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쩐의 전쟁’. 이 드라마의 주인공 박신양은 ‘번외편’에서 회당 1억55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연기자 박신양은 지난해 출연했던 드라마 ‘쩐의 전쟁’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을 상대로 “출연료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소장을 7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소송이 단순히 연기자의 출연료 지급 요청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바로 박신양이 소장에서 밝힌 자신의 출연료 때문.
박신양 미지급금 소송 통해 출연료 액수 드러나
박신양은 소장에서 ‘쩐의 전쟁’ 4회 연장분에 대한 출연료를 6억2000만원이라고 명시했다. 연장분 4회에 한해 회당 출연료가 1억55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드라마 출연자들의 억대 출연료, 그것도 1억5500만원에 다다른 고액 출연료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쩐의 전쟁’은 지난해 5월 SBS가 16부작으로 방영한 드라마다. 사채업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화제를 모았고 제작사는 ‘번외편’으로 4회를 연장 방송했다. 박신양이 출연료 미지급을 문제 삼은 부분은 바로 번외편 4회분이다. 박신양은 본편인 16회에서는 회당 4000만원의 출연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번외편에서는 이보다 4배가 많은 1억5500만원을 받았다.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에 맞먹는 액수다.
자연스럽게 그의 다음 출연작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세간의 눈길이 몰리고 있다. 9월 SBS를 통해 방영되는 ‘바람의 화원’은 박신양의 주연작. 전작에서 억대 출연료를 챙긴 박신양이 이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금액을 받았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연기자들의 고액 출연료는 드라마를 만드는 외주제작사에게는 검증된 스타를 영입하는 데 필수조건으로 치부된다.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얻는 홍보효과와 이들이 몰고 오는 화제는 곧 시청률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외주사로서는 스타 캐스팅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또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방송사로부터 편성권을 따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거액을 건네고 스타를 영입한다.
하지만 고액 출연료는 제작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드라마 현장에서 자주 빚어지는 ‘출연료 미지급’ 혹은 ‘지연 지급’ 문제가 그것이다. 드라마가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외주사들이 여럿이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태왕사신기’의 경우 주연 배우들을 제외한 조연 및 단역 연기자들은 출연료를 완급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종영하고 출연료를 지급하는 일은 방송가의 관행”이라고 말하지만 연기자들은 “임금 체불”이라고 맞섰다.
동료 연기자들 상대적 박탈감에 지급마저 늑장
지난 5월 종영된 드라마 ‘온에어’. 종영 이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보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임금 일부가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연기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목 역시 일부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 부분이다. 외주사들은 스타급 배우에게는 계약과 동시에 출연료를 완급하는 것과 달리, 나머지 연기자들의 출연료 지급은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해 연기자들의 회당 출연료 상한선을 2000만원으로 묶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무한경쟁’과 같은 드라마 업계에서 협회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협회는 이번 박신양의 소송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연기자의 억대 출연료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한편 “곧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