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18일자(615호) 주간동아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농협 자회사인 농협사료 대표로 있던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료첨가제 납품업체들로부터 12억3000만원을 받아 생활비와 주식투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는 이 과정에서 유령 납품업체 2개를 설립, 이 회사들에게서 사료를 납품받는 것처럼 꾸민 뒤 납품대금의 25%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입금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심지어 남씨는 2006년 1월 우수 축산농가 포상을 위해 배정된 예산으로 사돈의 한의원에서 ‘공진단’(녹용·사향 등으로 만든 고급 한약으로 세트당 400만원) 5세트를 구입한 뒤 농협사료 인사·감독 권한을 쥔 농협중앙회 간부 5명에게 각각 뇌물로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주간동아’는 지난해 12월 ‘거대 공룡 농협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615호 참조)을 단독 보도해 남 대표의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주간동아’는 국무총리실에서 작성,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이첩한 내사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확인했다.
경찰청의 수사 결과는 ‘주간동아’의 보도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청업체의 납품을 도와주는 대가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 매출을 부풀리거나 허위서류를 만들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 조성된 비자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이 밝혀낸 12억여 원의 비자금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간동아’ 615호는 남씨가 챙긴 돈이 5년간 최고 1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금액은 농협사료 내에서 흔히 ‘납품 4인방’이라 불리는 하청업체들의 연간 납품금액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었다.
검찰에선 농협 각종 의혹 내사 중
남씨가 수십억원대 비자금 대부분을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경찰청 보도도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남씨는 정대근 전 회장 시절 농협의 대관업무를 사실상 총지휘한 인물이다. 농협 내부에서조차 “만일 정 전 회장 시절에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면 남씨가 핵심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 615호는 보도 당시 복수의 제보자와 내사보고서를 근거로 “남씨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까지 대왔다”고 보도했다.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농협사료는 국내 가축사료의 18%를 생산해 연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 회사다. 사료첨가제를 납품하는 하청업체만 130개가 넘을 정도. 남씨는 2007년 3월 선거를 통해 과거 축협 회장에 해당하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에 취임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는 경찰청 수사와는 별도로 남씨의 비자금 조성, 횡령을 포함해 지난 몇 년간 농협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매각, 증권사 인수과정 등이 주요 수사대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농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이번에는 과연 실체를 드러낼까. ‘거대 공룡’ 농협을 둘러싼 궁금증이 풀릴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