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밴.
“‘아이웨어’는 ‘화룡점정’이죠. 특히 남성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인 데다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저항감을 보이지 않고 구입하는 거의 유일한 패션 아이템입니다.”(아이웨어 멀티숍 ‘웨이브’ 이건행 대표)
올해의 트렌드는 남성들이 많이 착용하는 안경의 경우 아세테이트, 셀룰로이드, 나일론 등 흔히 ‘뿔테’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소재에 복고적이고 미니멀하게 각진 디자인. 선글라스는 남녀 모두에게 흔히 잠자리 눈이라 불리는 ‘보잉’ 스타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보잉 혹은 에비에이터(aviator)는 1937년 탄생한 최초의 선글라스 모델이다.
당시 레이밴사는 비행 중 어지럼증을 겪는 공군 조종사들을 위해 이 선글라스를 군납용으로 생산했는데, 이로써 70년 넘게 사랑받는 클래식 선글라스 ‘에비에이터’의 역사가 시작된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애용함으로써 다시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에비에이터는 레이밴사가 진보된 프레임과 특수 렌즈를 사용한 프리미엄 모델을 계속 출시해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대부분의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다양한 클래식 ‘보잉’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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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밴의 프리미엄 컬렉션. 티타늄 프레임에 22K 핑크골드를 도금한 ‘에비에이터’디자인. 렌즈에 레이밴사 로고와 함께 음각된 다이아몬드 문양은 일반 렌즈보다 10배 강화된 ‘하드 렌즈’임을 나타낸다. 가격은 40만원대.
올해 하반기에도 복고형 아이웨어들이 강세다.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적 아이마켓 MIDO에 다녀온 ‘웨이브’의 이건행 대표는 “샤넬, 프라다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193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를 반복하면서 일제히 복고풍 아이웨어 디자인을 내놓았다”며 “소재는 단연 첨단적, 친환경적인 것이 강세”라고 설명했다.
즉 프레임에 티타늄, 메타티타늄, 알루미늄 등 재활용할 수 있는 고급 메탈과 플라스틱을 매치함으로써 ‘뿔테’ 느낌을 주는 메탈프레임이 등장했고, 인공혈관에 쓰이는 독소 제거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도 선보였다. 또한 도금이 아닌 순금, 버펄로 혼(물소 뿔), 구갑(거북 등), 나무 등 고가의 자연소재들이 럭셔리 마켓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천연소재들이 아토피와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의 ‘신상’ 아이웨어들. 페라가모, 돌체 앤 가바나, 티파니,프라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는 복고풍 트렌드에 맞춰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전 구찌의 디렉터인 톰 포드도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한국에 먼저 런칭했다. 사진은 얼굴의 반을 가리는 대담하고 복고적인 스타일(왼). 이미지 제공 웨이브.‘레트로스펙스’의 아이웨어들. 변색이나 마모되지 않고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물소 뿔 소재에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남성들에게 인기 있다. 아시아인의 평면적인 얼굴에 맞춰 노스패드(코에 닿는 부분)를 높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70만원대(오른쪽).
톱스타들의 아이웨어 스타일링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의 말처럼 명품 아이웨어가 대중 마켓으로 확대되자, ‘남다른 것’에 목숨을 건 트렌드세터들은 독자적 역사와 소량 생산을 고집하는 작은 ‘하우스 브랜드’의 아이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이웨어 디자이너 린다 패로의 유산을 이어받은 ‘린다 패로 빈티지’, ‘커틀러 앤 글로스’, ‘레트로
아이웨어를 착용한 해외 셀러브리티들.
이렇게 보면 마치 국내에서는 안경테나 렌즈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도 경주남석을 연마한 렌즈는 최고의 품질로 평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의 안경 장인들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섬유를 일찌감치 사양산업으로 진단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중국산과 경쟁하게 된 것과 같은 현상이 아이웨어 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