여한 미국의 웹 기업들 역시 ‘e메일의 미래는 없다’고 전망하면서 e메일이 성장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케빈 마크 엔지니어는 이 회의에서 “젊은 사용자층에게 e메일은 대학, 은행과 통신하는 데서나 쓰는 낡은 아이디어”라며 “스팸메일로 골치만 아프게 하는 e메일이 설 곳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5월 소프트웨어 기업인 ‘지란지교 소프트’가 자사 고객이 받는 e메일 중 스팸메일 비중이 9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e메일이 의사소통 매체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함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메일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오히려 통합커뮤니케이션(UC·UnifiedCommunication)이 인터넷 업계의 미래로 주목받으면서 e메일이 UC의 중심축에 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미 야후,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e메일을 메신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기타 서비스와 연계해 진화시키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구글은 G메일을 메신저 서비스인 ‘G토크’와 연동함으로써 G토크로 주고받은 대화가 G메일에 실시간 저장되도록 했다. 메일을 보면서 G토크의 대화 상대와 음성채팅도 할 수 있다. 야후는 이미 2006년 메일 서비스인 ‘인박스 2.0’을 바탕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야후 360’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e메일 진화와 관련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파란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을 그대로 쓰면서 파란의 웹메일을 사용할 수 있는 ‘오픈메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다음은 애플의 아이팟터치, 아이폰용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선인터넷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파란은 올해부터 메일 서비스 안에서 300건의 무료 문자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e메일은 앞으로도 ‘존재의 의미’를 유지하게 될까.
NHN의 한 관계자는 “e메일은 개인의 정보 교환 등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용자들의 데이터 저장 등 용도를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특히 보안 강화 등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서비스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